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노동자가 본 점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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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바노조]

[편집자 설명] 2019년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한 것으로 문재인이 직접 7월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약파기에 대해 사과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편의점주와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반적인 여론은 싸늘할 정도로 이들 편이 아니다. 편의점 업계의 최저임금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지 편의점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기고자는 작년 우리 매체에 「편의점 산업을 고속 성장시킨 건 바로 저소득의 늪」이란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글도 더불어 읽어보길 권한다.

그들은 왜 피켓을 들었나?

지난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편의점가맹협회(전편협)와 소상공인연합회의 기자회견이 나란히 열렸다. 소상공인들과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각자 손에 ‘최저임금 수용불가’, ‘최저임금, 나를 잡아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업종별 차등화, 최저임금 동결 등을 외쳤다. 이들은 만약 자신들의 요구가 무산될 경우 최저임금 지급불이행, 전국 동시휴업도 불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단체 이름에 ‘소상공인’과 ‘편의점가맹’이란 말이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대부분 자영업자 중에서도 5인 미만의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오롯이 매장 운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혹은 가족을 동원해 직접 가게를 지켜야하는 이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이렇게까지 모여 항의를 하고 집단행동을 예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살려달라는 아우성을 치게 만들었을까?

이들이 그날 모인 직접적인 이유는 이틀 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안의 부결이었다. 주로 청년층의, 단기성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편의점과 같은 업종에서는 현행과 같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고 따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그 동안의 그들의 요구였으나 그것이 무산되자 쌓인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의 절박한 염원을 공익위원들이 외면’했으며 사용자위원이 전원이 불참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임금을 ‘사업주와 근로자간 자율합의’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전편협은 2018년의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폐업이 속출’했으며 자신들은 ‘범법자’가 될 위기에 몰렸고 최저임금 동결 등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가게 안에 ‘현수막과 호소문을 게첩’하고 ‘전국 동시휴업‘까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이들의 주장은 언뜻 당연해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러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의문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첫째는 왜 하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이 시기에 그들은 나서야만 했는가이다. 물론 최저임금이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어려운 사정은 직원의 임금뿐만이 아니다. 본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원가를 제외하고 편의점에서 치러야할 비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편의점주들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기에 편의점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본사에 총매출이익의 30~50%를 지불하기로 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그들의 피 말리는 현실과의 싸움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다.

편의점에서 일하다보면 한 달에 최소 천오백은 나와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소한의 점포를 운영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 천오백만 원의 매출 이익을 달성해야한다는 말이다. 점주들은 매달 수익에서 3분의 1이상의 금액이 제외된 금액을 받아 임대료, 인건비, 카드 수수료, 전기요금, 기타 부대비용 등을 정산한다. 문제의 시작은 편의점주가 최초로 계약을 맺었을 당시에 시작되는 것이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매달 본사에 납입하겠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그들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정을 알고도 계약을 맺었던 편의점주들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릴 수 있을까? 나는 몇 개의 편의점을 거치며 일해 오는 동안 번듯한 직장이 있거나 불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점주를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은 각각 직장에서 퇴사압박을 받고 쫓겨난 명예퇴직자, 지나친 업무량으로 건강이 나빠져 퇴사한 전 IT 종사자, 지난 수십 년 간 해외에서 살다 돌아온 이민자 등이었다. 편의점은 주변부로 밀려난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편의점주라는 직함은 사장님 소리를 듣게 만들지 몰라도 그 실속은 노동자에 가깝다. 고객이 약정기간 안에 핸드폰을 해지하면 통신사에 큰 액수의 위약금을 물어야하는 것처럼 이들은 약정기간 5년 동안 매출이 적다고 당장 그만 둘 수가 없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며 버텨야만 한다. 본사는 이들의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홍보하지만 실상은 허울에 가깝다. 실질적으로 가맹점주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중간관리자일 것이다.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은 매일 같은 시각에 나와 매출을 정산하며 알바가 해놓은 일을 체크하고 상품마진이 큰 순서대로 물건을 주문한다. 이런 그들이 최저임금에 반대하고 나서는 장면은 마치 파업에 반대하는 중간관리자나 하청업체의 사장들을 떠오르게 한다.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이 싸움은 대리전의 성격을 띤다. 대기업은 영세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향한 칼날을 노동자로 향하게 만들었다.

생존 명령이 된 인건비 줄이기

단체로 항의에 나선 편의점주들을 보면서 들었던 내 두 번째 의문은 그들은 왜 그토록 최저임금의 차등화를 원하는 가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편의점에서 밤을 새서 일하면 야간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미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규모별 차등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여는 특성상 야간 수당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업종이지만 근로기준법의 예외조항으로 대부분 야간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르바이트가 학생이라서, 금방 일을 그만 두어서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업종에 노동자를 더 싸게 고용할 수 있도록 특별대우를 해달라고 하고 있다. 자신들의 ‘업계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그들이 노동자의 고통을 발판삼아 생존을 도모하며 먹이사슬의 포식자와도 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일 것이다.

영세상인들은 이런 저런 수당을 다 합치면 벌써 최저임금 수준이 1만원이 넘는다는 주장 또한 펴고 있다. 주휴수당과 업주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를 합치면 1만원이 넘으므로 이는 너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최저임금 1만원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7년 알바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주휴수당을 주는 사업장은 10% 남짓에 불과 했으며 4대 보험 가입비율도 15%로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에 비춰보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주면서 보험까지 들어주는 사업장은 극히 드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차라리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일만 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진정성 있게 들릴 것이다.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없는 진짜 이유

이번 기자회견에서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심야영업 및 종량제봉투 판매, 버스카드 충전 등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그들은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만 실제로 이룰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연이은 점주들의 자살 등으로 가맹사업법이 수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점주들은 본사의 눈치를 보며 심야영업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경우 전기요금 지원이 끊기고 수익배분율이 조정되는 등 본사가 강경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계약 갱신 시 30%의 배분율이 35%로, 35%가 40%로 되는 식이다. 앞서 얘기했듯 본사 수수료가 편의점주에게는 가장 많은 부담이다. 안 그래도 저소득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총 매출이익의 5%는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닐 것이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한 달 천오백만 원의 이익을 올렸을 때 75만원이며, 이는 하루 8시간 일하는 점주를 기준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알바의 시급을 1,500원가량 올려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지금까지는 점주들이 야간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었기에 심야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이상 심야영업이 힘들 것이다. 영세상인들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심야영업과 관련된 가맹본사의 착취 구도가 숨어있다.

기자회견 있은 지 며칠 후, 올해 최저시급이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자 전편협은 반발하면서도 예고했던 단체행동까지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차등안이 무산된 데에 따라 노사자율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두 단체 모두 자신들의 행동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갑을’ 관계로만 보고 ‘갑질’을 근절한다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을까? 나는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보다 근본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이익 구조와 인건비를 비용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문제는 반복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최저임금에서 촉발된 이 투쟁은 노동자와 영세상인이 빼앗겼던 본래의 몫을 자본으로부터 되찾아오는 투쟁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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