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의 메시지: “기후 생태위기는 오늘날의 정치 경제 체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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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유례없던 뜨거운 더위를 겪던 1988년 여름,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 제임스 한센 박사는 미 의회에 출석하여 지구온난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대응을 촉구했다. 같은 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창설되었고, 1992년에는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1995년 제3차 교토 당사국 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최소 5%를 감축하기로 하였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의 기간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기였다. 이 당시 인류 사회 전체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였다면 큰 어려움 없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안 좋았다. 당시는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하였다며 ‘역사의 종말’이 선언되었던 때였다. 자본가들의 노골적인 이윤추구 공세인 신자유주의가 무소불위로 확산되고 있던 때였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를 막을 가장 적기였던 이때,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폭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2020년 9월에 나온 옥스팜과 스톡홀름환경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850~1989년 전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53기가 톤(1기가 톤=10억 톤)이었는데, 1990~2015년 전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22기가 톤으로 100% 가까이 폭증했다. 이것은 다시 한 번 기후위기의 주범이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다.

실패한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 “기후운동은 성년이 되었다”

이 시기 기후위기에 대한 주류 환경운동의 대응은 자본의 선한 의지에 기대는 한편, 기후 관련 국제협상 무대에서 지배세력이 행동에 나서길 촉구하는 것이었다. 교토의정서에서 상정한 감축 시한이 끝나가면서 새로운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 체제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만인의 시선을 사로잡게 되었다. 그러나 코펜하겐 총회는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하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기후운동은 이때 성년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당시 대규모 회의의 마지막 날에 나는 한 기후정의 활동가 그룹과 함께 있었고, 그 중에는 영국에서 가장 저명한 캠페인 활동가 한 사람도 있었다. 정상회담 내내 이 젊은 남성은 확신과 평정을 유지하는 모양새였고, 십 수 명의 언론인들에게 하루는 각 협상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갔고 다양한 배출 목표가 현실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브리핑했다. 여러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한 그의 낙관주의는 결코 시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회의가 모두 끝나고 보잘것없는 결과가 나오자, 그는 내 눈 앞에서 무너져버렸다. 조명이 너무 밝은 한 이탈리아 식당 안에 앉아서 그는 주체하지 못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이지 오바마가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연신 되뇌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밤 기후운동은 성년이 되었다고. 그것은 어느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진정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영국의 심리분석가이자 기후전문가인 샐리 웨인트로브는 이것은 코펜하겐 정상회담의 “근본적 유산”―우리의 “지도자들은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 …… 우리는 우리의 생존 그 자체라는 차원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정확하고 고통스러운 깨달음―이라고 묘사한다. 오랫동안 우리가 정치인들의 태만에 대해 실망해왔더라 하더라도, 이러한 깨달음은 여전히 크게 한 방을 얻어 맞은 것이다. 이 말인즉슨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 위기 속에서 그 어떤 믿을 만한 희망의 원천도 아래로부터 올라올 것이다.

툰베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지금의 정치 경제체제를 넘어서자

2018년 8월 스웨덴의 한 10대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 학교파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이 그레타 툰베리의 작은 행동은 이내 전세계로 확산되어 전세계 청소년의 기후파업과 다양한 대규모 항의시위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 운동의 상징이 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 소비되고 있다. 이를테면 문재인의 2050년 순배출제로 공언이 툰베리의 목소리에 화답한 것이라는 둥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소비되고 있는 툰베리의 이미지가 아닌 그의 메시지에 보다 집중하면, 우리는 툰베리의 주장이 앞서 언급한 기후위기 대응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나, 시간만 낭비한 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되려 온실가스 배출량만 배가시켜버렸다. 이젠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촉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존 사회경제체제, 기존 정치체제에 기대어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바람도 2009년 코펜하겐 총회를 거치며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나오미 클라인의 글처럼 이때 기후운동은 “성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성년”이라는 의미는 기존 체제에 호소하고, 자본과 기존 주류 정치인의 선한 의지에 기대는 식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툰베리의 주장은 바로 이런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주요 연설과 발언을 직접 살펴보자.

여러분들은 오직 영원한 녹색 경제성장만을 말합니다. 인기가 없을까 하는 것만 너무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에게 이런 엉망진창을 가져온 나쁜 생각들을 그대로 가지고 오직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유일하게 상식적인 행동이 긴급 브레이크를 잡아당기는 것인 때에도 말이죠. …… 우리 문명은 계속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 위한 매우 소수의 사람들의 기회를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우리 생물권은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들의 부자가 사치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 2018년 제24차 폴란드 당사국총회 연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 다보스와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말하길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런 금융적 성공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가격표를 가지고 이뤄진 것입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형태의 모든 정치운동들이 실패했고 언론도 폭넓은 공적인 각성을 이뤄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네, 우리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바꿀 시간은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것을 고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손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 체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도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우리는 모두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한 생존조건을 지켜낼 변혁적 행동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혹은 우리는 현행유지를 계속하다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과 저에게 달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대신 우리는 모든 것을 정치인들에게 맡겨두고 단지 변화를 위해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아무런 정치적 의지가 없을 때에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필요한 정치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 2019년 1월 세계경제포럼 연설

몇몇 사람들은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가 만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 죄가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비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비난 받아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 특히 일부 회사와 일부 의사 결정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도의 돈을 계속 얻기 위해 자신들이 가격으로 매길 수도 없는 가치들을 얼마나 희생시켜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 중 상당수가 그런 사람들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9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의 발언

여러분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 갔지만, 저는 행운아 중 한 명입니다.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량 멸종의 시작 지점에 있으며, 그런데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의 이야기들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 2019년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의 연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지금과 같이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오지 않을 겁니다. 변화는 대중들로부터, 행동을 요구하는 민중들로부터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바로 변화를 가져 올 사람들입니다.

– 2019년 12월 스웨덴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당사국총회 때 집회 연설

기후 생태위기는 오늘날의 정치 경제 체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의견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 물론 세상에는 그러한 배출 감축을 홀로 달성할 수 있는 녹색 회복계획이나 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그리고 그것이 그린 뉴딜 논쟁 전반이 얄궂게도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일을 할 위험이 있는 이유입니다. 필요한 변화가 오늘날의 사회 안에서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그것이 주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위기를 위기로 대하지 않고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 상황은 어둡고 희망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께 희망이 존재하고, 그 희망은 민중으로부터, 민주주의로부터, 여러분들로부터, 현 상황의 부조리함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는 민중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희망은 정치, 기업, 금융으로부터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치인이나 사업가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 너무나 불편하고, 인기 없고,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 2020년 6월말 녹음한 팟캐스트 “인류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중에서

툰베리의 연설과 발언을 살펴보면, 유엔연설이나 유럽의회 연설 등 기존 정치세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는 다소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상당히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에 나온 팟캐스트에서의 발언은 기존 사회경제 체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행동하는 민중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툰베리의 인식이 보다 명확한 자본주의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기후위기 운동의 전반적 역사와 그 속에서 기후위기 운동이 도출한 교훈을 툰베리가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툰베리의 일관된 주장처럼 과학의 목소리를 따라간다면, 그리고 그 과학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세력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인식하면다면, 기존 사회경제 체제를 넘지 않고서는 기후위기가 해결될 수 없고 기존 정치세력에 기대서는 기후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쉽사리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깨달음은 곧장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지향과 결합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후운동을 살펴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 인식과 기술적 해법에 희망을 거는 순배출제로 반대 등에서 전진된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분명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상당수가 기존 정치질서 속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한계를 분명 보이고 있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또 다시 기존 정치세력의 ‘무행동’만 지켜보다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뿐이다. 이제는 “기후 생태위기는 오늘날의 정치 경제 체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툰베리의 메시지에 주목할 때다.

농민의 자식이라는 성장배경이 생태학에 대한 관심을 싹 트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운동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눈을 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회원. 번역서로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2012),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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