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상적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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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민주노조운동의 변화 ①: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노동자

올해 민주노조운동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상당수 노동자들이 품어왔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가 실망 또는 분노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취임한 후 불과 1년 반 만에 노동자들에게 자유주의 정권의 본질이 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태도가 이렇게 변화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 권력을 잡기 이전부터 약속해왔던 정책들을 폐기하거나 불철저한 이행으로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이다.

우선 문재인 정권은 정권 초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상시지속, 생명안전 업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공공부문 내 정규직 전환대상은 총 42만 명 중 13만 명으로 축소되었고, 그것도 상당수는 ‘무기계약직’, ‘자회사’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길이 열리자, 민간부문에서의 정규직화 또한 자회사로의 고용으로 끝나고 마는 편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또한 직무급제라는 임금체계를 도입하여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고, 노동자들 간의 차별을 고착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 정권의 후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지금 곳곳에서 투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잡월드, 한국가스공사, LG유플러스, 서울대병원 등에서 이에 맞선 투쟁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의 폐기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앞장서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악을 단행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노동자들은 줬다 뺏는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에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여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권은 은산분리를 완화하고, 박근혜 정권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추진해왔던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적폐세력의 주요한 축이었던 재벌의 총수 이재용을 외국에 가서까지 만나는 등, 문재인 정권이 자유주의 정권이고 자본가 정권이라는 점이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정권에 대한 기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태도 변화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보인 문재인 정권의 실체 때문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적폐세력에 의해 전교조에게 내려진 법외노조 처분에 대해서는 온갖 핑계를 대며 직권취소하지 않고 있고,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청구 행태 또한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변화 ②: 계속되고 있는 신규 노동조합의 증가

민주노조운동의 두 번째 큰 변화는 촛불투쟁 이후 신규 노동조합의 증가이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조차도 주변에서 자주 들려오는 노동조합 가입 소식에 고무될 정도이다. 금속노조에서만 보더라도 그러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2016년에는 2~30대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인천 송도의 만도헬라라는 곳에서 민주노조 깃발이 올라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자회사들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전국 곳곳에 위치해있는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순차적으로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리기도 했고, 포스코에서는 30년 만에 또다시 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의 깃발을 올리고 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자본과의 투쟁을 통해 정규직화를 쟁취하고, 이를 발판으로 내부 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박차를 계속 가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겉으로는 조합원의 수가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합원 중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으로 인한 조합원 탈퇴를 신규 조합원들이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합원의 증가는 금속노조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인천 길병원의 경우 그동안 한국노총 산하에서 신음하던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민주노조 진영으로 뭉치고 있다. 신규 노동조합의 설립은 공공부문에서 확실하게 늘어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고용노동부와 같은 국가기관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식당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운동의 깃발로 뭉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노총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적폐세력의 나팔수인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16년 73만 명 수준이던 민노총 조합원이 현 정부 들어 급증하면서 84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재난 수준의 고용 한파(寒波) 속에서 민노총만 조합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은 200만 명까지 조합원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처럼 민주노조운동에서 조합원이 증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선일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문재인 정권의 등장 때문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증대는 촛불투쟁을 경험한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그동안 현장에 쌓여왔던 자본의 탄압과 이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화 요구,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촛불투쟁 이후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졌다.

민주노조운동에 필요한 것 ①: 자유주의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것

앞서 말했듯이 촛불투쟁 이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고 있고, 촛불투쟁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환상은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또한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쟁취, 사회대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총파업 총력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11월 10일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총파업 총력투쟁을 위해 개최한 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 자료집에는 ‘친재벌-규제완화 기조로 전환해가는 문재인 정부’, ‘평화와 민주주의의 진전에도 민중의 삶의 질은 제자리 걸음’ , ‘노동자를 보호 못하는 노동법과 후퇴하는 정부 노동정책’, ‘노동자를 기만하는 정치상황… 특히 국회는 더더욱’과 같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세분석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태도변화와는 반대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노사정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들은 대화와 투쟁을 병행해 나가자고 한다. 예전과 다르게 협의회 성격이라 강제적인 것도 아니며 지금 들어가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주장하고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많은 노동자들과 다르게 여전히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본질적으로 자본가 정권일 뿐만 아니라 현재는 그러한 본질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과 단절하고 문재인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노사정협의체에 들어가 대화로 해결해보겠다는 것, 노동자의 양보를 계속 요구할 것이 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단위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말한 것과 모순적인 것이다.

지난 10월 17일,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을 핵심적으로 다루는 정책대의원대회를 개최했지만 성원미달로 무산되었다. 여러 가지 무산된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민주노총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문재인 정권이 자본가 정권이라는 태도를 명확히 하고, 새롭게 노동조합으로 결합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문재인 정권과 맞서 투쟁하는 것을 강화하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에 필요한 것 ②: 노동자의 사상을 바로 세우는 것

문재인 정권과 단절하지 못하는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노총 상층부 내에 민주노조운동을 배신하고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전직 노조관료들과 단절하지 않고 있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기껏해야 자본의 과도한 이윤추구에 대한 문제제기로 그친다. 독점자본과 싸우기는커녕 ‘재벌개혁’ 등 문제를 얼버무리는 구호들을 제시한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외치기보다 노동존중을 말하는 것에 그친다. 자유주의 정권이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합리적인 자본주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인가? 바로 노동자의 사상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때 투쟁의 최선두에 섰다고 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들이 자유주의 정권에 투항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사상의 핵심은 노동자 착취 위에 수립된 자본주의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하고 노동자 계급의식을 확립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에서 많이 강조해왔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대다수 문제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들이다. 헬조선의 근본원인은 자본주의 자체에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권은 자본가 정권이기 때문에 이러한 근본원인을 진단할 수 없고 따라서 해결도 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청년실업의 문제, 출산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을 자본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유주의 정권과 적당한 대화와 타협의 길로 가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을 무력하게 만드는 길로 가는 것일 뿐이다. 자유주의 정권이 가는 길과 노동자들이 가는 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노동자의 사상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고, 이것은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문제제기 하는 노동운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임금인상, 구조조정 반대, 고용안정 쟁취, 노조탄압 분쇄, 정규직화 쟁취 등 작업장 내 투쟁, 최저임금 쟁취,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대정부 투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은 이러한 투쟁을 지속해 왔지만, 정작 노동자의 사상을 제대로 세우는데 큰 중심을 두지 않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는 팔이 두개인데, 한 팔은 묶어 두고 다른 한 팔로만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제대로 싸우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한 팔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상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지 않겠는가?

새롭게 민주노조운동에 결합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조직이 확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제 확대된 조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민주적인 체계를 갖추고 여러 가지 교육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사상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민주노조운동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이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사상을 확립하기 위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 학습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같은 공장 노동자들과 『자본론』을 학습하고 있다. 현안 투쟁으로 학습 일정이 밀리기도 하지만 끝까지 가보려고 하고 있다. 『자본론』을 학습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하나 있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민주노조운동이 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새롭게 결합하는 노동자 한명 한명이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이러한 변화들이 민주노조운동 내에 널리 확대될 때, 우리가 구호로 외치는 노동해방세상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노동운동을 만드는 것, 노동자의 사상을 세우는 것, 사상적 무기를 갖추는 것이 지금 민주노조운동에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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