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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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북일보]

[특집: 한반도 정세]

올 초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여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뿐 아니라 5월말 6월초에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회주의자』는 한반도 정세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다음과 같은 순서로 특집 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① 미국은 오랜 한반도 개입을 끝내야 한다는 역사적 판단을 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②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③ 역사적으로 검토한 한반도 문제와 미국
④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민중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주한미군 철수, 북미대화의 필연적 의제

지난 4월 13일, 『한겨레』 1면에 「[단독] “북, 비핵화 대가 5개안 미국에 제시했다”」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 논의 상황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이 북한의 협상 의제에 주한미군 철수가 빠졌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고 한다. 정보의 출처로 복수의 소식통을 거론했지만, 정말 북한이 이러한 입장을 밝혔는지는 외신 등 다른 언론을 통해 중복체크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의 기사가 나오자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은 이 기사를 다투어 인용보도했다.

이러한 언론의 뜨거운 반응은 그만큼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북미 대화에서 중요한 의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협상 의제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임을 역으로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월초부터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고, 3월 6일 대북특사단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나타냈다. 당시 나온 합의문에 따르면, “북측은 한반도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 그 결과 북미간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사그라지고 4월 27일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5월말 6월초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큰 역사적 변화의 국면이 형성되었다.

북미간 대화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과 예측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체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체제안정을 보장하며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 등이 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예측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북한이 포기하는 것에 비해 미국은 거의 아무 것도 내놓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미국의 체제붕괴 위협 속에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이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단지 말뿐인 약속만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것은 비단 필자만의 견해는 아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카토연구소 선임연구원 더그 밴도우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평양은 갈등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킬 평화협정 협상과 한미 연례 군사훈련의 중단을 제안해왔다. 워싱턴은 외교적 승인을 여기에 추가하고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를 약속할 수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제재도 끝나야 할 것이다. 북한은 또한 남한뿐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원조를 기대할 것이다. …… 미국은 북한의 다자적 개발은행들에의 가입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종잇조각 보장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런 종이조각 보장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리비아의 카다피가 보여줬다. 카다피의 경우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포기했지만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에 의해 권력에서 쫓겨나 목숨까지 잃었다. 이란 역시 미국과 핵협상을 진행해 합의에 이르렀지만, 현재 미국은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무시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 지속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양국이 균형을 맞추고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미국은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의제를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 체제안정이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치가 의제로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주한미군 철수는 북미대화에서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의제인 것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근본이유: 미제국주의 패권과 이익을 위한 군대

북미간의 대화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비단 이 대화에서 북한이 내놓은 의제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의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미제국주의의 패권과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존재해온 군대였다. 한반도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미국은 한반도가 분단되고 남한에서 수구반공체제가 수립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노동자 민중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는 길을 막는 역할을 했다. 남한에 주둔한 미군은 미국이 이러한 제국주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자마자 미군이 진주해왔다. 일본이 8월 15일 항복하자, 미군은 한반도 38선 이남에 있는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9월 8일 남한 땅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때 수립된 미군정은 1948년 남한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한반도 이남의 실제 지배자로 군림했다. 정부 수립 이후 미군은 500명의 군사고문단을 남기고 모두 철수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한반도에 들어왔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될 당시, 협정문에는 협정 체결후 3개월 내에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여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남한 땅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아예 눌러앉아 있다.

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구집권세력을 옹호하고 남한 노동자 민중의 사회변혁 열망을 꺾어버린 경우는 허다하다. 이를테면 최근에는 70주년을 맞이한 4·3항쟁에서 미군이 저지른 범죄적 역할이 다시 거론되었다. 작년 10월 17일에는 4.3 70주년 기념사업회, 4.3희생자유족회,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국과 UN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올해 4월 7일에는 광화문에서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제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열렸고, 4월 9일에는 미국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4·3항쟁 당시 자료를 보면, 제주지구 미군사령관 브라운 대령은 “원인에는 흥미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고 말했고,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은 “한국 국방경비대의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으며, 경비대의 작전에 관한 모든 명령은 발표되기 전에 해당 미 고문관을 통과해야 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광주민중항쟁 시기에도 주한미군과 미국 정부의 묵인 없이는 전두환 일당의 군대 투입이 불가능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해방 이후 70여년의 역사 속에서 주한미군이 저지른 악행은 비일비재했다. 기지촌 문제, 미군 병사가 저지른 각종 범죄,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명의 중학생이 압사당한 사건, 매향리 폭격장 등 주한미군의 훈련장, 폭격장 문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미군 기지 내 폐기물 오염 문제 등 모두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이유에서 남한의 진보운동진영은 오랫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중요한 정치적 요구로서 제기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힘 모아 투쟁해왔다.

[사진: AFP]

미국 내에서도 나오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

‘주한미군 철수, 실현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아니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이미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지배계급 내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91년 걸프전, 99년 코소보 공습에 참여했던 전직 육군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임무가 끝난 것을 인정하고 북한 문제를 한국 정부 주도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에 미 지상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의 의견은 “우리의 임무는 끝났고 할 바를 다했”고 남한이 충분히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역시 북한과의 대화에서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나오면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 「북과의 핵거래를 타결짓기 위해 미국 군대가 남한에서 철수하는 것을 제안해야 한다」는 나름 역사적 통찰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즉 북미정상회담은 “동북아가 70년 이상 된 대결과 갈등에서 벗어날 유일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군대의 주둔이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군대와 군사기지는 약화된 북한에 대한 어떤 군사 행동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사실 평양의 입장에서 철군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모두를 포기하는 합당한 대가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밴도우는 “평양이 그런 요구를 내놓으면, 신속하고 손쉽게 ‘네’라고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미군 철수에 대해 가장 빈번하게 주장한 사람은 다름 아니라 현재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이다. 그는 선거시기부터 “미국 우선”을 주장했다. 대외 군사문제에서 이 주장은 ‘왜 우리 살기도 어려운데, 우리 군대가 외국에까지 가서 돈을 써가며 다른 나라를 지켜주는가’로 표현되었다. 즉 굳이 자기 돈 써가면서 타국을 지켜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주류의 정책에 많이 동화되어 갔지만, 이런 “미국 우선”적 사고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3월 14일 미주리주에서 열린 모금행사 때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에 대해서도 돈을 잃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주한미군 철수 관련 미국 내 여론은 미군 철수 문제가 그렇게 실현불가능한 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70년 이상 지속된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되었든, 자국의 경제적 득실에 대한 계산에서 나왔든, 주한미군 철수는 이제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 의제가 된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지 않는 것은 수구세력이나 자유주의세력이나 매한가지

남북 정상회담을 지나 앞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북미 대화 단계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의제로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수구세력은 이 점을 알고 주한미군 철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쟁점화하고 수구세력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홍준표는 “하반기 들어가면 주한미군철수(주미철)운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자한당은 성명서를 내서 “김정은은 이미 북핵폐기 협상조건으로 체제보장을 요구하였고, 그 이행 수단이 북미 평화협정이다. 평화협정은 곧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만을 바라고 있고, 의제로 등장하자마자 역시 북한의 의도는 뻔했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몰락하고 있는 세력인 이들에게 주한미군 철수는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켜 줄 기회처럼 보일 것이 뻔하다.

그런데 분명해진 점은 수구세력이 주한미군 철수를 걸고 넘어지며 각종 색깔 공세와 압박을 해대더라도 이미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적 의제로 나올 정도로 역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구세력이 반대하고 혹여나 이들이 다시 힘을 모을 빌미가 된다는 우려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하는 것은 역사적 변화를 거스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것은 분단체제, 수구반공체제, 대결과 적대가 70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온 한반도의 역사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때가 왔음을 망각하고 이 변화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부터 시작하여 자유주의 세력들은 벌써부터 주한미군 철수가 의제로 나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단 자유주의 성향의 언론들부터 살펴보자. 4월 13일자 『한겨레』의 보도가 그 한 예이다. 이 기사는 정확하게 밝혀지고 확인되지 않은 소식통을 인용하여 벌써부터 주한미군 철수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형성하려고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4월 18일 『연합뉴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조차 북한이 “종잇조각 보증서 이상의 것”을 바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냈다.

이른바 ‘진보’언론으로 치장되던 자유주의 언론 『오마이뉴스』의 논조도 이와 다르지 않다. 4월 17일 기사 「김정은도 주한미군 인정하면,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할까」는 수구세력을 겨냥하며 오히려 북한도 그동안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해왔다는 주장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일성, 김정일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전면 철수가 아닌 단계적 철수, 지속 주둔 여러 입장을 개진한 것은 사실이다. 가령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기사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은 “3대 세습 수령 모두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 역시 이런 언론들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전쟁상태를 끝내는 평화선언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북한의 체제안전에 가장 효과적일뿐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지배 역사를 끝장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구인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내세우는 논리 역시 북한이 이미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기동 부원장은 4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차 정상회담 때도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부분에 있어선 북한의 입장은 이미 정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은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철수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발언했다. 문재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재인은 4월 19일 48개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직접 나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데도, 현정권 주요 인사들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 인정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자유주의세력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서 핵심적인 의제인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구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핑계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입장은 수구세력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입장이라 하겠다. 아무리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도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 역시 친미, 냉전적 구도에 영합하여 존재해온 낡은 세력이라는 사실이 주한미군 문제에서 재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자

주한미군은 한마디로 말해 자국 영토에 주둔 중인 타국 군대이다. 이 군대는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기 위해 존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진보세력은 오랫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싸워왔던 것이다.

이제 북미 대화를 둘러싼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협상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철수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철수는 북미 대화가 실질적 성과를 내어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체제가 수립되는 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될 요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미국의 패권 유지 수단이었던 주한미군의 철수는 이참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남·북·미 상호간에 평화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대화가 시작되는 지금 시기, 주한미군 철수를 적극 주장하며 이를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겨레』의 기사가 나온 직후 『통일뉴스』에 실린 한 글은,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향후 엄청난 논란과 혼란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통일운동진영에서는 주한미군철수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고, 북한이 주한민군철수 문제에 대해 양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만큼, 혼란과 혼동은 매우 클 것이다”라고 전했다. 만약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통일운동진영”이 남한 민중의 주체적 관점이 아니라 북한의 입만 보며 운동을 해왔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진보세력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은 단지 북한의 입장이 아니라 남한의 상황에 대한 주체적 판단에서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화 초기 국면에서는 대화가 초반에 파탄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나 서로의 의도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곧장 제기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북미 대화 국면을 적극 활용하고 이 국면이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으로 궁극적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 남한의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주한미군 철수를 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이를 강력한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진: 노동과 세계]

지난 3월 14일 미국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민주노총은 이런 협박을 오히려 기회삼아 ‘낙장불입! 주한미군 철수하라!’ 인증샷 운동을 전개했다. 16일 하루만에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인증샷에 참여했고, 민주노총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사드’나 ‘주한미군’은 한국 민중을 위한 군사적 조치가 아니라 동북아 군사 패권을 위한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일방적 군사 조치임을 우리 노동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실천은 우리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주한미군 철수를 스스럼없이 주장하고 대규모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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