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산업을 고속 성장시킨 건 바로 저소득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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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sodiumpartners.com/cvs4u/]

[편집자 설명] 편의점 업계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편의점을 접하고,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의 운영과 노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편의점에서 노동하고 있는 알바노조 조합원의 기고문이다. 편의점 업계의 구조와 문제점에 대해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얼마요? 뭐가 이리 비싸요?”

편의점에서 일하다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일 년 넘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나로서도 무척 난감한 질문이다. 결국 나는 이리저리 생각하다 이렇게 답한다.

“그러게요. 왜 이렇게 비쌀까요?”

편의점 업계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산업의 양적인 발전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4,000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8.6% 늘어났고 전국 편의점 수도 지난해 말 3만 2,611개를 기록해 전년보다 12.5% 늘었다. 편의점 시장 규모는 5년 만에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편의점 업계가 고속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매출이 늘어난 측면에만 주목해 1인 가구의 증가를 꼽는다. 하지만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지불된 낮은 임금과 매장 내 1인 근무와 야간 영업체제로 달성할 수 있었던 적은 운영비용이 편의점 산업을 팽창하게 만든 진정한 원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싼 가격이 아니라 보다 질 높은 서비스에 방점이 찍혀있을 것이다. 1인가구가 늘어감에 따라 멀리 있는 대형 마트보다 집 앞의 편의점에서, 좀 더 비싸더라도 꼭 필요한 물품을 소량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온 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시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양적으로 성장한 편의점 업계 전체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와 가맹점의 수익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편의점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과연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의 편의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 편의점 가맹 구조의 특수성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맹사업이 무엇인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가맹업’이란 자영업을 하려고 하는 자가 가맹업자의 브랜드나 영업 노하우를 로열티를 지불한 뒤 사용하는 사업의 형태이다. 위키사전에 따르면 ‘가맹업자는 가맹상의 영업을 위해 지원과 영업권 보호의 의무를, 가맹상은 가맹업자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영업상 기밀을 지킬 의무를 지닌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가맹업자를 가맹본사, 가맹상을 가맹점주로 부른다.

백년이 넘는 전체 가맹업의 역사에서 편의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편의점은 가맹업을 대표한다. 미국의 한 냉동 창고 회사에서 시작된 편의점은 일본으로 건너가 확고히 기틀을 다진 뒤 지난 1989년 우리나라에 최초에 상륙하였다. 일본에서 넘어온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가 혼재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대기업 편의점 브랜드인 CU와 GS25의 2강구도로 개편되고 있다.

현재의 편의점이 미국과 일본을 거쳐 승승장구 해온 데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하나는 소량 판매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기’(판매시점 정보관리를 담당하는 기기)의 도입이다. 구매자의 행태와 매출 간의 관계를 분석해 잘 팔리는 물건만 소량 씩 매대에 진열함으로서 다양화된 소비자의 욕구에 발맞춰 오면서 편의점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수북이 먼지가 쌓인 물건을 놓고 파리를 쫓으면서, 카드를 내밀면 인상을 구기는 골목 상점들이 편의점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편의점 가맹업의 특수성이 있다. 바로 가맹본사의 중심의 이익 독식구조이다. 한국의 편의점 가맹업의 점주는 일본과 유사하게 본사에 소속된 직원의 성격이 짙다. 점주는 본사의 일률적인 정책에 맞춰 물건을 주문하고 총 매출금에서 로열티를 제외한 금액을 정산 받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국의 점주는 일본과 다르게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점주가 계약서에 사인을 한 순간 결정된다. 이들에게는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릴만한 자율성도 위약금을 물고 그만둘 자본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독식구조는 대기업 가맹본사의 출혈적인 점포 늘리기 경쟁으로 귀결된다. 만약 장사가 안 되거나 인근에 다른 가게가 들어서서 가맹점에서 마이너스 매출이 나오더라도 여전히 본사로서는 이익이 된다. 따라서 본사의 입장에서 가맹점의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 가맹점수다. 본사의 입장에서 가맹점은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최근 한국의 편의점 점포수가 늘어나는 추세는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유례가 없는 것이다.

착취의 낙수효과

가맹본사는 통상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 최저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인책을 쓴다. 설령 예측이 빗나가 손해를 보더라도 본사에서 그 만큼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의 가맹본사가 제공하는 최저수익보상책은 기간이 짧아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이 과정에서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크게 보이게끔 만드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일례로 CU편의점의 가맹본사인 BGF리테일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최소 운영비용 지원‘ 항목을 살펴보자. ‘가맹점과의 상생의 의미로 현실적 최소 운영비용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이 제도는 24시간 운영하는 경우 계약 유형에 따라 창업 후 일 년 동안 한 달 임차료와 매달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까지 운영비용을 보장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계산해 보면 2017년 최저임금기준 24시간을 일한 인건비는 465만원이 나온다. 점주가 8시간 씩 일해도 310만원의 인건비가 산정이 되며 이것은 주휴수당과 사대보험, 퇴직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보통 월급에서 20% 정도 가산되는 주휴수당만 계산해 넣어도 370만원이 넘는다. 가맹본부에서 산정하는 ‘현실적 최소 운영비’가 법정 최소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현실’인 것일까?

이렇게 계약 시점부터 꼼꼼히 따지지 못한 가맹점주는 저수익으로 가게를 운영해야만 하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운영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제대로 주고 싶지 않은 유혹에 흔들리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가맹 본사-가맹점주-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노동착취의 사슬은 이렇게 완성된다. 다양화된 소비패턴에 맞춘 본사의 전략에 따라 택배, 복권, 분식, 커피, 세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저임금의 늪에 빠져버린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중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자의 비율은 39%에 이른다. (대형마트, 편의점 3곳 중 1곳 ‘임금체불’, 세계일보, 2017. 7. 20.) 나는 이것을 착취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이라 부르고 싶다.

아르바이트가 할 일은 많아지는데 급여는 그대로라면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방향은 고객과의 갈등이다. 나는 최근 점원과 손님 간의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의 밑바탕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구조조인 모순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손님은 서비스를 받을 만큼의 값을 치렀다고 생각하지만 아르바이트는 그 만큼의 서비스를 할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큰 틀에서 보면 한국의 편의점 가맹점의 증가는 IMF 이후 한국에서 펼쳐진 노동유연화 정책과 자본의 노동의 외주화가 확대되는 현상과도 부합한다. 편의점 매출 상위 브랜드 3사의 직영점 비율은 1% 미만이다. 따라서 한국 편의점 점포수의 증가는 곧 가맹점수의 증가이며 앞서 말했듯 가맹점수의 증가는 가맹점이 손해를 보더라도 가맹본사에게 이익을 남겨준다.

점점 줄어드는 정규직일자리를 떠나 자영업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고용구조도 편의점 가맹점수 증가에 불을 지폈다. 본사가 주최하는 창업설명회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을 그만둬도 점주는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된다. 기형적이고 열악한 한국의 노동환경이 가맹본사의 독식구조가 잘 작동하도록 판을 깔아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맹본사가 자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착취하게 되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 혼자 일하는 / 야간의 편의점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 내년 2018년 7,530원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고 수준의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그 동안 너무 적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산정되어온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통하는 자조적인 금언 중 하나는 최저임금은 곧 최고임금이라는 것이다. 최저시급을 주는 점포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라 여겨질 정도로 낮은 임금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중 하나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다.

또한 1% 대라는 편의점 직영점 비율이 말해주듯 가맹점은 가맹본사가 점포를 관리할 노동력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방편이었다. 편의점 운영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지 않은데, 아르바이트의 최저시급과 주휴수당, 퇴직금을 주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오며 따로 인력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본청이 인력관리에 골머리를 앓다가 하청 혹은 아웃소싱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우리는 제조업 등에서 흔히 보아왔다. 이것과 편의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로 하여금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신 고용하고 관리하게 만드는 방식은 대단히 유사하지 않은가?

편의점에서 혼자 일하는 1인체제가 굳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바쁜 매장이라도 그 매장이 가맹점이라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점주의 입장에선 두 명 이상을 쓰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엔 두 명이 일했을 매장에서도 한 명씩 교대근무를 하게 되었다. 편의점 근무는 그 특성상 두 명이서 일할 때 얻는 이점이 많다.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가기가 용이하고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시 대처에도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가맹점주에게 내려진 인건비 절감이라는 생존명령은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의 노동조건 악화에 기여한다.

또한 대기업 편의점 가맹본사는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사업장에만 예외 적용되는 조항의 특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가맹점은 영세사업장이라는 근거로 1.5배의 야간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24시간 영업을 기본으로 하는 편의점 업계에 적잖은 득이 된다. ‘영세하지 않은’ 대기업 가맹본사는 ‘영세한’ 가맹점주의 신분 덕에 야간 영업을 하는데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업용 전기의 값싼 가격도 편의점 24시간 영업의 신화를 이뤄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통상 가맹본사는 야간 영업을 하는 가맹점에만 전기광열비의 절반을 지원하는데 영업용 전기가 가정용 전기처럼 싸지 않았다면 본사의 정책을 펴는데 큰 타격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밤에 혼자 일하는 편의점의 아르바이트가 현재 늘어나는 편의점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야간의 아르바이트는 자신의 건강을 소모하면서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경산CU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자신의 목숨을 잃었을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기업 편의점 본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저임금, 1인 근무체제, 추가 수당 없는 야간 노동을 사실 상 강제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을 저소득의 감옥에 가두면서 말이다.

편의점 노동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지금까지 총 세 개의 편의점에서 일을 해왔다. 모두 가맹점이었으며 각각 다른 점주들이었지만 비슷한 점들이 있었다. 세 가맹점주는 모두 자의든 타의든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었고 자신의 수익을 위해 나의 임금을 깎아야만 했다. 나를 혼자 매장에 남겨두었고, 사대보험을 들어주지 않았으며, 나보다 열심히 일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점주들의 낮은 인품과 못된 성격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 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주도 가맹본사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만큼 시스템을 바꿀 강력한 동기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노동자가 뭉쳐야한다고 생각한다.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서 착취당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본사와 교섭하고 요구조건을 관철시켜 나가야한다. 물건이 비싸다는 손님의 말에 다음에는 이렇게 대답해보려고 한다.

“물건 참 비싸죠? 그래봤자 제 시급은 얼마안되고 저희 가게도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에요. 언제나 돈을 버는 건 본사랍니다. 바뀌어야 하는 건 구조에요. 판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답니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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