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분노한 여성이 거리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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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난 7월 6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는 세계 최대 규모 다크웹(Dark Web: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암호화된 웹사이트) 아동 성범죄영상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거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손정우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며 전세계 회원 128만 명에게 22만여 개의 아동 성범죄 영상물을 유통했고, 약 37만 달러(약 4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그는 아동 성범죄 영상 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복역한 후 지난 4월 출소 예정이었으나, 2018년 8월 미국 법무부가 아동 음란물 배포 등의 혐의로 강제 송환을 요구함에 따라 재수감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과 ‘모두의 페미니즘’은 8일 오전 11시 20분,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한다: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한다: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규탄 긴급 기자회견

7월 8일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는 손정우의 미국 송환 기각과 그에 따른 석방 조치에 깊은 분노를 느낀 150여명의 참석자가 모였다. 송환 기각 결정 이후 곧바로 기획된 기자회견이었던 관계로 참여 신청 역시 급하게 모집되었으나 150명 정원은 빠르게 채워져 금세 신청 폼이 마감되었다. 사법부의 시대착오적인 결정에 민중들이 얼마나 답답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 분위기 역시 뜨거웠다. 그늘 한 점 없는 장소에 더운 열기가 아스팔트를 타고 올라왔지만, 참가자들은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흔들림 없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직접 제작해 온 손피켓을 든 참가자들도 있었다. 손피켓에는 ‘사법부는 성착취에 찬성하나요?’, ‘아동성착취 장려하는 대한민국 사법부도 공범이다’, ‘아동성착취범 풀어주고 그 애비에게 감사받는, #그런 국가 필요없다, #강영수 판사 탄핵 #피해 아동 구출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자회견은 발언과 사법부 장례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먼저, 첫 번째 발언으로 사건 진행 상황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브리핑을 맡은 강하리는 손정우가 “회원 4천여 명에게 4억여 원을 받고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을 제공”했으며, 단순히 영상물 유통만 한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직접 영상을 올려야 다른 영상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주며 아동 성범죄를 적극적으로 조장했다”라고 말했다. 중복 영상은 업로드 금지라는 사이트 규칙에도 불구하고 무려 20만여 개나 되는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다는 점, 영상들은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웰컴투비디오가 성범죄에 끼친 상당한 영향력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서 ‘모두의 페미니즘’에서 활동하는 김예은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여성들이 부당한 처벌에 대항해 싸움을 이어온 데다, 이번 사건은 대상이 아동인 데다 국제적 범죄였으며 미국에서 인도요청까지 들어왔으니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범죄자에게 엄벌을 처하기는커녕 고작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하고 미국의 범죄자 인도 요청을 기각하는 등 대중의 공감대에 훨씬 못 미치는 판단을 내렸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7월 6일, 사법부는 사법 정의가 죽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사법부는 스스로 존재의의가 없음을 선포하고 가라앉았다”라며 이번 판결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들이 끝까지 싸워서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각오를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다지며 발언을 마쳤다.

마지막 발언자인 가연 활동가는 성평등 미디어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경각심 없이 즐기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미디어에서 문제의식 없이 불법 촬영과 포르노를 재미 요소로 활용했기 때문이라 비판했다. 또한, 똑같은 나이의 어린이라 하더라도 어떤 남아는 불법 촬영물 판매자가 되고, 어떤 여아는 불법 촬영물의 피해대상으로 웰컴투비디오에 업로드 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어떤 성별은 폭력적 컨텐츠 소비를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어떤 성별은 피해자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어서 그는 손정우가 미국 송환 거부된 그 날, 안희정 모친상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조문을 갔다는 사실은 남성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현실이라 말했다.

[사진: 사회주의자]

서초역 앞에서 열린 ‘#사법부도_공범이다. 분노한 우리가 간다’ 시위

분노한 여성들은 기자회견에 그치지 않고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모았다. 7월 10일 6시 반, 서초역 8번 출구 앞 인도에는 무려 1500여 명의 인원(주최 측 추산)이 모여 ‘#사법부도_공범이다. 분노한 우리가 간다’ 시위에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규모 집회가 금지되며 다소 침체 된 상반기를 보냈던지라 이토록 고양된 분위기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좁은 인도에 집회 참가자들이 끝없이 이어져 앉은 탓에 보행자들의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참석자 전원 체온 측정과 손 소독, 연락처 기재 후 입장하도록 했고 진행 중 마스크는 벗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10일 서초역 앞에서 열린 집회는 사전 신청한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사법부’와 ‘손정우’라고 쓰인 판에 참가자들이 ‘delete’(삭제)라고 쓰인 스티커를 차례차례 붙이는 퍼포먼스, “사법부도 공범이다! 강영수는 자격박탈! 손정우는 미국으로! 사법정의 실현하자!” 구호를 외치며 판사봉을 세 번 내리치는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서울 시민, 청소년, 여성 단체 활동가 등 각개 각층의 참가자들이 트럭 위에 올라가 분노를 토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날의 발언들이 최근 2-3년 간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에 적극 대응하며 여성차별적 문화를 조금씩 바꾸어왔던 승리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야기들이었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여성들은 웹하드 카르텔부터 버닝썬 게이트, 그리고 N번방 사건까지 일련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에 대해 불법 촬영물을 소비한 공범들까지 모두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성차별적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발언자들은 이에 대해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워 계속 크고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의 주장이 내일의 법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분노와 성토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것이란 걸 안다”, 라고 이야기하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사회를 우리의 힘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는 주체적 태도를 보였다.

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 ](자유기재란) delete 우리가 새로고침’ 손피켓 문구 역시 인상적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분노한 우리들에게서 나온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또한, 한 시민의 “무력감과 분노,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가해자들의 목소리에 지지 말고 앞뒤에 있는 여성들에게 우리가 함께한다는 걸 알려주자”, 라는 말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의 “사법부는 발열 체크를 하고, 문제에 대비해 신상과 연락처를 적고,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여기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는가, 우리는 태업을 부리며 안전을 위협하는 주제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법부를 삭제하러 왔다”라는 발언 등에서도 사법부의 부정한 판결은 지워버리고 새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달은 대단히 답답한 달이었다. 우리는 n번방 미성년 가해자가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는 소식,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기각된 소식,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박원순이 사망한 소식을 들었다. 지금껏 여성차별적 문화에 맞서 상당한 부분을 바꾸었으나, 여전히 사법부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일부 미디어에서는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무력해지고 포기하고 싶어진다는 이야기가 SNS 곳곳에서 들리는 요즘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싸우는 여성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 주체적인 태도로 사법부의 착오적 판결에 힘껏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피해자와 연대하기 위해 손 내미는 여성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 사회주의자]

2 댓글

  1. 이것에 대해서 분노해야 하는 지점과 근대적 형사법 원칙을 같이 바라봐야 합니다.
    어떤 피의자가 자국에서 재판받아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 송환되는 것은 방어권조차 확보할 수 없는 처벌이 상의 무언가 입니다. 이점에서 송환 자체를 결정한 사법부 판단은 정당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처벌형량이 최소 징역 4천3백년정도가 나와야 적당하다 보는데, 한국 사법 부는 그것을 하지 않았고 그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있고 이해 할만 합니다. 이에 양형기준에 대한 비판에 대한것은 일부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양형강화가 좌익의 주장이었는지는 살펴야 합니다.)

    또한 기사에서 나오는
    어떤 성별 하면서 나오는 발언은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남자들과 성범죄자 쓰레기들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N번방도 여자 가해자 남자 피해자가 있었기에 이것은 성별로만 가를것이 아닌 범죄자새끼와 사회의 도움이 핋요한 피해자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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