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살리기’가 아닌 원·하청의 계급적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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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중사내하청지회]

‘관변단체’와 공동 주최한 현대중공업 기업분할 중단 총궐기?

지난 2월27일 현대중공업 기업분할 주주총회가 있었다. 그런데 주주총회 직전에 울산 동구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딱 일주일전인 20일 (구)새누리당 소속 구청장이 삭발식을 전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청장 삭발식은 외견상으로는 현대중공업 기업 분할에 반대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단지 역외이전 반대만 주장했다.

그리고 24일에는 동구주민 총궐기대회가 개최됐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분사(구조조정) 중단! 지역경제살리기!’라는 기치의 총궐기대회는 그 주최로 동구 주민 중 왼쪽으로는 현중지부에서부터 오른쪽으로는 심지어 바르게살기동구협의회까지 참여했다.

울산 동구에서 현대중공업 사측의 구조조정을 중단시켜야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지역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바르게살기동구협의회나 동구새마을협의회와 같은 관변단체에서부터 동구지역 각종 시장상인회 및 상가번영회 등등과 공동 주최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 이면에 계급성의 탈각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 Vs. 군산?!

분할 중단을 위해 이런저런 세력들과의 연합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구조조정 중단을 위한 원·하청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은 실종되어 있다. 혹자는 현중 분할 중단을 위해서, 현중지부에서 노동자 뿐만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비롯해, 심지어 관변단체들까지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은 구조조정 투쟁을 울산 동구 지역 전체의 지역적 투쟁으로 확대시킨 전술적 유연함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군산에서 2월 14일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 전북도민결의대회와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군산상공회의소 주최로 1만3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가 발언까지 했다. 원·하청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이라는 요구가 전면화되는 것이 아니라, 분할 반대라는 외피 속에서 단지 역외이전 반대라는 지역 지배계급의 요구, 즉 군산에서는 국민의당, 울산에서는 (구)새누리당의 요구가 중심에 놓인 것이다. 즉 현대중공업이 타 지역으로 이전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경제살리기라는 몰계급적 기치의 주민총궐기는 관변단체들도 관변단체들이지만, 지역의 소자산가들, 즉 개인 자산이 최소 10억원이 넘는 지역 상인 계층들이 공동 주최했다.

현대중공업 기업 분할을 저지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지역의 소자산가들과 공동 주최 집회를 한번 개최했다고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현재의 울산 동구 특히 현대중공업 정규직 민주노조운동가 지닌 오류와 한계를 생각하면 그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다. 구조조정 중단 투쟁의 주체는 원·하청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노동자 계급 내부의 단결은 여전히 지지부진하여 구조조정 중단을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은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정규직은 분사(분할), 하청노동자는 대량해고

지금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 작년 9월 1일 MOS분사를 시작으로 최근 기업 분할까지, 사업부 분사 또는 기업 분할이다. 하청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하청업체 통폐합 및 하청노동자 대량해고이다.

특히 분사/분할은 정몽준-정기선으로의 재벌 경영 세습을 하되,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면서,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민주노조운동을 무력화시키려는 노골적인 저의가 있다. 이는 분할 이후에는 별도의 기업이기 때문에 별도의 노사관계이어야 한다는 현대중공업 사측 입장에서 확인된다.

반면에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인력감축, 즉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종 독점자본들은 작년 30% 인력감축을 계획했다. 그런데 생산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비율이 2/3인 현실에서 전체 인력의 30%를 감축하는 것은 직영노동자들은 감축하지 않으면서 하청노동자들을 절반 정도 대량해고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현대중공업 원청사 인원 계획에서도 공공연히 확인된 사실이다. 같은 그룹사 조선소인 현대미포조선의 경우에도, 2017년 인원계획에는 직영 노동자는 그대로 인데, 하청노동자들은 7천여명에서 3천5백명으로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작년 하반기 하청노동자 대량해고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조선사업부와 현대미포조선에서 단계적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주4일 근무 강제 실시에서부터 무급순환휴가 강제신청, 정년퇴직 긴급실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 동구, 특히 현대중공업 사업장 안에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이 사라진지 오래다. 구조조정의 실제 대상자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장사가 안되는 상인들, 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아닌 정규직 조합원들과 하청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바로 이 원·하청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중단 투쟁의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구조조정 중단 원·하청 공동집회’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하청노조 조합원들의 고군분투만이 확인될 뿐이고, 정규직 분사 대상자들의 개별적 현장 투쟁만이 확인될 뿐이다.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량해고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고용위기와 임금삭감 문제로 조직해서 다시금 투쟁을 전개하자는 흐름조차 울산 지역 차원에서 못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집회는 개최되지 않고 분사(분할) 중단 지역경제살리기 주민총궐기가 개최된 현실! 그리고 원·하청 공동투쟁의 실종 및 하청조직화의 외면! 이것이 지금 울산 동구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물론 전술적으로 유연하게 지역의 소자산가와 연합을 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다른 계급과의 연합은 아무리 전술적 유연함일지라도 노동자 계급 내 단결이 전제로 되지 않는다면 계급성의 탈각이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현재 이 계급성 탈각은 현대중공업 역외이전 반대, ‘지역경제살리기’라는 기치로 요약되고, 이로 인해 (구)새누리당 울산지역 지배계급과의 경계마저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정규직‘만’의 4사 1노조가 아니라, 원·하청 단일노조 건설로!

분할 이후 관심은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로 옮겨지고 있다. 즉 법적으로야 산별노조이니만큼, 현중지부 주장처럼 4개사 정규직들의 1개 노조, 즉 지금까지와 똑같은 현중지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노사 간 상호 인정 문제는 철저하게 역관계의 결과물이다. 현중지부가 조직력이 된다면, 사측은 바로 분사 및 분할 이전처럼 현중지부를 그대로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력이 없다면 사측은 현중지부를 인정할까?

2016년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정규직 조합원만으로는 현대중공업 사측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음이 확인이 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기존 정규직 조합원들만의 1노조가 아니라, 원·하청 단일노조 건설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조합주의 한계를 극복하는 발상의 전환이자 실제 민주노총 산별노조 운동의 원칙이다.

원·하청 단일노조, 즉 현대중공업 분사/분할 정규직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 모두를 조직대상으로 한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잡을 수 있다. 과반수 하청노동자들의 지지와 참여를 끌어낼 수도 있고, 사회적 여론 역시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바로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 공동 파업이 가능해진다. 하청노동자들이 이미 과반수인 조선업종에서 구조조정 중단은 계급적 단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역 소자산가들로까지 외연을 확대한들, 투쟁전선이 확장되는 게 아니라 계급성의 탈각을 낳고 끝날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는 정규직 조합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규직 조합주의로 더 침잠해 들어가게 만든다. 현대중공업 뿐만아니라 조선업종 모든 정규직 민주노조운동의 조합주의를 시급히 극복해야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그것은 원·하청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것이고 이는 곧 하청조직화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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