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세에 사회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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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정세의 특징

폭발하기 시작한 민중의 분노가 거대한 물줄기가 되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게 만들었다.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PC 폭로 이후 민중은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10월 29일 3만 명의 촛불집회는 박근혜의 반복되는 거짓말과 뻔뻔한 버티기로 11월 5일 20만 명, 11월 12일, 19일 100만 명, 11월 26일 190만 명의 집회로 늘어났으며, 12월 3일에는 232만 명의 집회로까지 늘어났다. 11월 12일 이후의 집회는 정말로 ‘남녀노소’가 다 모였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집회였다. 역사상 이러한 집회는 동학혁명, 3.1 운동 같은 때를 제외하고는 발생한 적이 없었다. 집회의 규모가 계속 확대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민중의 박근혜 퇴진 요구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10월 29일 집회부터 박근혜 퇴진 요구가 나오기 시작해서 한 달여가 지나도록 이 요구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흔들리기는 커녕 박근혜 버티기에 짜증이 날대로 난 민중들은 12월 3일에는 232만 명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의 확고부동한 요구와 의지는 모든 정치세력을 압도해버렸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친박세력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버티기와 꼼수로 일관하다 민중의 의지 앞에서 완전히 무장해제 당하였다. 4월 퇴진을 내걸고 탄핵 흐름에서 이탈하려던 새누리당 비박계는 232만 명의 민중의 기세에 눌려 황급히 ‘탄핵열차’에 동승하고 있다.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퇴진, 하야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민중을 훈계하며 거국내각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퇴진대열에 뒤늦게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탄핵을 앞두고 또 한번 동요하였지만 이 동요 역시 민중의 기세 앞에서 멈춘 상태이다. 현 정세는 수구,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꼼수, 계산 모두가 무용지물인 시기이다. 이것들 모두는 민중의 투쟁과 의지 앞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정세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박근혜와 그 일당을 끝장내려는 민중의 투쟁과 의지이다.

민중의 의지가 확고부동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민중의 확고부동한 의지는 태산도 움직일 기세이다. 아무도 이 기세를 꺾을 수 없으며 이에 거스르려는 자는 패망을 면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면 민중의 의지가 확고부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라는 국가 권력 사유화가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분명하다. 또한 박근혜의 연이은 거짓말과 꼼수가 민중의 분노를 증폭시킨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확고부동한 민중의 의지를 설명할 수는 없다. 민중의 의지에 부침이 있을 수도 있고,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현실론이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음에도, 민중의 의지가 요지부동인 것은 보다 더 중요한 저변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의 이유는 박근혜가 집권 이후, 민중의 투쟁으로 쟁취한 제한된 민주주의조차 차례차례 유린하고, 급기야는 역사교과서조차 왜곡하려는 것에 민중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민중의 삶이 오랜 기간 동안 악화일로에 있고, 이것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에 대해 민중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 특히 청년실업은 지배계급이 해결하겠다고 20년 동안 공언했지만 지배계급은 그 해결에 완전히 실패하였다. 청년실업은 지금 최악의 상태이다. 청년들은 사회생활 첫 단계에 커다란 좌절을 맛보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청년들이 쉽게 공감하듯이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빚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문제는 고질화되어 사회의 재생산마저 위협하고 있다. 인구는 고령화되는데 조기퇴직이 만연하고,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대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노인빈곤과 노인자살율이 OECD 국가 중 1위인 지경이다.

박근혜정권이 알량한 수준의 민주주의조차 유린한 것, 삶의 고통이 악화일로에 있는 것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누적되어 왔는데, 일부언론에 의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폭로가 누적되어온 분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민중들이 울고 싶을 때 ‘최순실사건’이 민중의 뺨을 때려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순실사건’이 누적되어온 엄청난 규모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번 폭발하기 시작한 민중의 분노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현정세의 해결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태도: 자본가의 태도, 노동자·민중의 태도

현재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비박이 ‘탄핵열차’에 동승하면서 박근혜와 친박이라는 수구세력의 한 분파는 이미 정치적 생명을 다하였다.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의 자리에 있지만, 박근혜에게 남겨진 것은 퇴진 혹은 탄핵, 처벌뿐이다. 무려 4년 동안 권력을 쥐고 갖은 패악질을 하던 세력이 이제 정세에서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들은 결국 각자도생하며 자신의 몸을 의탁할 정치세력을 찾아 갈 것이다. 비박은 정치생명을 연장하겠지만 이들 역시 당분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 친박 보다는 덜 궁색하겠지만 이들 역시 자신의 몸을 의탁할 정치세력을 찾아 갈 것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남는 세력은, 당분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지배계급과 민중인데, 이 둘 사이에는 현재는 많은 공통점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곧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수구세력의 다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들 외의 지배계급은 앞으로 각 분파가 서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하나의 동일한 점이 있다. 이들 모두는 겉으로 표현하는 말과는 달리, 똑같이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이다. 때문에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이들 각각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 당,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례 신문 사이에는 물론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현 정세에서 똑같이 추구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박근혜정권류의 반동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권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권을 세우는 것, 민중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사회적 대립을 완화하는 개혁조치를 도입하는 것, 그래서 ‘합리적인’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민중의 투쟁과 요구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급진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지금은 탄핵찬반으로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차를 두고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한 것은 ‘무질서한 퇴진’이 자칫 민중의 투쟁과 요구를 급진화하는 뇌관의 역할을 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현재의 정세가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개혁을 도입하는 것으로 수습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민중은 박근혜의 즉각퇴진과 구속, 그 ‘부역세력’에 대한 철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은 처음부터 ‘질서있는 퇴진’을 배격해왔다. 또한 민중은 박근혜의 퇴진만으로 삶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박근혜 퇴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민중은 이번 투쟁을 계기로 삶의 고통이 해결되고,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는 체제가 출현할 것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쟁할 의지도 갖고 있다. 즉, 민중은 박근혜퇴진투쟁이 자신들의 고통스런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정세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귀결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민중 사이에는 서로 다른 두가지 태도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중 우리 사회주의자들이 선택해야 할 것은 당연히 노동자, 민중의 태도, 노동자, 민중의 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이를 최대치까지 밀고 가야 한다.

2. 사회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현 정세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그것은 과제를 설정할 때 주체적 조건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결정적 시기에 사회주의자들은 1차 당건설 시도의 실패로 당이라는 조직적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만약 현재 사회주의자들이 당을 갖고 있다면 과제를 보다 공세적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매우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냉정히 고려하여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1) 무조건적인 박근혜의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며 투쟁한다.

민중은 무조건적인 박근혜의 퇴진과 구속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계속 투쟁할 의지도 갖고 있다. 그래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다도 탄핵절차와 무관하게 민중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당연히 무조건적인 박근혜의 퇴진과 구속이 사회주의자들의 투쟁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또한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근혜에 협조한 세력인 재벌, 수구언론, 새누리 척결투쟁을 전개한다. K-스포츠, 미르 재단에 자금을 낸 재벌을 공범으로 규정하고, 재벌해체 투쟁을 전개한다. 수구언론이 박근혜정권을 비호한 사례들을 폭로하여 수구언론의 기만적인, 박근혜와 친박과의 선긋기(가령 조선일보의 ‘가짜’보수 대 ‘진짜’보수론)를 폭로한다.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여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을 소환하는 투쟁을 진행한다.

2) 민주주의 확장투쟁을 전개한다.

지난 10여년간 민주주의는 퇴보를 거듭해왔다. 제한된 민주주의였음에도 이마저 유린당하였다. 전교조 법외 노조화, 노동권 개악 등 유린된 것을 회복하고, 테러방지법 등 악법을 폐지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투쟁을 전개한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등 악법을 폐지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 등 사회곳곳에서 억압적 구조를 공격하여 민주주의를 확장한다.

3) 진보세력의 거국내각 참여에 반대하고, 거국내각에 참여하려는 진보세력을 타격한다.

앞부분에서 언급하였듯이 현정세의 귀결에 대해서 자본가의 길과 노동자, 민중의 길은 서로 대립한다. 이 둘 사이의 모순을 애매하게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앞으로 상황의 전개에 따라 박근혜의 퇴진 혹은 탄핵 후 거국내각이 구성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 진보세력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자본가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정세의 자본가적 수습책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이에 반대하여야 한다. 민주대연합의 연장으로 거국내각에 참여하려는 사이비진보세력이 있을 수 있는데, 사회주의자들은 이들을 기회주의세력으로 규정하고 타격해야 한다.

4) 노동자, 민중의 체제 변혁의지를 고양시킨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다시 강조하여 말하면, 민중의 의지가 확고부동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본주의가 야기한 악화일로의 삶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들은 삶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퇴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체제가 출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중들은 삶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사회구조, 사회체제가 수립되어야 함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를 위해 투쟁할 각오도 갖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를 보다 명료한 형태로 주장함으로써, 민중의 자연발생적 의식을 체제변혁의식, 의지로 고양시켜야 한다.

이 과제를 실천할 때 사회주의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선전과 선동을 혼동하지 말고 잘 결합시켜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삶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야기하는 자본주의체제를 변혁하고 사회주의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선전해야 한다. ‘사회주의자’와 같은 매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전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시기와 같이 민중의 의식이 급속히 각성되고 있는 시기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것과 함께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체제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동하는 것을 결합해야 한다. 비록 막연하다고 할지라도 ‘현재와 같이 살 수는 없다.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라는 민중의 의식과 의지를 고양시키는 선동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의식과 의지는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아니며 계속 발전하지 못하면 다시 기존의 의식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세가 지금처럼 역동적으로 전개될 때, 사회주의자들의 선전활동과 결합하면 급속하게 사회주의의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며 적극적으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

5) 사회주의의 선전보급을 확대한다.

현재의 주체적인 조건을 고려할 때, 사회주의자들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을 양성해내는 것이다. 사회주의노동운동을 강화하고,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사회주의자들을 양성해내야 한다. 조합주의적 활동에 빠져있는 활동가들을 모은다고 해서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점은 우리가 2008년 이후의 1차 당건설시도가 실패한 경험에서 도출한 뼈아픈 교훈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소책자 『왜 진보정치는 몰락했는가』에 실린 이영수의 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실패한 진짜 이유」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회주의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주의 선전보급활동부터 착실하게 실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사회주의자’는 실제로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며, 단지 사회주의자로 행세하는 사이비 사회주의자일뿐이다. 앞으로 사회주의운동에 참여하려는 신참활동가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역량을 갖춘 사회주의자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회주의학습운동을 전개한다. 아울러 조합주의적 활동에서 벗어나지 않고 기존의 관성적인 운동에 안주하려는 고참 활동가들의 낡은 의식틀을 깨는 재학습운동을 전개한다. 이를 통해 격변기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노동운동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이것이 사회주의정당 건설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자본주의가 야기한 삶의 고통과 박근혜 정권에 의해 자행된 퇴행에 분노하여 민중이 궐기하였다. 폭발하기 시작한 민중의 분노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모든 정치세력을 압도해버렸다. 현 정세가 자본가들의 바람대로 수습될지, 민중의 바람대로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지금과는 다른 체제로 귀결될지는 향후 투쟁이 결정할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민중의 길을 따라 이를 최대치까지 밀고 가야 한다. 이러한 기본방향에서 필자는 거칠게나마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설정해보았다. 이 과제들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체역량이 강화되고 이 주체역량의 강화 덕분에 보다 더 과감한 과제들을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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