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의 한 형태, 담론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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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일보(좌), 뉴시스(우)]

1. 담론투쟁의 의의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은 경제투쟁, 정치투쟁, 이론(사상)투쟁의 세 가지 기본 형태를 갖는다. 그 만큼 이론(사상)투쟁은 경제투쟁, 정치투쟁 못지않게 중요한 투쟁이다. 이론(사상)투쟁의 중요성은 노동운동 내 기회주의적 조류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이론 활동의 경시, 이론(사상)투쟁의 경시라는 점, 반대로 역사상 노동운동의 활기찬 발전은 항상 왕성한 이론 활동과 사상투쟁을 동반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엥겔스는 그의 「『독일 농민 전쟁』 제2판과 3판 서문」에서 당시 독일의 노동자운동과 영국의 노동자운동을 비교하면서 전자가 활기가 있고 후자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론투쟁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독일 노동자들이 이론적 감각을 갖는 것과 달리 영국의 노동자운동은 일체의 이론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이 그 잠재적 역량에 비해 활기차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론(사상)투쟁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점에 있다. 중요한 투쟁 형태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론(사상)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담론투쟁도 이론(사상)투쟁의 한 부분이다. 계급, 세력들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현실에 대한 판단, 미래에 대한 전망, 과거에 대한 해석 등을 체계화하여 담론을 생산하고 전파하여 자기 계급, 세력을 통일하고 다른 계급,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제압한다. 이것이 담론투쟁이다. 한 사회가 커다란 변화를 겪는 시기에 담론투쟁은 더 격렬해진다. 한국 사회에는 그것의 내용이 어떤 수준에 있든 현재 치열한 담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현재의 담론투쟁의 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대응방향을 밝히도록 하겠다.

2. 담론투쟁의 양상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담론투쟁의 양상을 크게 자본가 정치세력, 사회주의, 진보세력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투쟁을 살펴본다.

1)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투쟁

현재 수구정치세력과 자유주의세력 사이에는 요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방면에 걸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가장 포괄적인 공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수구세력은 우선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이들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를 통해 독재체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는 좌파사회주의정책인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망하여 민생이 파탄났으므로 시장주의, 투자활성화, 기업친화적 문화형성으로 정책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세력은 촛불정세에 무임승차하여 집권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집권 초반시기에 박근혜 정권과의 대비 효과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자신의 권력투쟁용으로 활용하였을 뿐 실제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문재인 정권 역시 악화일로의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남에 따라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80%대에서 40%대로 급락하였다. 그러자 자유주의세력과 문재인 정권은 수구세력의 약점을 부각시켜 대비효과로 지지율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자유주의세력은, 자유한국당은 친일세력의 후예이고 이들이 기득권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친일청산을 통해 이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속적으로 친일청산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발생한 아베의 수출규제 도발은 호재였다.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세력은 이에 민족주의적 선동으로 대응하며 한일간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시켰다. 경제문제에서 자유주의세력은 수구세력의 허술한 공세에 대해서조차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자유주의세력은 보잘 것 없는 ‘민중에 대한 양보조치’조차 무효화시키면서 친자본, 친재벌정책을 강화하였다. 최근 발표된 2020년 경제정책에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고 투자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떠올랐다. 토목, 건설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던 공언도 없던 말이 되었다.

경제문제에서 문재인 정권이 대부분 전임 정권들의 정책으로 사실상 회귀하여 가장 두드러지는 공방의 요지는 서로를 좌파독재 혹은 친일로 규정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가 정치세력 내 담론투쟁의 양상은 한 눈에 보아도 허구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문재인 정권은 전형적인 자유주의 정권이고 정책에서 좌파사회주의적 성격을 갖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공을 생명줄로 삼는 수구세력에게나 문재인 정권이 좌파로 보일 뿐이다. 친일청산을 시대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는 것 역시 허구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투쟁 수준은 저열하기 이를 데가 없다. 담론이 실제에 기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절실한 문제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저열한 수준에 경멸을 보내는 것으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담론 수준이 바로 지배적인 자본가 정치세력의 수준이고 이것이 아직도 현실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을 들여 이들의 담론투쟁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런 특징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이들의 담론투쟁의 약점을 손쉽게 공격할 수 있고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던가?

자본가 정치세력 담론과 담론투쟁의 첫 번째 특징은 과거지향적이라는 점에 있다. 수구세력의 시각은 여전히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공, 안보, 경제성장이라는 담론은 박정희시대의 구호를 그대로 빼닮았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박근혜였는데 최근 황교안의 언행을 보면 이에 못지 않다. 자유주의세력의 시각은 1980년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다수가 이미 변혁투쟁을 포기한 세력이지만 당시의 시각에서 현재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는 민주 대 반민주가 여전히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구도이다(이들은 과거에 반외세 자주화를 반독재민주화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보았지만 현재는 친미일변도의 무력하고 퇴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과 담론투쟁이 과거지향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한 사회학자가 적절하게 지적한 시평이 있어 인용해본다.

둘째,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가 충돌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가 허황한 장밋빛 미래로 기만하는 것이었다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벽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선은 1970년대에 고정되었다. 대통령의 부친이 대통령이었던 그 시절의 사고방식, 문화, 정책, 관행, 그리고 그 시절 이후 누가 배신자였는지 아니었는지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386이 20대였던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완수하지 못한 개혁을 바라보고 있다. 그 스스로도 남들과 똑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흠결을 몸에 묻혔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던 1980년대의 상징과도 같은 후보자와, 그 후보자를 질타하며 1970년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일부 청문위원들을 2019년의 한 화면에서 보는 것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 조국 후보자를 임명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예상이 과연 맞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설사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한국당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동안 한국당이 1970년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말해왔다면 흔들린 민심은 그들의 몫이 될 수도 있었을 터이다.

(경향신문 9월 9일자 시평, 「[장덕진의 정치시평]조국 임명···좌우 아닌 위아래 ‘격돌의 시간’」)

이들의 담론투쟁의 두 번째 특징은 서로를 공격하여 여기서 반사이익을 얻는 전형적으로 부정적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전투구의 양상이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자본가정치의 역사에서 요즘처럼 말이 과장되고 험악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이전투구 속에서 적대적 공생관계가 작동한다는 것이 세 번째 특징이다. 만약 수구세력이 박근혜의 탄핵과 함께 이미 정리되었다면 민중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고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구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면서 갖은 시대착오적인 망발(5.18 북한군 개입, 주 100시간 노동 허용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더 이상 폭락하지 않고 있다. 수구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중이 자유주의세력에게 인질로 잡혀 이들을 지지하게 되어 자유주의세력의 지지율도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자유주의세력이 ‘적폐세력’을 청산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과 담론투쟁의 네 번째 특징은 현재의 문제에 대해 낡은 처방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수구세력의 한반도문제에 대한 정책이나 경제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의 그것 그대로이다. 박근혜가 탄핵 당했고 압도적 민중이 이를 환영했음에도 수구세력은 아직도 박근혜와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세력은 수구세력과 비교할 때나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이지 미 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에 찬성하고 있다. 경제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와 대부분 같아졌다. 이들의 담론에서는 진취적인 미래의 전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들의 담론에서 주로 동원되는 것은 과거이지, 결코 현재와 미래가 아니다. 특히 촛불집회에서 집중적으로 분출된 악화일로에 있는 민중의 삶의 문제는 이들의 담론에서 제외되거나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이 이러한 특징들을 갖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당면의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 시기 가장 절박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는 악화일로의 민중의 삶의 문제이다. 민중들은 오랜 기간 계속되는 삶의 악화 문제가 해결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을 수 있게 될 것을 갈구하고 있다. 이것은 수많은 여론조사에서도 반복되어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민중의 대다수는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이 문제는 지난 십 수 년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현재도 그러하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것은 교대로 집권해 온 자유주의세력, 수구세력 모두 악화일로에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악화일로의 삶의 문제(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확대, 높은 전월세가, 급증하는 부채 등) 해결은 대부분 자본주의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고 이 문제는 자본주의에 손을 대지 않고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데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두 자본가 정치세력의 자본가계급적 속성이 이들의 담론을 과거지향적, 허구적,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만들고, 이들의 담론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역사적 한계에 몰려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고 통치능력을 상실해가는 자본가계급의 속성이 그들의 담론을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만들고 전망 부재의 담론으로 만든 것이다.

2)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담론투쟁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투쟁의 양상을 살펴보다 보면, 자본가 정치세력에게 불리한 조건이 오히려 사회주의, 진보세력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절박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민중의 삶의 문제들이 자본주의가 야기한 것으로 자본주의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촛불 정세 이후 수구세력이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수구 대 자유주의, 반민주 대 민주의 대결 구도가 모든 문제를 뒤덮어 버리던 상황도 과거의 것이 되었다. 이것 역시, 사회주의, 진보세력에게는 담론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게 하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우리 『사회주의자』를 포함한 사회주의세력, 진보세력은 촛불집회 이후 ‘문제는 자본주의다’, ‘사회주의가 답이다’라는 것을 기본 기조로 하는 담론들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전파해왔다. 당초의 기대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이러한 담론들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 자유주의세력으로 변질되지 않은 진보세력은 점차 사회주의적 담론에 공감하며 급진화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급속하게 변한 정세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론은 기본적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구성되는데 자본주의, 사회주의, 계급 등의 단어가 여전히 우회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주의 조직을 표방하는 조직에서 나오는 문건에서조차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보기가 어렵다. 이것은 그 만큼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변화된 정세에 빠른 속도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계급과 같은 핵심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담론투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3. 담론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많은 사람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수구세력, 자유주의세력의 공방을 보다 보면 그 저열함과 지리멸렬함에 지겹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이들 사이의 담론투쟁이 이처럼 저열하고 지리멸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자본가계급과 자본가 정치세력들의 역사, 이들이 처한 역사적, 한계적인 상황,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와 자본가 정치세력의 문제 해결 능력 상실 등이 모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수구세력이 몰락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본색과 한계를 더욱더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의 후진적 정치구조 덕분에 자유주의세력은 몰락한 수구세력과 대비되면서 ‘진보’연 할 수 있었지만 조국사태를 계기로 이들 역시 기득권 자본가 정치세력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 부재를 수구세력에 대한 친일청산 공세로 호도하려 했지만 이것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의 지배계급, 한국의 자본가정치세력은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다. 이것을 저열하고 지리멸렬한 공세 속에서 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대안으로 나서야 할 시기이다. 이때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담론투쟁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담론들과 달리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담론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이 회피하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담론의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허구에 기초한 담론은 실제에 기초한 담론을 이길 수 없다.

이론(사상)투쟁은 경제투쟁, 정치투쟁에 못지않게 중요한 계급투쟁의 한 형태이다. 이처럼 중요한 투쟁형태를 우리의 노동운동은 그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아왔다. 그래서 노동운동이 그 잠재적 역량에 비해 활기차게 발전하지 못해왔다. 담론투쟁은 이론(사상)투쟁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담론투쟁을 새로운 무기로 활용하여 투쟁하자! 담론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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