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노사합의, 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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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전략의 실체를 보여준 부산지하철 노사합의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부산교통공사와의 교섭 결렬로 7월 10일 새벽에 파업에 돌입하였다가 11일 밤,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였다. 부산지하철노조의 2019년 임단협 핵심 요구는 근무형태 개선(4조2교대)을 위한 인력충원이었다. 안전인력충원을 놓고 2개월 넘게 벌인 노사 간의 힘겨루기는 소위 ‘사회연대전략’이라는 기회주의적 노동운동을 실천으로 검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필자는 7월 10일, ‘사회연대전략’을 옹호하는 노동운동가가 공공운수노조 게시판 주요소식란에 실린 「시민안전 위해 통상임금 370억 양보하겠다는 노조 보셨나요?」라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부산교통공사노조를 극찬한 글을 읽게 되었다.

이것이 참다운 노동운동이다. 부산지하철노조 집행부와 대의원과 조합원들 모두 존경스럽고 고맙다.

페이스북에 이러한 찬사를 남긴 당사자는 한석호로, ‘사회연대전략’의 주창자로서 느끼는 감회가 상당했던 듯하다. 공공운수연맹의 해당 게시판 기사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부산지하철노조는 4월부터 진행된 교섭에서 법원판결로 조합원에게 지급돼야 하는 ‘통상임금 임금상승분’ 300억 원을 받지 않는 대신 그 예산을 안전인력확충에 사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공공기관 임금교섭요구로는 이례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추가되는 공휴일로 받게 되는 70억 원도 오로지 안전인력확충에 사용하자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통상임금 상승분, 공휴일 확대로 인한 수당을 안전인력확충을 위해 노조가 먼저 양보한 사례는 최초이며 노동조합의 사회적 연대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11일에 보도된 또 다른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까지 노조는 정부지침인 1.8% 인상을, 사용자 측인 부산교통공사는 ‘임금은 동결하되, 1.8% 인상 재원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자’고 맞섰다. 또 통상임금 증가분을 활용한 신규 인력 채용 규모를 놓고 노조는 550명, 사측은 497명으로 맞섰으나 540명을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최무덕 부산지하철 노조위원장은 12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조합원들에게 지시했다. 파업 철회 여부는 모든 권한이 위원장에게 위임돼 있어 타결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필자는 이 무렵 ‘돌아다니는’ 합의서를 접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과 언론 기사를 근거로 하여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것은 ① 통상임금소송 임금상승분은 기산일을 정해서 수시로 소송 후 수령하는 것인데, 1회분의 통상임금 승소분과 휴일수당분을 신규채용에 분담하고 차후의 소송분은 조합원들이 수령하고 이후 신규직원들의 임금 및 복지비용은 사측에서 부담하는 것인지 아니면 ‘임금피크제’처럼 기존 직원들이 540명의 인건비를 부담으로 하는 구조인지, ② 언론 보도에 나온 바 교섭 결과에 대해 조합원 인준투표를 묻지 않겠는 것이 그것에 반대한 조합원의 흐름을 막기 위한 의도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부산지하철노조 전 간부에게 개인적으로 묻기도 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러고 나서 부산지하철노동조합 게시판에 올라온 「2019 단체교섭 노사 최종 협의결과」 파일을 확인하면서 필자가 품었던 의문이 그리 진실에서 빗나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합의서 1조 4항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현을 위해 기제기한 통상임금 소송분 이후 노동조합 차원의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향후에 발생하는 통상임금 승소분, 즉 ‘직무급’이나 호봉급의 상승에 따라 금액이 커지는 미래 임금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것이 노사 합의 사항이었다.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여타의 지방공기업과 같이 정부의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에 의거 임금총액을 제한받는 사업장이다. 그런데 통상임금 소송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유일하게 총액임금의 범위 밖에서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교대근무형태 개선을 위한 인력충원에 미래 임금을 ‘희생’한 것이다.

둘째, 합의서 2조 3항 가.를 보면 “근무현태 개선 시부터 근로기준법 51조 제 2항에 따라 3개월 단위(교번제는 1개월) 탄력근로시간제를 전직원에 도입하고, 동조 4항에 따라 기존의 임금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별도 노사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강구하며”라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통상근무자가 교대근무에 들어갈 경우 공사는 (공)휴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합의서 3조의 임금분야 합의를 보면 “전년대비 총액 1.8% 중 0.9%를 인상하고 나머지 0.9%의 인건비 인상재원을 안전인력채용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하여 노조가 오히려 사용자 측에 인력충원 비용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됐다.

그릇된 투쟁을 미화하는 민중당 부산시당과 노동당 부산시당의 평가

이런 노사합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산지역의 이른바 ‘진보’정당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민중당 부산시당은 부산지하철노조이 파업에 돌입한 7월 10일자 「안전인력확충! 진짜정규직화!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라는 성명서에서 “부산시는 노조가 연간 370억 원에 이르는 추가임금상승분을 안전과 좋은 일자리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걷어찼다. …… 임금동결이 무슨 마지노선이나 되는지 47억원이 아까워 370억을 포기한 부산시는 ‘지하철파업’을 시민들에게 재난문자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노동당 부산시당은 부산교통공사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시점에서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파업승리를 축하하며」라는 논평을 냈다. “임금인상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인상분을 내놓고서 인력채용을 요구했다. 이는 ‘정규직들만의 노동조합’, ‘고임금에 임금인상만 요구하는 귀족노조’의 프레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 부산시의 노동혐오를 넘어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앞으로 필요하다.”라는 내용이다.

민중당, 노동당 공히 ‘귀족노조’의 프레임을 당연시하고, 이를 돌파한 게 아니라 수용하면서 자본에게 양보와 타협을 한 부산지하철노조의 합의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한 것이다. ‘귀족노조’의 프레임은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이다. 부산지하철노조의 합의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면, 앞으로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신규인력채용 비용을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분담시키는 관행을 당연시하고, 공공부문 노조 조합원들을 ‘재력 있고 살만한’ 집단으로 실업상태의 대중들에게 확실히 낙인찍게 될 것이다.

부산지하철 합의가 불러올 악영향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 지역의 청년실업 해소를 주장하고 늘어나는 도시철도 구간에 맞춰 끊임없이 안전인력 확보투쟁을 어어 온 모범적인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2016년 말, 신설 다대선의 개통과 맞물려 조합원 3,000명의 통상임금 소송분에 대한 양보를 통한 인력충원 요구가 시작되었다. 급기야는 2019년 7월, 4조2교대로의 근무형태 개선투쟁에 와서 노조가 나서서 사측이 부담해야 할 인력채용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통상임금 소송 인상분과 미래의 인상분을 포기하였고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였다. 소위 ‘사회연대전략’이 전면적으로 실천된 것이었다.

필자는 이 합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을 간간히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귀족노조 이데올로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해온 노동운동의 자기 검열 결과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결과 체제가 양산하는 비정규직, 정규직간의 대립은 그냥 두고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들의 엄청난 착취에는 눈을 감는 반면 ‘덜 착취 받는 노동자군’이 ‘더 착취 받는 노동자군’에 대해 경제적인 나눔과 선행을 베푸는 행태가 노동운동의 패턴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젠 더 나아가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인력채용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노동자들이 분담하겠다고 나서는 지경이 됐다. 이것은 자본가들로 하여금 신규채용 부담을 덜어 착취를 용이하게 하고 자본가계급 중심의 질서를 쉽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노동운동이 임금노동에 토대로 한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 누구나 ‘임금피크제’를 박근혜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노동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과거 박근혜의 임금피크제 도입 논리는 정년이 가까운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해 청년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스스로 나서서 조합원들의 임금을 제공하여 신규 직원들을 채용하는 형국이다. 박근혜의 임금피크제와 다를 바가 하나 없다. 이런 합의에 대해 자본가계급뿐 아니라 노동당, 민중당, 노동운동의 상층까지 박수를 치고 있다. 아울러 민주노총이 투쟁의제로 삼고 있는 탄력근로제를 오히려 단위 노조가 적극 받아들였다.

사회연대전략에 입각한 부산지하철 노사합의는 자본가가 당연히 감당할 비용마저 노동자가 스스로 분담하여 자본의 착취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심각한 문제를 지닌 합의다. 그러나 제 정당, 상급노조 등은 이 합의가 좋은 것마냥 포장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한다. 이러한 합의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에 불러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합의가 좋은 것으로 포장되어 노동운동 전반에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댓글

  1. “노동운동이 임금노동에 토대로 한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2019년, 남한에서,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하는지요.. 추상적인것이든 구체적인것이든 동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2.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생산사회입니다. 그 기초는 임금노동제도입니다.
    노동자가 힘과 건강을 유지하고 상품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그 이하)에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 만큼을 자본가로부터 지급 받고(필요 노동분) 그 필요노동에 해당되는 가치 이상의 가치를 자본가가 가져갑니다.
    그것을 잉여가치라고 합니다.

    잉여가치의 발생은 자본가의 처지와 노동자의 처지가 화해불가능한 대립관계임을 나타내는 근거입니다.
    ‘임노동과 자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드러나는 자본의 집중, 실업,빈부격차,공황의 문제를 밝혀줍니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이 두계급의 화해가 가능하여 상생과 협조를 통해 사회적인 모슨을 비화해적인 모순으로 안고가자는 세력이 존재하고, 한편에서는 임금투쟁을 통해 발달시킨 정치의식과 실천을 통해 노동착취에 입각한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동운동세력의 운동도 노동자 계급내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운동이 사업장 내에서의 임금, 노동조건의 개선을 궁국의 목표로 하는 것을 뛰어넘어 자본과 노동의 비화해적 관계에서 파생되는 사회전체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모색이라면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대대적인 학습운동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보이는대로 보는 게 아니라 현상과 본질이 전도되어 노동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사회의식이나 이데올로기에서 과학적 인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하는 대대적인 학습운동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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