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실패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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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주] 필자의 이 글은 2016년 5월 해방연대에서 발행한 『왜 진보정치는 몰락했는가』라는 소책자에 포함된 세 가지 글 중 하나이다. 필자가 이 글을 『사회주의자』에 다시 게재하는 이유는 정세적인 판단 때문이다. 한국에서 ‘헬조선’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민중들의 눈에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안세력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 세력은 이를 대비하고 힘차게 전진할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롭게 사회주의 정당 건설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리 왜 이전의 사회주의 정당 건설 시도가 일차적으로 실패했는지 정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 글을 다시 게재한다. 이 글은 과거 10여년의 사회주의 정당건설 시도를 평가한다. 따라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낯선 내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평가작업이라 생각하고 글을 읽어주시길 당부한다.

진보정치가 몰락한 상황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진보정치는 이에 조응하여 급진화하지 못하고 우경화함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급격히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 내부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흐름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 조건의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회주의 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있다. 또한 사회주의 정당건설의 1차 시도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실패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된 것은, 실패한 이후 이렇다 할 자기평가도 없이 당건설운동이 흐지부지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은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요란한 자기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당건설 실패에 대한 평가조차 회피한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과거처럼 활동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추진위원회(이하 사노위)의 다른 구성원들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이하 계급정당추진위)를 거쳐 2016년 사회변혁노동자당을 창당했는데, 기존 활동에 대한 자기평가도 없이 조직명칭만 바꾸어 기존과 같은 활동을 반복하고 있다.

당건설이 1차적으로 실패한 상황에서, 제일 처음 해야 하는 일은 왜 실패했는가 하는 이유를 솔직히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주의 세력이 정작 사회주의 당건설운동이 왜 이렇게 실패했는지 평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실패한 것이 아니라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면 정말 큰일이다. 사회주의 세력에 유리한 객관적 정세 속에서 10년이 되도록 지지 부진한 상황에 대해, 그 이유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주의자로서 자격미달일 뿐이다. 자본주의 모순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세력이 지지부진한 것이라 자기 위안을 하기도 어렵다. 쌍용차,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문제로 전국적인 투쟁이 벌어지고, 희망버스라는 새로운 투쟁도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열심히 연대했지만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토대를 강화하는 성과는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지금 이러한 사회주의 세력의 상태로는, 어떠한 큰 파업투쟁이 벌어져도 사회주의 당건설로 귀결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로 우리가 실패한 이유를 솔직히 인식하지 않는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회주의 정당 건설은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1. 사회주의 정당 건설은, 당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사회주의 조직과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를 내걸었지만 대부분 활동에서 조합주의적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실패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2000년까지만 해도, 무상의료를 얘기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실제 2001년에 대다수 진보적인 의사와 교수들로 구성된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연합’(약칭 진보의 련)은 무상의료 등 진보적 보건정책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보건의료단체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었다. 하다못해 대한의사협회 등에서는 ‘사건관련자들은 사회주의 의료제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건강보험통합, 의약분업 강제시행 등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만천하에 명백히 밝혀졌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이러한 정책들은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빨갱이로 공격받았다.

하지만 민중들은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아차렸고, 적극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더 이상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는 불온한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이후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을 지나면서 비정규직은 더욱 확대되었고, 소부르주아 계급인 소상인들은 급속히 몰락하기 시작 했으며, 청년실업률의 증가, 빈익빈부익부 등 자본주의 모순은 점점 더 심화되었다. 이와 맞물려 몇 년 만에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세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 6월에는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목표로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이하 해방연대)가, 2008년 2월에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이 출범했다. 사회주의 세력은 자신의 강령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밝혔고, 현실 사회주의를 평가하고 새로운 사회주의를 추구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사회주의 선전보급활동도 일정정도 확대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 사회주의 세력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던 사회주의자들과 조직은 사회주의를 내걸었지만, 대부분 활동에서는 사회주의 당건설을 하기 위해 토대를 마련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조합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투쟁당시를 돌아보자. 쌍용자동차는 격렬한 가두투쟁과 공장점거투쟁을 통해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사회주의 세력은 쌍용차 투쟁으로부터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실천을 했는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금융공황이 시작되고 있었고, 2009년에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00년 역사의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시작된 공황의 여파가 번져가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정리해고 반대’라는 조합주의적 투쟁을 넘어서야 했다. 과잉생산의 문제로 발생하였고 자본주의 모순이 깊어갈수록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게 폭력적인 자본주의적 해결방식―정리해고 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현실화되지 못하더라도, 쌍용자동차만의 정리해고 문제가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것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도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도 중요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다수 사회주의 세력은 전투적 조합주의에 갇혀 있었다. 대중집회와 가두투쟁에 앞장서 참여했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무기인 생산수단의 사회화, 기간산업의 국유화라는 대안들은 강령 안에서, 투쟁평가 안에서만 존재하고 실천에서는 적극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이러한 평가는 사회주의 세력들의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4) 쌍용차 투쟁은 노동자투쟁이 아무리 전투적/비타협적 투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반자본(주의)투쟁/사회주의 건설과 연결/연속 되지 않고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또한 보여주었다. (2009년 8월 27일, 고민택(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준비모임), 「쌍용차 투쟁과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과제」 중)

또한 희망버스, 희망광장 등 새로운 형태의 투쟁이 등장했을 때, 대다수 사회주의세력은 조합주의에 갇혀 사회주의 정당건설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못했다. 2011년 초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조직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자, 희망버스라는 노동자 민중들의 자발적 투쟁이 한진중공업 투쟁을 대신 이어갔다. 희망버스 투쟁은, 2011년 6월 미국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는 광장점거투쟁과 맞물려 희망광장으로 발전되었다. 사회주의 세력은 이러한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특히 같은 시기 대학 등록금문제가 대학생들의 투쟁으로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던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을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실천은 매우 중요했다. 당시 적극적인 사회주의 실천을 위해 정치투쟁체를 여러 사회주의 조직에 제안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대부분 사회주의 세력은 총파업이 중요하고, 현장에서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사회주의적 실천을 회피하고 조합주의 활동에 머물렀다.

노동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주의자들 또한 조합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민주노조운동은 1996년 총파업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노동해방의 원대한 지향은 구호 속에서만 등장하고 있고, 임금과 고용문제에 조합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상황이 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 노동조합 다수에서 노사협조주의, 관료주의는 이미 도를 넘은 상황이고, 소위 말하는 민주와 어용의 구분도 애매하게 된 지는 오래다. 소규모사업장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자본의 탄압 속에 노동조합을 유지하기도 힘든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민주노조 활동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버텨내는 것으로 스스로를 좌파, 사회주의 활동가로 자위하고 있다. 매우 힘들어진 현장상황을 이유로 사실상 사회주의 노동운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노력은 실종되고, 퇴보한 노동운동 내에서 더 이상의 퇴보를 저지하는 조합활동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들 중에는 조합주의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는 조합주의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더욱 깊어질수록, 노동자들은 어렵지만 노동조합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중소영세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주의 활동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토대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사회주의자로 성장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극소수에 불과한지 그 이유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2.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주체가 되어야 할 사회주의자들 중 다수는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하였다. 사회주의에 대한 기본학습과 내면화가 취약하였고, 오랜 기간 지속된 수세적 노동운동의 관성으로 전반적으로 진취적인 분위기가 결여되어 있었다.

두 번째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실패한 솔직한 이유는 바로 사회주의 조직에 속해있고 사회주의자로 자임하는 상당수에게서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반공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에서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고는 그 장벽을 돌파할 수 없기 때문에, 정체성의 확립은 중요하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하지만 아직도 사회주의라고 하면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 같고, 과격한 것 같고,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뒤풀이 자리에서나, 교육에서는 사회주의를 간혹 얘기하곤 하지만, 자신의 활동 정체성이 되지는 못한 경우가 많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스스로도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이렇게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주의 기본학습과 내면화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운동전반에 교육이 많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무교육, 시사교양교육, 정세교육이 다수고, 기본학습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교육을 받을 때는 이해가 가지만 뼈대가 없는 교육은 산만한 지식들의 조각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참활동가의 경우는 예전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학습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여년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똑같은 운동을 반복하는 것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본가가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자본주의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임노동제를 철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노동자국가가 필요하다는 점 등은 예전에 한번쯤 들어본 내용 정도로 그치고, 실제 자신의 활동에는 전혀 반영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자신의 활동 속에 내면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하다보니, 자본주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진취적인 활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계속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정작 활동은 자본주의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기존 활동의 관성과 자본주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진취적인 활동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이 벌어졌다. 주체적 요건이 열악하다보니 투쟁방식이 주로 고공농성, 단식농성 등 극한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다수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동정적인 여론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아졌다. 마치 이런 투쟁을 하지 않으면 투쟁을 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지는 이상한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이제 노동자들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투쟁방식을 넘어서야, 진취적인 노동운동이 만들어진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사상, 사회주의 사상을 우리의 가장 주요한 투쟁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상적 무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배세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무기를 잘 활용한다면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 정리해고에 대한 대안,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 복지제도에 대한 대안 등을 마련하고 진취적인 실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침체된 운동에서 버티며 살아남는 수세적인 방식으로는 사회주의 당건설을 할 수 없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가를 폭로하고, 사회화된 생산을 노동자들이 운영하겠다고 하는 당당한 운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고, 기본학습과 내면화가 필수적인 것이다. 사회주의 당건설이 실패는 이러한 주체세력을 형성하는데 실패했고, 사회주의 조직들이 이러한 것들을 중요하게 보고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실패한 솔직한 이유로 사회주의 조직과 주체들 중 다수가 조합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해 나가는 데 있어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일차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이러한 것들로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조직과 사회주의자들이 관료주의와 단절하지 못하고, 종파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실패의 이유이다.

3. 관료주의적 변질과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고, 단절하지 못하였다

관료주의적 변질과 단절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민투위 문제’이다. 노동운동 내 좌파세력이었던 ‘노동자의 힘’(이하 노힘)은, 민투위 소속 노힘 회원들이 2005년 현대차 비정규직투쟁과정에서 류기혁 열사를 부정하고, 2007년에는 류기혁열사를 부정했던 민투위 이상욱을 지부장 후보로 추대한 민투위 소속 노힘 회원에 대해 조직적으로 명확히 징계하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처리하였다.

이에 해방연대는 2008년 공식적으로 민투위 소속 회원에 대한 징계와 노힘의 자기반성을 요구하였고, 그렇게 할 때에만 향후 건설될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 2005년 당시 열사논란을 야기하고 끝까지 열사 인정을 거부하였으며, 2007년 이상욱을 지부장후보로 추대하고 공동후보에 참여한 민투위 소속 회원들을 징계해주십시오.
2) 민투위 소속 회원들이 2005년, 2007년 2회에 걸쳐 잘못을 범했음에도 아무런 징계조치를 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동자의 힘은 공개적으로 자기비판해주십시오. (2008년 9월 3일, 해방연대, “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힘 회원 동지들의 분명한 판단과 행동을 요청합니다.” 중)

하지만 노힘은 해방연대의 요청을 결국 거부하였고,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관료주의에 오염되어 있음을 보였다.

노동자의힘은 2005년 국면에서의 논란,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의 문제’를 단지 노동자의힘 특정 회원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회원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토론과 실천을 통해 상호 정치적으로 재조직화하는 과정을 밟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08년 10월 20일, 노동자의 힘,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이 2008.09.03.에 보내온 <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힘 회원 동지들의 분명한 판단과 행동을 요청합니다>에 대한 답변” 중)

2008년 당시 노힘은 노동자계급 정당 추진위원회 건설을 위한 ‘추진 기구’를 제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운동적으로 부패, 타락한 사람들을 주변의 따가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요하게 보호하는 것이 드러나고 노힘 스스로도 이러한 관료주의에 오염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만약 그 당시 조직적 징계가 분명하게 이루어졌다면, 성장하고 있던 비정규직 철폐 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정당 건설 운동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에서도 사회주의 정당 건설 운동에서도 그 여파는 계속되었다.

노힘은 운동적으로 부패한 관료주의와 단절하지 못한 채, 2009년 초 조직을 해산하고 다수가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준비모임(이하 사노준)에 참여하게 된다. 사노준은 불과 1년만인 2010년 또다시 사회주의노동자당 추진위원회(이하 사노위)로, 2013년에는 사노위 다수는 다시 조직을 해산하고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서 후퇴하여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이하 계급정당추진위)로, 계급정당추진위는 사회변혁노동자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이름이 바뀌고, 사람도 일부 바뀌었지만 관료주의와 명확히 단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이런 상태로 사회주의 정당을 만들게 되면, 민주노조를 선도하는 정치조직으로 되지도 못할 것은 자명하다.

1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는 현재까지 ‘민투위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관료주의에 빠져있는 민주노조운동 상층부와 투쟁하지 않고서는 관료주의와 단절할 수 없고, 이런 상태로 건설된 정당은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절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을 주체로 건설되어야 하는 사회주의 정당이 관료주의와 단절하지 않고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4. 소부르주아적 자기중심주의와 종파주의적 행태가 만연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정당건설이 실패한 이유는, 소부르주아적 자기중심주의와 종파주적 행태의 만연 때문이다. 2008년도에 여러 사회주의 정파들의 결합으로 사노련이 결성되었다. 사노련은 초기 류기혁 열사 논란을 일으킨 노힘-사노준에 대해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 함께 할 수 없음을 내비쳐왔다.

중도주의 조직들이 모호함을 해결하고 과오를 털어버리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 연합을 제안할 생각도, 제안한 바도 없다. (2008년 3월 28일, 사노련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위한 연대와 결집의 방안” 중)

그러다 2009년 하반기 사노련은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사노준에 대한 중도주의 규정을 유보 …… 사노준이 중도주의로부터 벗어나 혁명적 사회주의로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당 건설 투쟁으로 나아가겠다. (2009년 9월 7일, 사노련,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 노동자 공동 정치투쟁단 제안에 대한 노동해방실천연대 답변에 대한 재답변서” 중)

사노련은 사노준이 제안한 공동토론회를 통해 사노준을 검증해서 사회주의정당건설에 함께 할 수 있는지 판단하겠다는 태도로 변화했다. 그리고 몇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민투위 문제를 비판하긴 했지만, 결국 사노준과 함께 사노위를 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사노련이 노힘의 관료적 변질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사노위를 결성한 것은 사회주의 세력으로서 불철저함을 드러내는 모습이고, 전형적인 소부르주아적 자기중심주의이다.

뿐만 아니라 사노련은 사노위를 제안한 주체였지만, 그 일부가 이행전략,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평가, 현장분회에 대한 입장 등 강령마련과정에서 먼저 탈퇴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무원칙한 이합집산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대중적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종파적 태도라 말 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 스스로가 이러한 전체적 과정에 대해 명확히 평가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 나서더라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 될 수 있다.

2012년 대선 이후 사노위는 해산을 하고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이하 계급정당추진위)를 구성하였는데, 사회주의정당건설을 추진하고 준비하다가 계급정당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 후퇴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치조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태도이다. 더 큰 문제는 또다시 사회변혁노동자당을 창당했는데, 사회주의를 내거는 것이 어렵다며 계급정당으로 후퇴해놓고는 지난 활동평가도 없이 사회변혁노동자당 강령에는 버젓이 사회주의를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에서 여전히 사회주의 정당인지 아닌지도 논란이 되기도 하고 있다. 같이 하고 있는 활동가들조차 당을 건설한다는 것인지 의심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사회주의 애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주의 정당은 아닌, 이런 자기기만적인 태도는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가로 막는 역할을 할 뿐이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해서는 이러한 태도와는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

마무리

사회주의자로 자임하는 활동가와 조직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사회주의 세력이 지지부진한 이유, 일차적으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실패한 이유를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전개될 사회주의 정당 건설운동은 실패한 이유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당은 노동자들의 투쟁시기에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에 대한 기본학습과 이를 내면화하는 것, 이를 통해 현장의 투쟁과 사회주의를 결합시키는 활동이 축적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은 여기에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조합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또 하나 관료주의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사실상 이에 기대어 있는 조직은 사회주의 조직이라 볼 수도 없고, 이러한 사회주의 정당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했던 말조차 아무런 평가 없이 순식간에 뒤바꾸는 소부르주아적 자기중심주의와 종파주의는 사회주의 운동에 해악만 끼칠 뿐이다. 이러한 경향과 내부적으로 투쟁하는 것이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서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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