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넣으러 간 알바 노동자는 어쩌다 실형을 구형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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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바노조

박근혜 정권이 민중총궐기에 나선 사람들을 물대포와 무차별 연행으로 탄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2016년 1월 22일,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의 집행부를 포함한 조합원 59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방문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알바노조, 박근혜 때 연행되어 문재인 때 실형을 선고받아…

이 날 알바노조가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방문한 이유는, 근로감독관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근로감독관들이 부당노동행위나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들의 진정을 받아주지 않거나,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요구만을 하여 사실상 사용자측의 손을 들어 주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알바노동자들이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구제받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날은 고용노동부에서 사용자들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취업규칙을 보다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해 주는 지침을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알바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서울청으로 와서 알바노동자의 목소리부터 듣고 근로감독관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인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고용노동청은 해당 요구를 민원 형식으로 제출하겠다는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업무방해를 이유로 퇴거를 명령하였고, 경찰은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가기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해 검찰은 박정훈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에 대해 ‘퇴거명령불응’이란 사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하였다.

그로부터 약 2년 8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 5일, 검찰은 당시 서울고용노동청 항의방문에 참여했던 알바노조 조합원 중 14명에 대해 실형을 구형하였다. 이른바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1인당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 6개월에 달하는 실형을 구형한 것이다. 이 날은 박근혜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와 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된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날이었다.

근로감독관 제도, 왜 문제인가?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의 실시여부를 감독하고 지도하는 공무원으로, 사업장의 감독, 안전보건 감독, 노동활동과 근로자 일상업무에 관련된 인·허가 및 승인 사무를 수행한다. 근로감독관의 사업장에 대한 감독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수시감독과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노동자의 권리구제와 노사관계의 안정 및 사법처리에 대비한 증거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근로감독관 제도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 근로감독관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설명이 그저 허울좋은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규정상으로는 정기적으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알바노동자들은 근무한지 3~4년이 넘도록 근로감독관 구경도 못해봤다고 하소연할 정도이다. 또 근로감독관들은 임금체불 및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진정을 접수하러 와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를 들며 진정을 받아주지 않거나, 받아주더라도 실제 조사는 하지 않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불러 3자대면을 통한 합의나 취하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곤 한다. 근로감독관들이 증거확보 및 수집, 제출의 역할을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에게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설령 증거를 제출하여 부당노동행위나 임금체불이 인정되더라도, 행정처리를 통해 해당 사안이 시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보니, 증거확보의 어려움과 생계의 압박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사실상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들의 시정을 요구할 수가 없게 된다. 노동청과 근로감독관들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사용자들에게 임금체불 및 미납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알바노동자들의 서울고용노동청 항의방문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양대지침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촛불투쟁으로 정권이 바뀌고 당시 항의방문의 원인이 되었던 양대지침조차 현 정권에 의해 폐기되었다.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당시 항의방문을 한 노동자들에게 실형을 구형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에 대한 국가기관의 적대적 태도이다.

출처 : 알바노조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를 감독하고 압박하는 국가기관

지난 10월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검찰과, 허울좋고 유명무실한 근로감독관 제도를 규탄하는 알바노조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검찰에 의해 실형을 구형받은 14명의 노동자 중 한 명은 이 날 발언에서 노골적으로 사용자측을 편드는 근로감독관 제도에 대해 비판하였다.

일하던 곳에서 임금체불을 당하여 그것의 납부를 요구하였는데, 나에 대한 정보를 근로감독관이 사장에게 귀띔해 주었고, 그로 인해 해고당하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최은실 노무사는 노동자에게 적대적인 ‘노동기구’의 실상을 고발했다.

증거와 자료는 사용자가 전부 갖고 있는데도, 근로감독관은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임금체불, 직장내 괴롭힘 등이 있었던 게 정말 사실이 맞냐며, 거짓말 아니냐, 증거가 있느냐는 등 폭언과 고압적 태도로 노동자를 몰아붙이면서 수치심을 준다. 진정을 하러 온 노동자를 귀찮다며 내쫓은 근로감독관도 봤다. 결국 노동자는 구제를 받지도 못한 채 약자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느껴야만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병욱 변호사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는 사법기관의 태도를 지적하였다.

국정을 농단한 김기춘이 1년 6개월의 실형선고를 받았는데, 검찰은 국정농단을 전혀 하지 않은 알바노동자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하였다.

부당한 일을 당한 노동자들을 구제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연행과 실형 구형으로 화답한 고용노동부와 경찰, 검찰의 모습을 보면,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국가는 ‘자본가들의 위원회’라고 하는 맑스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국가기관의 그런 태도는 특히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취약노동자들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정권이 바꿔도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노동자 스스로 단결하고 조직화되어 힘을 발휘해야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바노조 실형 구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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