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중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0
1500
[사진: Get About 트래블웹진]

[특집: 한반도 정세]

올 초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여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뿐 아니라 5월말 6월초에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회주의자』는 한반도 정세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다음과 같은 순서로 특집 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① 미국은 오랜 한반도 개입을 끝내야 한다는 역사적 판단을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②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③ 역사적으로 검토한 한반도 문제와 미국
④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중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남한의 수구정권이 일으킨 시너지는 수년간 한반도를 ‘일촉즉발’이라는 말조차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의 극한적 대립상태로 몰고 갔다. 그러던 분위기는 현재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타고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으며, 이는 대량살상을 동반할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남한의 진보세력에게는 이 정세를 적극 활용하여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던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문제들을 쟁점화하고 이것의 해결을 미국, 북한, 남한 모두에게 요구해야 할 과제가 주어져 있다.

하지만 분단 상황이 고착되고 군사적 긴장이 일상화되자 일각에서는 위와 같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단순히 민족적 감정을 넘어 남한 민중들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생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중들의 실제 삶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과도한 군사비, 그리고 민중에게 돌아오는 무거운 부담

우선 한반도의 분단 및 군사적 대립이라는 지금의 상태는, 군비지출이라는 형태로 민중들의 삶을 옥죄고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북한과의 대립에서 군사적으로 뒤처져선 안 된다는 명분으로 남한은 경제규모나 잠재력에 비해 과도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군사비 지출액은 2007년의 276억 달러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12년에는 328억 달러, 2016년에는 372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39조원)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오면서 세계 10위를 늘 유지해왔다. 2016년을 기준으로 군사비 지출액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율의 순위를 매길 경우 남한은 2.7%로, 10개국 중 4위이다. 이는 중국(1.9%)보다도 높은 비율이며, 군사비 지출액이 세계 1위인 군사대국 미국(3.3%)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한정된 자원 하에서 높은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로 많은 비용을 투하하다 보면, 그 반대급부로 교육, 의료, 사회보장 등 각종 복지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남한은 국방비지출 세계 10위에 무기수입 세계 8위를 기록한 반면, 사회복지비 지출에 있어서는 OECD 34개국 중 33위라는 사실상 최하위 수준에 있다.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수립할 경우, 남북한 모두 이러한 군사비용을 민생에 돌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녹색연합에서는 F-35 전투기 40대를 구입하여 30년간 유지할 비용인 34조원이면 노령인구 93만 6천명에게 향후 30년 동안 기초노령연금을 현재 수준에서 매달 10만원씩 추가로 더 지급할 수 있으며,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4대를 구입하여 20년간 유지할 비용인 6조원이면 34곳의 지방의료원을 90년 이상 유지 및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단으로 인한 정치지형의 왜곡, 진보운동의 성장 방해

한반도에서 분단과 지속적인 군사적 대립상태는 한국사회 및 한국의 운동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쳐왔다. 노동계급을 포함한 민중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급진적 대안의 등장 및 쟁점화를 방해해왔던 것이다.

우선 분단체제는 수구세력이 계속 준동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주었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를 보면 지배세력은 ‘북한의 위협’이라는 카드를 늘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안보 이슈가 다른 모든 논의들을 압도하는 효과를 늘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의 일들만 놓고 보아도,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강화되자, 정권 및 수구세력은 이러한 정세를 자신들의 입지 강화 및 저항세력 제거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하였다. 안보를 핑계로 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및 온라인 댓글공작을 비롯한 여론조작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있었으며, 이것이 지난 10여 년간 여론을 호도하고 진보운동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2014년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종북주의 낙인을 덧씌우고 이들이 내란을 모의하였다는 억지 혐의까지 뒤집어씌워 강제 해산시키는, 부르주아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정당결성의 자유 침해, 사상의 자유 침해라 할 만한 일이 버젓이 자행되기도 했다.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통일운동이나 평화운동뿐만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운동에도 악영향을 끼쳐왔다. 자본가들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번번이 불어오는 북풍 때문에 위축되고 부차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구세력의 전가의 보도 국가보안법은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반독재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진보적 세력의 등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의 책> 탄압처럼 최근까지도 국가보안법은 진보운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분단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정당화되어 왔다.

한편 분단에 기생하는 수구세력의 존재는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세력을 진보로 착각하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낳음으로써, 운동지형을 왜곡시킨다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출고한지 수십 년 된 고물차가 폐차장으로 가지 않고 버티면서 억지로 굴러다니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중고차가 마치 새 것 같아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정치지형에서는 자유주의세력이 노동자계급을 기만하기가 매우 쉬워지며, 노동자 민중이 자신들의 정치를 직접 펼치기보다는 자유주의세력의 이해관계를 자신의 이해관계로 착각하고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는 자유주의세력들이 수구세력 척결이라는 과제를 끝까지 철저하게 이행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구세력이라는 더 낡은 세력이 있는 상태에서는 자유주의세력이 상대적으로 더 민주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수구세력이 없어질 경우 자유주의세력의 체제옹호적 본질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유주의자들 역시 지금의 분단체제를 이용하면서 수구세력을 남겨 두고 그것을 핑계 삼아 노동계급의 요구가 전면화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한반도 분단상태와 군사적 대립상태의 종식은, 분단체제에 기생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어 온 수구세력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이는 박근혜 탄핵정국부터 제기되었으나 아직 완결되지 못한 역사적 과제인 수구세력의 척결을 더욱 촉진할 것이며, 그와 함께 자유주의세력들의 본질을 폭로하고 노동자 및 민중의 급진적 요구를 전면화할 기반을 만들어낼 것이다.

70년의 분단체제를 끝장내고, 오랜 질곡을 타파하자

지금까지 살펴 본 바를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은 결국 한반도 전체 민중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필수적 조건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이것을 다 떠나서 직관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전쟁은 수많은 민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국가 간의 총력전으로 비화하게 되며, 상대의 생산력과 전쟁지속의지를 약화시킬 명분으로 민중에 대한 대량폭격과 민간인학살이 일상화될 것이다(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비롯한 20세기의 여러 전쟁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전 지역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각종 대량살상무기의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한 방사능피해 및 환경오염은 수 세대에 걸쳐 한반도 전체 민중들의 생존 자체를 난관에 빠뜨릴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지금까지 수많은 민중들의 희생과 운동을 통해 일궈낸 진보적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고 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7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유지된 분단체제는 한반도 내의 자원을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배분하지 못하게 하였고, 이미 박물관에나 전시되어 있어야 할 수구세력이 오랫동안 집권하며 민중들을 탄압하게 만들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중의 삶 개선과 운동의 성장 및 확산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과제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언제나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문제를 전면에 이슈화하고 이를 강력히 요구하는 운동을 광범위하게 만들어냄으로써 그 기회를 잡을 때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