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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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사회주의자』는 그동안 계속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다각도에서 설명해왔다. 어떤 기사는 정의당의 뿌리가 노무현 정권 시절 집권 세력과의 통합으로 만들어진 통합진보당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고, 다른 기사는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의 주요 정견인 “노동 있는 민주주의”와 “온건 다당제”가 사실상 자유주의 내에서의 온건한 좌파에 머무는 정치기획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에 나온 기사에서는 정의당이 문재인 정권 주도의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철지난 일인지 설명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이미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정의당을 계속 진보정당으로 포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세력들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근의 행보를 살펴보더라도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규정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진다. 정의당은 문재인 집권 이후 자유주의 세력인 현 정권과 별 차이점을 만들지도 못하고, 오히려 꼴사나울 정도로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 일주일이 된 문재인을 일러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 몹시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고 극찬한 노회찬의 아첨은 듣는 이로 하여금 기가 막히게 만들 지경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진작부터 언론으로부터는 야당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고, 여러 방면에서 ‘민주당 이중대’니 ‘국정홍보당’이니 하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정의당이 진보가 아님을 반복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현재 진보운동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주류 언론과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포장해주는 세력들의 노력에 힘입어 대중들은 여전히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오인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진보를 참칭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대변하고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수 있는 진정한 진보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의당의 본질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포장해주는 세력들이 더 이상 이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진보좌파”라는 신조어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요즘 그 쓰임이 자주 목격되는 한 신종 용어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대지 않을 수 없다. 이 신종 용어는 바로 ‘진보좌파’이다.

‘진보좌파’는 일견 하나의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들리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용법을 살펴볼 때, 특정 세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보’세력과 ‘좌파’세력을 병렬적으로 열거하며 통칭하는 명칭이다. 그런데 이 ‘진보좌파’ 용어가 최근 민주노총이나 좌파 활동가들 사이에서 적잖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한 대표적 예로 우선 진보학자로 여러 매체에 기고도 하고 발언이 오르내린 한성대 배성인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작년 12월말 『워커스』에 「새로운 국가시스템 건설을 위한 진보·좌파의 역할」이란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촛불투쟁에서 앞으로 “진보/좌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배성인은 “/”를 통해 진보와 좌파를 구분했는데, 자신이 지칭하는 ‘진보’가 ‘좌파’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진보’가 누구인지는 올해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수연구자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 대선과 문재인 정부, 사회대개혁 토론회”의 발언을 통해 추측이 가능하다. 그는 이 토론회에서 “진보정당은 문재인 정부 ‘2중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공동정부 참여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를 통해 진보가 정의당을 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워커스 홈페이지 해당기사 갭쳐 / http://workers-zine.net/26334]
오랫동안 ‘좌파’ 활동을 해온 고민택 진보평론 편집위원 역시 이 ‘진보좌파’라는 명칭을 즐겨 쓰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3일 프레시안 기고문 「민주노총과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세 가지」에서 “진보-좌파” 진영을 거론했고, 이 “진보-좌파”진영이 ‘노동자민중 경선’을 통해 대선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배성인과 마찬가지로 ‘진보좌파’ 사이에 “-”를 삽입하여 둘 사이를 분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5월 24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문재인 정부 출범과 ‘진보-좌파’의 과제」라는 글에서는 “‘진보정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2중대 또는 단순한 야당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진보정당이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투쟁을 조직하고 강화하는 일에 앞장”서길 요청했다. 그가 말하는 ‘진보’ 역시 그 맥락으로 볼 때 정의당을 지칭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노동전선 김동수 집행위원장의 「문재인 정권의 성격과 대응 방향」이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김동수는 ‘진보-좌파’를 사실상 평가의 주체로 상정하고 글을 전개한다. 그의 글에서도 ‘진보’가 누구인지 ‘좌파’가 누구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진보’는 주로 정의당을 지칭한다. 예컨대 김동수는 “‘진보’(정의당)는 문재인 정부와의 이른바 ‘공동정부’에 결단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좌파는 김동수가 속해있는 노동전선 등의 좌파 운동세력을 지칭한다. “‘좌파’도 이를 더 앞장서 촉구해야 한다. ‘진보’를 비판하는 것과 그들을 견인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는 구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진보좌파’ 명칭의 사용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아예 새로 창립한 정의당 내 의견그룹이 자기 이름으로 ‘진보좌파’를 사용하는 데에 이른다. 한때 맑스주의 교수였던 김세균을 위시하여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의 여러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의견그룹은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정의당이 진보 시민과 노동을 결합하여 노동 중심의 진보좌파 정당으로 정의당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자유주의 정당으로 변질된 정의당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추구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진보좌파’ 용어의 자매어가 있는데, 바로 ‘진보변혁’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작년 하반기 정도부터 자신들을 변혁세력으로 지칭하고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 여타 세력을 진보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이들 전체를 포괄하는 용어로 ‘진보변혁’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변혁당은 2016년 11월 28일 “진보변혁정당 긴급좌담”를 개최했다. 사실 사회주의 운동 역시 광의의 진보운동 속에 포괄되기 때문에 ‘진보변혁’이라는 번거로운 명칭이 필요없다. 그런대도 이런 명칭을 사용한 것은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로 불러주고 난 후, 이들과 자신을 구분짓기 위해 ‘진보’란 말 뒤에 ‘변혁’이란 말을 병렬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진보변혁’이란 말은 이후 민주노총에 수입되어 그대로 사용되었다. 다양한 정파가 권력을 나누고 있는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이 정파들을 딱히 거스르지 않고 모두 아우르는 용어가 ‘진보변혁’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7년 민주노총 사업계획이나 정치방침 등에 “한국사회 진보변혁적 재편”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게 되었다.

왜 ‘진보좌파’라는 말이 문제인가

이제껏 살핀 것처럼 ‘진보좌파’ 용어에서 ‘진보’는 단지 진보세력 전반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정의당과 같이 진보가 아닌 세력을 진보로 포장해주기 위해 ‘진보좌파’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진보좌파’란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을 ‘진보’로 지칭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사이비 진보 세력을 단절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진보’와 ‘좌파’를 합쳐 ‘진보좌파’라 통칭해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달 기사 「정의당의 연립정부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설명했듯이, 이것은 엄연한 현실을 도외시하는 잘못된 입장이다. 정의당은 이미 자유주의좌파정당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자유주의정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정의당의 자연스러운 행보이다. 그래서 이 기사는 “지금 현재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세력이 해야 할 것은, 정의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 자유주의정당임을 폭로하고, 정의당이 그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마침내 자유주의정권에 참여할 경우 이들을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좌파’ 용어의 문제는 이를 직시하지 않고 정의당을 계속 ‘진보’라 불러주고 함께 할 세력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진보좌파’, 여기서 ‘진보’는 실제 현실과 배치되는 거짓된 표현이고, ‘좌파’는 이 거짓된 진보를 용인해주는 불철저한 태도의 표현이다. 진정한 진보, 진정한 노동자의 정치를 바란다면, “진보좌파”라는 허망에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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