주식, 부동산 투기에 몰리는 청년들: 자본주의는 그들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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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계급이 세계대공황에 대한 대응을 위해 유례없는 규모로 시중에 돈을 풀고, 저금리 정책을 펼침에 따라 주식 가격,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도 덩달아 주식 투기,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상당히 많은 수가 20대, 30대 청년이라고 한다.

먼저 청년들의 주식 투기부터 살펴보자.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전국 25세~39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 경제 인식 설문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향후 금융투자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4%가 ‘대체로 그렇다’, 11%가 ‘반드시 그렇다’라고 답했다. 청년 열 명 중 일곱 명이 넘는 수가 향후 금융투자 의향이 있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도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유입 고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도합 52.5%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신규 투자자의 비중은 26.0%로, 과거 2년 평균 비중(22.9%)에 비해 증가했다. KB증권 또한 상반기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의 56%가 20~30대라고 한다.

청년들은 주식 투기를 하기 위해 빚을 지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총 신용거래융자잔액(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은 지난 7월 23일 14조 원에 육박하며 4개월여 만에 두 배로 뛰었는데, 금융 당국은 이 중 상당 부분을 2030 세대들이 빌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3119억 원이던 20대의 신용공여잔액은 올해 6월 말 7,243억 원으로 132.2% 증가했다. 이에 최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연이어 대출 중단을 선언하고 있을 정도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기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림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가 다 찼기 때문이다.

한편 청년들은 부동산 투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10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의 36%는 20~30대 젊은 층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40대보다 더 많이 서울 아파트를 사들였다. 2030 세대들이 지난달 사들인 서울 아파트(4013건)는 전달(1391건) 대비 3배로 급증했다. 이들이 “지금 못 사면 평생 못 산다”는 조급함에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황 구매)’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여러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서도 청년들은 빚을 져 가며 부동산을 매수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6월~올해 5월 시중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288조1천억 원 가운데 30대가 받은 대출액이 102조7천억 원(36%)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에서 올 5월까지 3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58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조9,000억 원 늘었다. 20대의 주택담보대출액도 같은 기간 4조5,000억 원 증가했다.

금융자본만 살찌우는 도박판

오늘날 청년들은 청년실업, 주거빈곤, 비정규직 문제에 시달리며 팍팍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주의자』에서 여러 차례 짚었듯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서, 2020년 세계대공황 발발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대다수 청년들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해보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만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는 청년들이 그런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적지 않은 청년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주식, 부동산 투기는 단순히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넘어선 것이다. 마치 도박판에 뛰어들어 요행으로라도 한 몫 챙기길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기사는 이러한 실태를 상세히 설명한다.

노동자이기도 투자자이기도 한 밀레니얼들, 적절한 균형 잡기는 대개 쉽지 않다. 특히 주변에서 주가든 부동산이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체감한 뒤에 더 그렇다. 이제 갓 투자를 시작한 L은 혼란스럽다. “월급 300만원이 안 될 때가 많아. 이 돈 모아서 어떻게 집을 사겠어. 한창 일할 나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 나도 아는데,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지 좀 됐어.” 씁쓸하게 저금리와 맞붙은 저성장을 떠올린다. 최근 8년 임금상승률은 2018년(5.3%) 한 해를 제외하면 2~3%였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암담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임금상승률은 0.4%에 그친다. 반면 최근 3년 서울 강남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50% 가까이 치솟았고, 대표적인 미국의 성장주 테슬라 주가는 3월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아이러니하다. 강남 아파트니 테슬라 같은 미국 기술주가 일자리와 임금 인상을 통한 실물경제 성장을 이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P도, C도, L도 욕망이 향하는 곳은 그런 자산들이다. ‘일하는 내’가 싫어지는 불균형한 성장을 ‘투자하는 내’가 만드는 건지도 몰랐다. 실물과 자산, 임금과 수익, 간격이 벌어질수록 마음은 슬그머니 한 걸음 더 자산 쪽으로 향한다.

(한겨레21, 「‘초저금리 시대’ 여러분, 모두 자산시장에 입장했습니까?」, 2020. 7. 9.)

위 기사에 등장한 L과 같은 청년들은 자신이 주식 거품이라는 현실을 똑똑하게 이용하여 다른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혼자서 한몫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한 이미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 그곳에서 버는 돈으로 안정적 생계를 꾸리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주식, 부동산 투기가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착각인 것이다.

우선 주가가 오르면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누구인지 따져보자. 실물경제와 괴리된 주가 상승은 노동자들이 계속 가난한 가운데 금융자본만을 배불리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심지어 일반적인 주류 경제학자조차 지적하는 점이다. 가령 코넬대 경제학자인 에스와 프라사드는 “실업률은 높고 임금은 정체된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하면 부유층이 불균형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에스와 프라사드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사람인데도, 이와 같은 지적을 한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27일에는 미 연준 소속 경제학자조차 지난 1분기 말 기준 미국 주식의 87.2%를 소득 상위 10% 인구가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상황에서 연준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즉 주식 투기판이 커질수록, 금융자본만이 돈을 벌어들이고 평범한 노동자들, 청년들과 부자들 사이의 불평등은 더 심화된다.

주식·부동산 투기, 거품이 꺼지면 파국으로 이어진다

지금 주식 가격, 부동산 가격이 실물 경제와 괴리되어 치솟는 이유는 정부 당국이 세계대공황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 저금리로 공급한 유동성이 모두 주식, 부동산 투기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5월 통화량은 3,053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5조4,000억 원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약 11년 만에 가장 돈이 가파르게 풀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은 실물로는 가지 않고 주식, 부동산 투기시장으로만 흐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통화승수인데, 통화승수는 올해 들어 급전직하하다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화승수란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 주는 지표로서, 통화승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신용창출이 둔화된다는 뜻, 즉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상승하는 주식 가격,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고, 거품이 꺼지면 채무불이행, 파산, 주가 폭락 등이 발생하며 세계대공황의 영향이 더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상황이다. 벌써 미국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9월 9일에는 지난 두 달간 가파르게 올랐던 테슬라 주가가 21.06% 폭락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함에 따라 미국 나스닥 지수가 4% 급락했다. 주식 거품에 대한 위험은 주류 경제분석가들도 경고하고 있다. 가령 기본적으로 주식 투기 자체에 대해선 우호적인 입장인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이인철은 지난 7월 2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하여, 지금의 현상이 ‘거품’이며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돈을 빌려준 증권사가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임의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인해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올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가 마이너스 10% 가량이기에 거품이 터진다면 미국 쪽에서 터질 것이고, 한국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주식,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것은 파국이 예정된 절망의 레이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20대, 30대 청년들이 주식 투기에 뛰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그 가운데 ‘로빈 후드’라는 주식 투자 어플리케이션이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6월경 일리노이 주에 사는 20세 대학생 알렉스 컨스가 ‘로빈 후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다가 73만165달러(우리 돈으로 약 8억8547만원)의 손실을 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컨스가 남긴 메모에 따르면 그는 그야말로 아무런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었지만 ‘로빈 후드’ 어플을 통해 100만 달러어치의 레버리지를 배정받아 옵션거래를 하였다. 이런 사례를 보면 청년들이 주식,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것은 마치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절망의 레이스에서 벗어나자

주식·부동산 투기를 하는 청년들은 스스로 현재 경제상황을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투기판에서 각자도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투기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수의 일반 노동자들, 청년들은 가난한 가운데 금융자본과 부자들만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빚을 내며 주식 투기, 부동산 투기에 열 올리던 청년들은 자산 거품이 꺼지게 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실정이다. 애초 청년들이 일자리, 주거, 소득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받지 못한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고통스럽게 한 자본주의의 추한 본성에 되려 편승해 나 혼자 한몫 챙겨 보겠다는 각자도생의 귀결은 너무나 명확하다. 자본주의는 그들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삶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변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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