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경쟁 몰두하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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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www.demasian.com/index.php?mid=free&m=0&document_srl=780209]

박근혜 탄핵과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여권 내에서 눈에 띄게 떠오르는 대선 주자가 없는 마당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이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며 대세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에서도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여권 정당 전체 지지율을 더한 것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더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말고 민주당 내 다른 대선 주자가 본선에 나서더라도 여권 후보에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민주당 경선에서 이기는 후보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권 인수 문제를 걱정하며 ‘집권 후 100일 전략’까지 논의되고 있다.

원내 1당에 당지지도 1위, 그리고 대선후보 지지도 1위. 이쯤 되면 3관왕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탄핵 국면을 맞아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러한 위상이 민주당 스스로의 노력에 따른 성과가 아니라 과거 새누리당의 실정과 박근혜 탄핵 국면으로 형성된 권력 공백 상태에서 거두어들인 반사이익임은 자명하다. 따져 보면 여러 모로 허술한 3관왕이다. 원내 1당이라고 해봐야 민주당 의석으로는 법안 개정 하나 할 수 없다. 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한국적 선거 풍토에서는 대선 지지율 순위도 정치적 변수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 여야의 당 지지도 또한 그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늘 잠재하고 있다.

안보 논리에 유난히 집착하는 문재인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도는 언제든 상대에게 다시 반사될 수 있다. 스스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과 당내 대선 주자들은 몸조심을 하는 한편으로 제각기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유력한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문재인은 보수 세력의 전매특허인 ‘안보’에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전사 복무 시절을 담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들고 지난 대선 때 등장한 문재인은, 지금도 툭하면 전방 군부대를 방문하여 군복 입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문재인은 안보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쏟아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육군 중장 예비역 전인범을 야심차게 캠프에 영입했다가 검증 부실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민감한 사안인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은 국회비준 절차를 지적했을 뿐, 명쾌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아예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물론 이와 같은 문재인의 안보 집착이 수구세력의 색깔론 공세를 차단하고 안보 의제를 선점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라는 해명이 있을 수 있다. 그간 야당 세력이 번번이 색깔론에 상처를 입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수구세력이 제기해온 색깔론은 대체로 친미 반공주의와 같은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탄핵 국면을 맞아, 색깔론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 잔당의 흉악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다. 게다가 근래에는 선거에서 색깔론이 잘 먹히지도 않는 추세이다. 따라서 지금은 색깔론 자체에 정면으로 맞서 그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사실 제1야당의 대권 후보라면 과거 정권에서 여러 차례 연기된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나, 평화협정 등 안보 분야의 굵직한 개혁 의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야만시대의 산물로 지금도 인민의 자유를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이런 의제들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문재인의 이러한 태도는 색깔론 방어를 넘어 보수층의 표심을 애걸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 스스로가 낡은 안보 이데올로기의 신봉자가 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작정하고 수구 세력에 머리 조아리는 안희정

문재인에 이어, 최근 지지율 급상승으로 대선 판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민주당 안희정은 한 걸음 더 오른쪽에서 수구보수층을 겨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지역 출신으로 현직 충남 도지사인 그가 지지율 2위의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수구보수 세력의 아이콘이었던 반기문의 지지도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이다. 그런데 야권 대선주자인 안희정은 어떻게 여권 수구보수 세력의 대선주자였던 반기문의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었을까.

마치 반기문의 중도사태를 예견한 듯 안희정은 일찍부터 수구보수 세력에 대한 노골적인 구애 전술을 벌여왔다. 예컨대 특검에서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었을 때 안희정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삼성 장학생’ 의혹을 받아온 안희정의 이와 같은 발언은 촛불 민심을 모욕하는 한편으로 수구보수 세력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안희정은 “한·미 간 합의를 섣불리 변경할 수 없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재벌 해체를 반대하고,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발언도 안희정의 입에서 나왔다. 모두 박근혜 측근, 또는 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들이다.

한편 수구층에 대한 안희정의 구애는 이른바 ‘대연정’ 제안으로 절정에 달했다. 지난 2월 2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안희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에 노무현이 당시 한나라당에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그리하여 노무현의 큰 실책 가운데 한 가지로 기록된 대연정을 뜬금없이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척결 대상인 새누리당 잔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당연히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동시에 대연정론은 반기문의 퇴장으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수구 세력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후 여론조사에서 안희정에 대한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확실한 우클릭으로 수구보수층을 겨냥한 안희정의 선거전략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이 추세가 조금 더 이어진다면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당내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일으켜 대선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거기에 안희정의 공약대로 대연정이 실현된다면 새누리당 잔당을 포함, 여야 보수 세력을 망라한 연합정부가 들어서게 될 터이다. ‘낡은 보수’에서 ‘잡탕 보수’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희정보다 문재인을 중심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도 ‘보수에서 보수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보수 경쟁을 벌이는 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과 민주당은 지금보다도 더 짙은 보수 색채를 덧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에서 보수로’의 정권교체에는 희망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왼쪽에 있다는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되어 차기 대권을 잡는 상황은 어떨까. 물론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그 가능성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정권교체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부르주아 언론에서 이재명을 이른바 ‘진보’로 분류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재명의 대선 로드맵에 진보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이재명 스스로가 오히려 자신의 진보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요컨대 그는 자전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제 진짜 보수의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며 자신이 보수주의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 그는 이념을 거부하면서 “나는 좌파의 정책이든 우파의 정책이든 다 가져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른바 ‘진정한 보수주의자’와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십여 년 전 이명박의 그림자마저 어른거린다.

이와 같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보수 경쟁을 벌이는 것은 민주당이 본질적으로 보수정당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물론 국민의당이나 정의당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결국은 현실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여야 정당 모두가 여전히 안보니 성장이니 하는 낡은 이념을 신봉하는 지배계급의 일원일 뿐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도탄에 빠진 인민의 처지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정권교체 희망을 노동자와 인민의 희망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희망은 이들과의 연대가 아니라 이들로부터의 단절에 있다. 박근혜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보수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일은 아니다. 노동자와 인민은 보수 야당의 허울뿐인 정권교체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직접 마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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