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분기점에서 강조해야 할 두 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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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TN]

사회의 현실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들이 서로 관련을 맺으며 움직인다. 그런데 이 현상들은 그 배후의 본질을 잘 드러내지 않거나 오히려 왜곡해서 나타내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드러내게 하는 과학적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계급, 세력들이 서로 대립, 투쟁하는데 이때 각각의 계급, 세력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담론, 논쟁 구도를 끌어가려고 하며 이 담론, 논쟁 구도를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것으로 과장하려고 한다. 대체로 돈과 권력, 언론을 장악한 지배계급이 가장 앞서서 이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나타나는 담론, 논쟁 구도는 실제의 본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왜곡된 담론, 논쟁구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진정한 담론, 논쟁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과학적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수구정치세력 대 자유주의정치세력의 대립이 요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리 요란하더라도 이것은 촛불정세 이후의 한국 사회의 변화된 관계를 반영하는 주된 대립구도가 결코 아니다. 몰락한 수구정치세력과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 사이의 대치, 지배계급 내의 투쟁으로 이미 수구정치세력에게는 승산이 없는 투쟁일 뿐이다. 이 대립구도에서 주요 이슈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데 수구정치세력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에 이 정도의 ‘개혁조치’를 도입하는 것에도 반대하며 ‘시장에 맡겨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이 포퓰리즘으로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로 가고 있다’는 낡고 지루한 레퍼토리만 반복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정도의 사태 인식능력과 대처능력밖에 갖고 있지 못한 수구정치세력이 몇 년 사이에 다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재기한다는 것은 아마 기적 중의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발전방향을 분석하면 분명해지는 것은 수구정치세력, 자유주의정치세력 모두를 불문하고 지배계급 전체가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이 진실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진실이 도출된다. 그것은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주된 담론, 논쟁 구도는 ‘자본주의’를 둘러싸고 벌어져야 하고 이 논쟁구도에서 자유주의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그 주된 담당자로 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이것이 당장의 현실에서는 초기의 맹아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발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매우 강한 미래 규정력을 갖고 있다.

역사의 분기점에서는 현실과 미래의 발전 방향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진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진실을 강조하려고 한다.

1. 한국의 지배계급은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였다. 문재인 정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재 수구정치세력과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구정치세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가 악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앙일보는 수구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여 10월 10일자 사설(「한국 경제에 저성장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탈출구는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 그러려면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의 정책방향을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부터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할 것이다. 경영권을 흔들어대 기업이 투자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는 경제민주화 몰이도 중단해야 한다. …… 지금 같은 반(反)기업·반시장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 기업들은 정부 눈치만 살피면서 투자하는 시늉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5일자 사설(「경제를 망치고도 “위기론 근거 없다”는 청와대 인식」)에서는 더욱 더 노골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장본인 중 한 명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당·정·청 회의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 없이 책임 전가와 면피성 발언을 쏟아냈다.

……

나아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장 실장은 “국민 생활형편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계속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런 모순을 바로잡으려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으로 경제 제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경제를 소위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 실장의 주장대로라면 지난 1년 반 동안의 실패를 앞으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핑계로 베네수엘라와 같은 망국의 길로 계속 가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장 실장의 “내년에 실질적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것”이라는 주장도 그간 정책실험에 지친 국민에겐 염치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후임에 거론되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장 실장과 정책노선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구정치세력의 공세에 대해 앞의 인용된 사설에서처럼 자유주의정치세력은 “경제를 소위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두 세력의 공방은 매우 요란하지만 실제로 수구정치세력의 공세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만한 대상도 되지 못한다. 문재인 정권의 집권 초기 정책은,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을 정부가 나서서 일시적으로나마 보충하는 마중물의 성격을 띠는 정책이었는데 수구정치세력은 아예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미 실패할 대로 실패한 ‘시장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태는 한국의 지배계급 전반이 얼마나 상황인식과 문제해결능력을 상실하고 있는지, 헤게모니 능력을 상실했는지를 나타내는 징표일 뿐이다.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조차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현세계경제위기의 주요원인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들고 이의 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제출하는 마당에 수구정치세력은 매우 희귀하다고 할 정도의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염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놀라운 무능력을 노출시키고 있는 수구정치세력에게 미래가 없을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강조해야 할 것은 수구정치세력만이 아니라 지배계급 전반이 무능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무능력은 역사적으로 지난 20여 년간 반복되면서 입증된 것이다.

지배계급은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였다. 문재인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과 기사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는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비정규직, 주택문제 등이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최근에 비로소 발생한 문제들이 아니다. 거의 20여 년 동안 반복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제기되어온 것들이다. 대표적인 문제인 청년실업문제는 김대중 정권부터 시작해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현재의 문재인 정권에 이르기까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저출산문제도 그렇다. 출산율은 1998년 1.4로 1.5 이하로 떨어진 이후 1.5 이상으로 다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4년는 1.21, 2005년 1.24, 2017년 1.05였는데 올해 합계출산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참고로 OECD 35개 회원국 평균은 1.68이고 한국은 꼴찌이다.).

지난 20여 년간 자유주의정치세력, 수구정치세력이 돌아가며 집권하면서 모두가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는 이 문제들이 한국자본주의체제의 문제이고 그 정치적 색깔과 관계없이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였다고 결론 내려야 한다. 20여 년이라는 한 세대 이상의 기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같은 자유주의 정권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같은 수구정권도 모두 똑같이 실패했다면 우리는 지배계급 전체가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려야 하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글, 「20년 동안 약속하고도 지배계급이 해결에 실패한 문제들」 참조).

문재인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등장한 후 민중의 삶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실업율은 높아지고 소득양극화는 악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대선공약으로 미봉책의 마중물 정책으로 제출한 것들(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조차 후퇴시켰다. 최저임금법을 개악하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위기에 몰리면서 친재벌, 친자본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자본가 정권들과 똑같이 문재인 정권이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짧은 기간 안에 이미 드러나고 있다.

2.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안세력은 사회주의세력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세라는 정세를 배경으로 하여 등장하였다. 촛불집회 시작 이후 이미 박근혜의 지지율이 5%로 바닥을 치던 시기에도 박근혜 퇴진 주장을 주저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촛불정세가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촛불정세에서 민중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무효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선에서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한 문재인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이유로 문재인 정권은 삶의 문제 해결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일정한 범위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민중들은 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권 1년 반의 기간 동안 문재인 정권의 ‘개혁범위’가 드러났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범위’는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까지 호칭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기존질서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의 ‘개혁’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권이 이런 수준의 ‘개혁’에 머문 이유 중 하나가 민중의 대중적 진출이 혁명적 수준으로까지 고양되지 않아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오판하고 있는 것은 촛불정세의 근본동력에는 한국자본주의체제가 만들어낸 삶의 악화와 이에 대한 민중의 거대한 분노가 있었다는 점, 이 분노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회 저변에서 살아있으며 민중의 기대가 무너질 때 다시 타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지자체 선거에서 정점을 친 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이제 민중은 과거 정권과의 대비 속에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실제 하는 일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판단하고 있고 급속히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앞으로 문재인 정권이 친재벌, 친자본정책을 강화하며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더욱더 드러나게 됨에 따라 민중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더욱더 고양되어 갈 것이다.

수구정치세력은 자본주의체제의 위기가 만들어내는 민중의 삶의 악화를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세의 계기로 삼아 자신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체제위기를 자신의 주도권 회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시장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스스로는 무슨 대단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내용에는 문재인 정권의 대안이 될 수 있게 할 만한 내용이 거의 없다. 그저 몰락하는 세력이 같이 뭉쳐 자기최면을 걸며 서로를 ‘위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중들 역시 이들의 선동에 넘어갈 정도로 의식이 낮은 것이 아니다. 과거처럼 노무현에 실망하여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식으로 현재의 수구정치세력에게 민중이 다시 지지를 보내는 일은 최소한 몇 년간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이들의 인식, 대처 수준은 낮은 상태이다.

현재의 민중의 삶의 문제는 대부분 자본주의체제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이다.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은 자본주의와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가 일관되게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주된 담론, 논쟁 구도가 ‘자본주의’를 둘러싸고 벌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해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투쟁, 발전해갈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반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거는 사회주의세력밖에 없다. 반자본주의를 정치적 기조로 하지 않는 세력들은 문재인 정권과의 투쟁에서, 앞에서 이미 언급한 수구정치세력처럼 처음부터 승산이 없거나 진보를 표방하더라도 정의당처럼 자유주의 제2중대를 벗어날 수 없다. 문재인 정권 등장 이후 많은 ‘진보세력’이 무기력해진 것은 자신의 주관적 인식과는 달리 이들이 문재인 정권과 정치적 내용에서 특별한 차이가 없어져 사실상 여당 지지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세와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세력은 자유한국당과 같은 수구정치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 정권의 등장 이후 반자본주의의 정치적 기조를 갖지 않는 ‘진보세력’ 역시 자유주의세력과 별도로 정치적으로 존재할 이유가 불분명해져서 갈수록 말뿐인 ‘진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중의 실망과 분노는 본격화할 것이다. 사회주의세력은 민중의 실망과 분노를 보다 의식적으로 표현하고 민중들과 함께 선두에서 투쟁함으로써 문재인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나설 각오로 활동해야 한다. 낡은 관성에 머물며 반자본주의적 정치기조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기존의 낡은 ‘진보’ 활동을 되풀이 하면 민중들은 이 ‘진보’세력 역시 문재인 정권과 한 묶음으로 판단하고 대할 것이다. 비록 초기의 맹아적 형태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반자본주의 정치기조를 갖고 자유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립구도를 형성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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