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좌담회: 억눌려 있던 청년들의 분노를 표출할 제2의 촛불이 이제 정말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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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김민재(사회) 청년들의 삶이 고단한 세상입니다. 요즘 보면 다들 뭔가 속에 엄청 화가 쌓인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청년들의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일자리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 청년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좌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좌담회에 오신 분들도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절감하시리라 봅니다. 사실 그렇다보니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도 지난 4월 24일에 청년들을 중심으로 실업자 항의의 날을 주최했던 것인데요. 오늘 좌담자 분들도 모두 실업자 항의의 날에 참여를 하셨습니다. 실업자 항의의 날에 참여한 계기나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한솔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한 점은 아쉬웠는데, 온라인으로나마 실업자 항의의 날 집회에 참여하게 되어서 굉장히 뜻깊었어요. 원래는 나 혼자서만 ‘앞으로 취업을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열심히 해야지’라고만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실업자 항의의 날 집회를 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에 대해 아주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하고 그것을 많은 대중 앞에서 호소할 수 있었다는 게 아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부 언론에서는 왜곡된 방향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청년들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람들로 대표될 수 없는, 경계 밖에 있는 청년들이 훨씬 많고 그런 청년들에게 호소할 구석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볼 만한 싸움인 것 같아요. 또, 사실은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7%로 엄청 높잖아요. 어차피 실업률이 이렇게 높아서 취업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기서 더 물러날 게 없고, 이미 이 상황 자체가 내가 이런 투쟁을 하게끔 만들고 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전망성도 있고, 조건도 다 갖춰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봤을 때 매우 뜻깊은 집회였습니다.

조분이 일단 제가 실업자 항의의 날에 참여한 계기는, 당시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 주최한 대구지역 사회주의 학습모임에 참여하던 중 간사 분들이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계속해서 장시간 노동을 해왔는데,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해서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다들 일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실업자 항의의 날에 참여할 당시에도 주5일, 하루에 10시간씩 근무하고 월급을 160만원 받고 있었어요. 최저시급이 안 되고 4대 보험도 처음부터 아예 들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과거에 더 어렸을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의문을 갖지 않고 했는데 이제는 나이도 좀 차고 보니까, 제가 일자리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는 거잖아요. 주말에 쉴 수 있으니까 참고 견디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실업자 항의의 날 발언을 준비하면서 투지가 끓어올랐다고 해야 하나? 억눌려 있었던 건지, 생각을 안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아 맞다,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매우 정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업자 항의의 날이 억눌려 있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던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장시간 노동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확실하게 얘기를 못 했거든요.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에는 공감해주시는 분들, 비슷한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황종원 저는 원래 주눅이 잘 안 드는 성격인데, 예전부터 일자리 관련된 얘기만 보면 주눅이 들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이력서 양식을 다운받으니까 ‘자격증’란이 있었어요. ‘여기서 내가 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가 게으르게 산 것은 아니고 계속 뭔가를 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도 ‘진짜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었어요. 그러다 실업자 항의의 날 준비를 하게 되면서 통계 자료들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것을 느끼는 게 나만은 아니겠구나, 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답답한 현실에 언제까지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속에 화가 가득하게 되었어요.

사전행사들이 진행되면서 나온 이야기, 당일 집회 발언을 들으면서 이런 주장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공공부문에서 사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가 굉장히 많은데 자본가들에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안 만들고 있다, 이런 일자리 만들어야 하지 않냐’라고 하면 다들 ‘맞지, 맞지.’라고 하면서 반응이 좋아요. 이게 좀 더 규모가 커지고 좀 더 다양한 구호들이 나오면 사회에 충격을 크게 줄 수 있다, 이런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민재(사회) 다 나름의 고민 속에서 실업자 항의의 날에 참여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죽도록 ‘노오력’해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한솔 원인에 대한 아주 명쾌한 답이 하나 있죠. 자본주의가 원인인 건데,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왜 실업이나 불안정한 노동을 양산할 수밖에 없느냐? 결국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기술혁신을 해서 자본의 구성도가 높아지면 자본 중 생산수단에 투하되는 자본의 비중은 커지고 노동력에 투하되는 자본의 비중은 줄어드는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실업자가 생긴다는 얘기에요. 그래서 문제의 원인은 자본주의가 맞는데, 이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호소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조분이 저는 소위 말하는 취업경쟁에 미친 듯이 매달려본 적도 없고, 취업을 하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노력은 해본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데, 저는 대학을 일찍이 그만두고 20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그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었거든요. 무한 스펙 쌓기를 해도 취업이 안 되고, 자격증이 이만큼 있고 몇 개 국어를 해도 실업자가 되는 상황인데 제가 어떻게 그 사람들이랑 경쟁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박탈감과 무력감에 빠지게 돼요. 질문이 ‘노오력’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이유인데, 노력을 해볼 겨를도 없어요. 제가 진짜 지금부터 노력하려면 자취방 빼고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한테 용돈 받고 학원비 빌려 가면서, 대출 받아가면서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럴 엄두조차 안 나는 거예요.

김민재(사회) 치열하게 ‘노오력’해도 일자리를 못 구하고, 다수는 심지어 ‘노오력’을 시작조차 못하는 상황인데, 처음에 말씀해 주셨듯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황종원 그 자리가 자꾸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니까요. 제가 자료를 하나 찾아봤는데요. 2019년 10월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조사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통상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2019년 8월 기준 1년 사이 35만 개가 줄어들고, 반면 비정규직 일자리가 85만 개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세계대공황이 본격화된 2020년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이렇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본가에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이에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청년들이 더욱 더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고요. 이런 부분만 생각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박한솔 좌담자의 말씀이 맞다고 봐요. 비정규직이 좋다는 건 자본가들밖에 없지요.

김민재(사회) 특히 여성 청년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조분이 좌담자께서는 추가적으로 이야기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조분이 제 주변만 해도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대학 졸업한 여성인 친구는 지금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했는데 알바 다니던 여성인 친구도 결국 콜센터에 취업하게 되었어요. 제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콜센터 같은 열악한 서비스직 일자리가 항상 많아요. 제일 문제되는 것이 제가 알바천국 등 구직사이트를 보면 토킹바 같은 유사성매매 업소들이 너무 많고, 여성들이 이런 일자리에 너무 쉽게 노출이 돼요.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여성들의 일자리 상황이 특히 열악하다 보니 성매매 관련 일자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카페에서 일반적인 서빙 알바를 해도 손님들 중에 대뜸 ‘용돈 하라’며 돈을 찔러 주는 사람들을 진짜 많이 봤어요. 제가 태닝샵에서 일할 때도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해달라’는 말을 하는 아저씨도 있었어요. 심지어 콜센터 직원들도 성희롱 발언을 듣잖아요. 그래서 여성들이 더 우울감에 빠지고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김민재(사회)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 세력은 그 동안 청년들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청년들이 민주당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청년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수구세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이 문제를 집권세력이 전혀 해결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의 삶의 문제 중 핵심이 일자리 문제인데, 선거에서 지고서도 문재인 정권의 태도는 변하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가령 문재인은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규제혁신, 신산업 육성, 벤처 활력 지원 등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에 맡겨 시장이 알아서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황종원 ‘시장에 맡겨서 일자리가 생기던가?’라는 의문이 생겨요. 사실 경험적으로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제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알바를 몇 번 했는데, 그때 용역업체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처음에 사람이 많이 필요할 때는 사람을 아주 많이 뽑았었는데, 너무 많아지다 보니 사람을 좀 쳐내야겠다 싶어서 일부러 자진해서 나가게 하려고 업무량을 평소의 3배, 4배를 배정했대요. 이런 일까지 이루어지는 민간영역에서 시장이 알아서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라고 봅니다.

박한솔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규제혁신, 신산업 육성, 벤처 활력 지원 등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발언이 문재인의 발언인데 이명박, 박근혜를 넣어도 너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 목소리로 들릴 정도에요.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실제로 이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요. 이렇게 자유주의세력과 수구세력 모두 과거부터 해오던 이야기, 또 서로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 모두가 독점자본의 대변인이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고 자본을 대변해요. 그렇기에 이들이 일자리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요. 매번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정치에서 뭔가 바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계속 폭로하고 강조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김민재(사회) 그렇다고 수구세력인 국민의힘도 청년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4월 재보궐선거 때 청년층이 국민의힘에 상당한 지지를 보냈고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는 30대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는 파란이 일어나면서 청년들의 지지가 수구세력에게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준석의 주장이나 국민의힘이 그동안 내세운 주장을 보건대 이들 역시 청년들의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좌담자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조분이 이준석은 하버드대를 나왔고, 잘 사는 사람이고. 누가 봐도 한쪽에 치우쳐져 있는 사람이에요. 능력주의라는 것은 청년들의 삶을 지금보다 더 경쟁으로 밀어 넣을 뿐이에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미 제 주변 친구들은 애초에 이준석이 말하는 능력을 쌓을 엄두조차 안 나는 상황이에요. 이준석의 주장으로 저나 저의 친구들의 삶은 절대 나아지지 않아요.

황종원 최근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정치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이준석이 그래도 뭘 좀 해보려는 것 같다’라며 좋게 봐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하버드 나온 사람이 뭘 우리를 대변한다는 거냐’고 말하니까, ‘그건 그렇지’라고 하더라고요. 청년 다수가 이준석을 지지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기사를 보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누가 낫냐’는 질문에 20대 응답자 중 이준석을 꼽은 사람은 29%밖에 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세대에서 이준석 지지율이 더 높았다고 해요. 국민의힘이 판판이 깨지다가 재보궐선거에서 이기고 ‘다시 권력을 잡으려면 포장지를 바꿔야 한다.’라는 판단 하에 전략적 선택을 한 거라고 봐요. 사실 이준석이 하는 주장은 옛날부터 해왔던 주장이잖아요. 공정하게 경쟁하고 능력껏, 분수에 맞게 보상을 받아가라,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지금 실업자들이 이렇게 많고, N수생들이 번번이 좌절하는 것이잖아요. 아까 다른 좌담자분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노력할 여건조차 안 되는 청년들이 대다수잖아요. 이런 청년들에게 이준석의 주장이 먹히겠냐는 것이죠.

김민재(사회) 언론에서는 특히 20대 남성들이 이준석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하는데요, 주변의 20대 남성들이 실제로 그런가요?

황종원 사실 주변에 물어보면 이준석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라요. 하버드대 나온 사람, 페이스북 많이 하는 사람, 이 정도만 알아요. 무엇을 주장하는지도 잘 몰라요. 20대, 30대가 전폭적으로 이준석을 지지한다는 것은 사기죠.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전폭적으로 지지를 한다는 거죠?

박한솔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나는 이유는 사회 전반의 계급의식이 퇴조하면서 나를 진짜 대변할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언론에서 자꾸 띄워주고, 청년이라고 하니까 휩쓸리는 것 같아요. 지난 수년간 계속 청년정치를 얘기해왔고, ‘청년이 하는 건 무조건 옳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요. 청년 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계급에 발을 딛고 서 있고 누구를 대변하는지 봐야 하는데 그걸 못 보고 있으니까 이준석이 마치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처럼 ‘이준석 현상’이라고 하는 거예요. 언론은 이준석의 이야기가 청년 주류의 여론인 것처럼 호도하고, 마치 20대가 국민의힘과 이준석을 압도적으로 밀어주는 것 같은 환상을 조장하고 있어요. 심지어 한겨레나 경향 같은 자유주의언론에서조차 박수치면서 상찬하고 있는데, 이런 게 잘못됐다는 얘기를 계속 해야 할 것 같아요.

김민재(사회) 아울러 요즈음 이준석 당대표 당선과 함께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공정’입니다. 논란이 된 것은 좀 되었지만 최근 다시 부각되어 이제는 대선 핵심화두로까지 부상했습니다. 좌담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주변의 청년들의 상태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조분이 사회주의 학습모임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가 열심히 해야, 노력해야, 경쟁해야 누릴 수 있다’고 주입하며, 자본주의가 경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은폐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의 공정 담론은 이것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요.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인데 그것을 대놓고 좋다고 하는 것 같아요.

황종원 ‘공정’ 자체가 자본주의 논리라고 봐요. 자본주의에서는 등가교환에 따른 공정한 거래가 원칙이니까요. 제가 되게 답답한 게, 공정성이 화두가 되었을 때 그걸 비판한다는 분들도 자본주의 자체가 공정이라는 담론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에요. 공정하면 자본주의가 괜찮은 것이 되나요? 아니잖아요? 공정한 것 안에서 착취가 발생하고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자본주의를 때려야 하는 건데, 자본주의야말로 불공정이라는 주장에만 머무르면 답답할 때가 있어요.

박한솔 공정성 담론을 비판하면서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답답해요. 제가 경향신문을 받아 보는데, 오피니언 난을 보면 어려운 말을 쓰면서 공정성 담론을 나름대로 비판하는데,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얘긴 절대 안 하고 문화나 교육, 정치가 바뀌면 해결될 것이라고 얘기해요.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고, 이건 조잡한 관념론이라고 봐요. 그리고 공정이 언론, 정치권에서 떠드는 것처럼 정말 요즘 청년들의 핵심 화두냐? 아니라고 보거든요. 제 주변에서는 다 싫어해요. 공정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려면 기본적으로 본인이 경쟁에 아주 많이 노출이 되어야 하고 본인이 투자한 게 많아야 하고 그만큼 피해의식도 많아요. 내가 투자하고 역량을 쏟으면 그 이상의 부와 지위가 나에게 와야 한다고 믿는 것인데,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극소수 사람들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관심 없어요.

조분이 공정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기가 어느 정도 보장받는 것을 베이스로 깔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 상황이 달라요. 예를 들어 제 친구들 중에는 부모님 일을 물려받아 취업한 친구, 부모님에게 용돈 받으며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공부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다 보면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해요.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런 친구들은 ‘시간이 아예 없다는 건 핑계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어떻게 공정할 수가 있겠어요? 상황이 아예 다르잖아요. 다수의 청년들을 조롱하는 것 같아요.

박한솔 또 학벌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이 조금씩 붕괴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공정성에 더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좋은 대학 간판 하나만 있으면 학점이 몇이건 취업이 잘 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거예요. 그러면 그 내부에서 프리미엄을 향유하던 사람들조차 점차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극소수의 사람들 내부에서의 헤게모니로서 공정은 아주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그 경계 밖에 있는 많은 청년들 입장에선 ‘어쩌라고’인 거예요. 공정에 별로 관심 없어요. 그리고 지금 여기서 시끄럽게 공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실제 직무 능력에 따라 성과를 증명하고 그걸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시험에 의한 차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기적인 거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어요.

김민재(사회)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청년들의 삶의 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의 악화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운동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기존 진보세력 내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청년학생 단위들의 경우에도 ‘노학연대’에 집중하는 만큼 자기 문제인 일자리 문제를 내걸고 싸우려는 시도는 부족한 듯 합니다. 실제 실업자 항의의 날도 여러 단위와 함께 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좌담자들은 현재의 진보세력의 일자리문제 대응에 대해 어떻게 진단을 하시나요?

황종원 사실 처음에 여러 단위에 실업자 항의의 날을 함께 하자고 제안할 때는 당연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청년 학생들에게 실업 문제는 사실 자기 문제인 거잖아요. 그래서 청년학생 단위들에서 동참하겠다는 반응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안해보니 답변을 받지 못했어요. 상당수 청년학생 단위들은 노학연대에 집중을 하는데, 청년과 노동자의 문제를 따로따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함에 있어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이 자본주의의 문제 때문이라는 관점을 세우고 간다면, 자본주의 때문에 사실 청년학생들 자신들도 힘든 거거든요. 그런데 그 관점이 제대로 서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청년들 자신들의 삶이 힘든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왜 힘든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 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한솔 노학연대를 함에 있어서 여전히 ‘이게 나의 일은 아니지만 힘든 사람을 당위적으로 도와준다’는 관점이 많은 것 같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계급이기 때문에 계급적으로 다가간다는 식 같지는 않아요. 계급의식이 전반적으로 후퇴해서 벌어진 일 같아요. 그리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에서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나 투쟁을 하지 않고 있는데, 노조 활동을 하시는 분들조차 이렇게 되는 것은 이론 학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존의 투쟁만을 반복하니까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라고 봐요. 재벌, 경찰 등 작은 집단들만 타격하고 이를 포괄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생각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진보세력의 일자리문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김민재(사회) 이제는 청년들, 노동자들이 사회에 일자리 문제 해결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는 사회가 만들고자 하면 만들 수 있다, 사회가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거대한 대중투쟁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좌담자들께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요구들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그러한 요구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조분이 우리가 제기했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과도적 요구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의식이 발전해야 투쟁에 참여도 많이 할 것 같거든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자본주의가 문제고 제가 이렇게 장시간 노동하는 것이 자본가의 이윤을 위한 것임을 알고 나서야 지금처럼 투쟁을 하게 되었거든요. 제 주변 사람들도 이걸 알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들의 의식 발전을 위해 사회주의 학습을 조직하는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한솔 사람들은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영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응하려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본주의가 영원한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본주의는 내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체제고 내 삶을 바꾸려면 결국엔 자본주의와 싸우고 사회주의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요. 당장의 당면한 과제들도 노동자대중이 결합, 단결하고, 집단적으로 요구하며 세력화할 때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계급 단결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황종원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일자리들이 많잖아요. 장애인 활동지원, 돌봄, 교육, 생태, 보건 분야에서요. 어머니가 간호사인데, 간병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10명이나 되는 환자를 돌본다는 거예요. 사실 이런 곳에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러면 환자에게도 좋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반대하고 안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가들뿐이에요. 이런 점을 폭로하면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여 청년들, 실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업자 항의의 날을 준비하면서, 함께 준비하는 동지들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곁에서 느꼈습니다. 이는 자신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렇게 자신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그것의 해결을 요구하는 청년들과 함께 실업자 항의의 날 때보다 더 큰 집회를 준비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을 더 모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 속에는 분명 일자리 문제로, 주거 문제로, 부채로 고통 받는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당장 촛불집회의 대상이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이제 정말 제2의 촛불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감 갖고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김민재(사회) 수고하셨습니다. 좌담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해 주세요.

조분이 저는 원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던 차에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공부하려고 하다가 사회주의 공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거에요. 여성해방 이야기로 예를 들면, 여성의 참정권 등의 성과들도 투쟁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어요. 우리도 투쟁해야 하는데, 지금 이른바 ‘이대남’들이 안티페미니즘에 입각해서 집단적으로 이상한 소리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최근에는 이것을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 않고, 사람들이 지금 분노가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요. 이 분노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기만 하면, 어디에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지만 알면 투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한솔 지금 자본주의가 잘못됐다는 흐름과 인식은 이미 나오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견해가 갈리는데, 여기서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냥 ‘내가 힘들다’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왜 힘든가? 자본주의는 왜 착취와 억압을 영구적으로 만들어 내는가?’를 고민한다면 그 결론으로는 사회주의가 도출될 거예요. 지금 이런 결론이 전면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런 인식, 고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투쟁을 더 잘 하기 위해서 학습, 이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어요. 앞으로 이런 자리를 계속 가지면서 서로의 인식과 전망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종원 저는 다들 요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데, 불을 누가 댕기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얘기가 정말 예사롭지 않게 와 닿더라고요. 일자리 문제도 이대로 두면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2 댓글

  1. 좀 뜬금없는것 같으나 일자리 문제 관련해서 중요한걸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 국힘과 민주당을 수구세력과 민주개혁파로 구분하는게 올바른건지 의문입니다. 둘다 자본가들이 기반이며 부르주아 민주주의 안에서 움직이는 세력들입니다.

    국힘은 3당합당 이후 더 이상 군부독재 세력이 아닙니다. 3당합당은 노태우도 김영삼에게 타협한게 있는 사건입니다. 《우리 극우들도 이젠 민주주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겠다》라는.

    그런데도 수구파, 민주파로 구분하면 차악논리에 뒷문을 열어줘서 2004년 노무현 탄핵 정국 당시 노무현 방어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언제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국힘이 이명박ㆍ박근혜 집권당시 벌였던 반민주, 반노동 작태는 민주당 정권도 똑같이 했고 하고 있습니다. 국보법과 징병제를 유지하자는것도 같은 입장이고 중국과 북한 같은 나라에 붙어먹자는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 정도와 방식은 다르지만)

    이런 마당에 지배계급의 두 분파를 수구파, 민주파로 나누는게 옳은건지 의문입니다.

  2. 2. 더욱이 코로나 사기극으로 인한 국가 봉쇄로 집회 시위 모임의 자유가 심각히 파괴된 시점에

    코로나 사기극에 대한 투쟁없이 반실업 투쟁이건 노동자 권리 개선 투쟁이건 제대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특히 사회주의자라면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합니다.

    정부의 방역(독재) 지침에 따르는 집회ㆍ시위로 제대로된 투쟁이 가능이나 할지.

    2019년 가을부터 홍콩ㆍ칠레ㆍ프랑스에서 전면궐기가 일어나고 중국 본토 일부에까지 투쟁의 열기가 번진 준혁명적 상황이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사기극으로 그 모든게 물거품이 됬습니다.

    이럼에도 자칭 “사회주의” 를 내세우는 사이비 혁명파, 락다운 좌파들은 되려 코로나 사기극에 동조해서 모든 투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 없이, 즉 코로나 사기극에 대한 정면 투쟁 없이 어떻게 집회ㆍ시위ㆍ모임의 자유를 찾을 것이며

    어떻게 반실업 투쟁이 제대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반실업 투쟁을 진실로 진지하게 원한다면

    또한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국힘과 민주당을 더욱 철저히 동급으로 보고, 투쟁의 자유를 짓밟는 코로나 사기극에 대한 정면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혹은 거기에 대한 목소리라도 진지하게 내야한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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