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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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Photo/Ahn Young-joon]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차례 취소 소동이 있었지만 이제 회담 시작 시각, 장소도 확정되어 회담은 예정대로 열리게 되었다. 필자는 트럼프의 회담 취소 소동 때에 회담의 개최에 대해서 낙관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한반도에서 모순이 누적될 대로 누적되어, 실제로 전쟁이라는 대 파국으로 갈 각오가 아니라면 미국의 트럼프가 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끝나게 될지 아닐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정세의 흐름을 볼 때 회담이 파탄 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가 여러 차례의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시점에서 회담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일단 회담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신 이 글에서 필자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점들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여러 번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마다 독자들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북미정상회담이 놓인 역사적 위치

어떤 사건의 실체, 본질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놓인 전후 맥락, 역사적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야말로 그런 경우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일제히 트럼프가 김정은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정상회담은 오랜 협상의 마지막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트럼프가 이 순서를 어겼고 오랜 협상은 전문가들의 일인데 트럼프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었다. 덧붙이는 것은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트럼프가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주류 언론의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하나의 맹점은 이들이 주장하는 회담형식이 이미 과거에 실패한 형식이라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맹점은 북한의 핵보유는 핵보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체제 보장’,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다른 목표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이들이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맹점의 뿌리는, 이들 주류 언론이 제국주의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으로서 현상유지를 바라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결여된 데에 있다.

트럼프의 집권 이후 1년간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한 트럼프의 말은 전쟁, 그것도 핵전쟁이었다. 북한은 작년에 수많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하였다. 현상만을 본다면 전쟁 직전의 양상이었다. 그런데 3월에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가 불과 몇 십분 만에 이를 수락하였다. 이러한 현상만을 보면 정세는 ‘기적적’으로 급변하였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 뒤에 있는 본질을 파악하고,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면 정세는 ‘기적적’으로 급변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한반도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기간만 세어도 이미 70여년이 된다. 미군이 진주한 해인 1945년에 태어난 아기는 이미 70이 넘은 노인이 되었다. 이 기간에 북미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1953년에 전쟁이 실제로 끝났음에도 대치상태는 60여년 지속되어 왔다. 북미사이의 관계가 전쟁직전상태로 간 경우만 수차례이다. 그리고 아직도 북한과 미국은 정전상태에 있다. 북미간의 대치와 공방은 점점 더 격화되었고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붕괴를 기다렸지만 북한은 소형 핵탄두와 ICBM을 결합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핵무장력을 고도화시켰다. 북한의 핵무장력은 이제 미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응해야 했는데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 결국 미국은 대파국이냐 협상이냐의 갈림길에서 협상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상에서 압축적으로 한반도에서 북미관계의 전개양상을 요약하였다. 이를 보다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북미 사이의 적대적 모순은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누적될 대로 누적되어서 상호 대 파멸로 가거나 협상에 의한 해결로 가거나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였다. 미치거나 바보가 아닌 트럼프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역사의 변증법에는 역설적인 것이 많다. 모순이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 때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어느 쪽이나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남아있거나 남아있다고 믿는 경우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순이 무르익으면 문제는 오히려 분명해진다.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더 적어지고 이를 인정하는 순간 변화는 급격하게 시작된다. 한반도에서 북미간의 관계가 그렇다. 필자가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점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동에서도 회담개최에 낙관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2. 보다 현실에 가까워진 트럼프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이후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의 여부는 트럼프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트럼프가 수락에서 협상개시 시점까지의 기간 동안 현실에 대해 보다 실제적인 인식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또한 한차례의 북미간의 말싸움 과정에서 협상개시 전에 북한과 미국이 서로 원하는 점을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보다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정치적 내용에 있어서 매우 반동적이다. 이런 트럼프가 미국 정치계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그래서 워싱턴의 주류 정치계와 주류 언론과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다. 이런 트럼프가 우리의 주체적 입장에서 볼 때 오바마, 민주당류와 비교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유리한 조건인 것은, 그가 위선적인 격식을 싫어하고 문제의 실제 지점으로 곧바로 들어가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였으면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개시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필자의 지난 글(「미국은 오랜 한반도 개입을 끝내야 한다는 역사적 판단을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에서 인용하였듯이 트럼프는 회담 수락 후 초기에는 자신의 압박정책과 전쟁위협이 김정은을 대화의 자리로 나오도록 한 것으로 착각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조성된 대화 국면에 자신이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아니었다면, 특히 내가 없었다면 그들(남북한)은 아무것도 논의하지 못했을 것이고, (평창 겨울) 올림픽은 실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중앙일보』, 4월 18일자 기사). 이러던 트럼프가 최근까지의 일련의 회담준비 과정에서 실제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트럼프는 회담을 얼마 남기지 않고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회담이 여러 번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방미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후 “(북미 정상회담은)프로세스의 시작”이라며 “6월12일에 뭔가에 서명할 생각은 없다”고 언명했다.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의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을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은 시사한 셈이다.
북한 핵의 신속한 CVID를 압박하는 자세에서 후퇴해 “단계적으로 동시 병행적인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에 일정한 배려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시스』, 6월 4일자 기사

이로 미루어 트럼프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회담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담을 파탄 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주장에 대해 현실적인 고려를 하고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3.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는 미국의 세력들

지난 몇 달간의 사태 전개를 살펴보면 미국의 다수 세력들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를 대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군산복합체는 볼턴, 언론 등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를 할 의사가 없다,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가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북한이 CVID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공화당 역시 트럼프에게 경고를 하였다.

척 슈머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상원 지도부는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 등은 서한에서 ▲핵·생화학 무기 해체, ▲군사적 목적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농축 중단, ▲핵 실험장과 연구·농축 시설 등 핵무기 인프라 영구 해체, ▲탄도미사일 시험 전면 중단 및 해체를 요구했다.
특히 비핵화 검증과 사찰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북한의 부정행위를 차단하고 탐지할 수 있는 별도의 감시 체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 등은 북한과의 협상결과가 이 같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미치 맥코널(켄터키) 상원의원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사랑에 빠지지 말고 세세한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전했다.

『연합뉴스』, 6월 5일자 기사

주류 언론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반복하여 게재하고 있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의 실천적 결론은 오바마처럼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거나 북한의 붕괴를 촉진하는 것밖에 없다. 이들은 사실상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밝히고 있는 것인데 다만 이를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미국 내 사정을 보면 북미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더라도 이것이 현실에 옮겨지기까지에는 앞으로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는 미국 내 세력들이 앞으로 준동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맺으며

이상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점들을 살펴보았다. 필자가 강조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역사적 관점, 변화발전이라는 변증법적 관점에서 보라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불확실한 북미정당회담 결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고 현상유지를 위한 국내, 국외 세력의 준동이 있겠지만 한번 시작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의 길은 결코 되돌려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시대의 대세가 더욱 더 강해지도록 모멘텀, 동력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앞으로 한반도는 격동의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낡은 구조에 기생하던 세력들은 몰락의 처지에 서게 될 것이고 반대로 분단, 반공체제에 억눌렸던 노동자, 민중의 잠재력은 현실의 힘으로 전환되어 분단구조에 의해 뒷전으로 몰렸던 중요한 문제들을 현안의 문제로 떠오르게 만들 것이다.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삶의 문제 해결, 철저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한반도 전체를 휩쓸게 될 것이다. 역동적인 시각을 갖고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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