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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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Photo/Ahn Young-joon]

좀처럼 열리지 않던 북미 직접대화의 문이 열렸다. 3월 9일 한국 정부 특사단을 통해 김정은이 회담 요청을 전달하고 트럼프가 이를 수락, 5월 안에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혀 북미 직접대화의 문이 중간단계 없이 곧바로 정상회담의 형식으로 열리게 되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정황상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 보다 앞선 3월 6일에는 북한에서 돌아온 대북 특사단에 의해 6개 합의안이 발표되었다. 이 역시 아직까지도 북한이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낼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을 담고 있다.

1.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음.

6.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

이로써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의 개최가 당면 일정이 될 정도로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전쟁이라는 대파국을 피할 수 있게 대화와 협상의 문이 비로소 열린 것으로 우리는 이러한 정세 전개가 발전하여 양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 북한의 태도 변화가 교착상태의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북한은 상대방이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출하고 서로를 압박하고 있었다. 미국은 선비핵화 선언을,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출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먼저 태도를 바꾼 것은 북한이었다.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6개 합의가 특사단의 일방적인 해석이 아니라면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더 이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대화 중 잠정적으로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트럼프 정부의 무모한 책동을 무력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는 데도 트럼프 정부가 북미대화를 회피하면서 이른바 ‘선제타격’과 “예방전쟁‘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면 ‘누가 실제로 문제인지’가 전세계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을 것이다. 북미대화가 개시된 것은 이처럼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고 전쟁발발을 막으려는 문재인 정권의 중재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북미회담의 성사와 관련해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한의 압박’ 정책에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를 견디다 못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조선일보, 3월 10일자 기사). 트럼프는 “최근 스웨덴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로 나오도록 하는 데 가장 신세를 많이 진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3월 10일자 기사). 그러나 미국의 압박과 전쟁위협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자리에 나오도록 했다는 트럼프와 백악관의 주장은 자화자찬식의 주관적인 착각일 뿐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특히 트럼프 집권 이후 급속히 강화된 대북제재가 북한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미대화의 성사 과정에서 이것이 미친 영향은 부차적인 것이다. 실상을 말하면 북한이 능동적으로 태도를 바꾸어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내었고, 북한을 굴복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쟁을 시작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출구를 찾던 트럼프가 김정은의 회담 요청을 이번이 기회다 싶어 서둘러 수락한 것이다.

2. 북미 협상의 개시는 빠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뒤늦은 것이다.

북미직접대화의 물꼬가 트였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이 일정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정세의 ‘급속한’ 전개에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현상만이 아니라 본질을 보려고, 그리고 한반도 정세를 역사적 맥락에서 보려고 노력해온 사람들에게 현재의 정세 전개는 빠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느린 것이다. 이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커뮤니케’에서 클린턴과 김정일 간의 만남 준비로 북미 정상간 만남 준비는 합의된 것이었으며 정전협정의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의 전환도 합의된 것이었다. 이런 합의가 있었음에도 부시, 오바마 정부시기 이 모든 것이 무효화되고 북미간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트럼프는 집권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과 제재와 협상의 병행을 주장하였다. 이로부터 집권 초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었다(필자의 글, 「파국이냐 해결이냐-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 참조).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 이후 취한 정책을 보면 협상을 시도하지 않은 점에서 제재일변도의 오바마와 별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마치 북한에 대해서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처하였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오바마처럼 외교적 수단을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하면서 트럼프는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먼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현재도 여전히 북미대화를 회피하며 전쟁이라는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거의 20년간 북미간 직접대화, 협상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협상이 실제로 개시되면, 그것은 곧바로 핵심 쟁점에 다가가는 협상이 될 것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북미간 정상회담이 현실이 되면서 미국의 언론들은 북미 직접대화가 곧바로 정상회담으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가 북한의 함정에 빠졌으며 실수를 범했다고 하는 비판 기사들을 연일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이들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미국에 의해 얼마나 지체되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실무적, 단계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역사적, 일괄적 문제 해결만이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일 정도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지체되어 왔다는 것을 이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체된 협상이 비로소 개시되면서 우리는 이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북미간 정상회담에서 모든 미해결 문제가 협상의 주제로 오르고 과감하고 획기적인 협상이 이루어지고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3. 미국은 역사적 결자해지의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미간 협상이 개시되기 전에 트럼프는 ‘최대의 압박’ 정책과 전쟁협박이 북한이 대화의 자리에 나오도록 했다는 주장을 반복할 것이다.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은 자만과 허영심에 빠져 있는 트럼프는 이를 실제로 믿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특사로 간 정의용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최대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 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고 설명하였습니다”라고 하였는데 문재인 정권은 트럼프를 북미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외교적 아첨(flattery)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였고 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우선 이런 착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치적 자기선전을 위해 이런 허세를 부리는 것은 트럼프의 자유지만 이를 실제인 것으로 생각하면 커다란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며 자칫 협상을 파탄내게 될 것이다. 북미간 협상에서 미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 미국의 잘못된 그동안의 정책 때문에 북한은 현재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에 대해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이러한 평가는 세계가 동의할 매우 객관적인 평가이다.

트럼프는 북미간 협상을 ‘비핵화 협상’으로 보고 여기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북미간 협상에서 비핵화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협상에서 비핵화는 주요 의제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며 포괄적인 핵심 주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다. 미국과 트럼프는 비핵화를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들이 한반도에서 한 역할과 잘못을 되돌아보고 이를 역사적으로 결자해지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협상은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 오랜 한반도 개입을 끝내야 한다는 역사적 판단을 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4. 북한은 과감하게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철수와 비핵화를 일괄타결해야 한다.

앞에 인용한 6개 합의안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는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은 이미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철수를 오래 동안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를 북미협상에서 가감 없이 주장하고 이들과 비핵화를 과감하게 일괄타결해야 한다.

북미협상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주한미군철수를 북한이 주장할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려 사항이 아니다. 북미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이 당연하게 주장할 것으로 미국이 예상하여야 할 주제 중 하나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주한미군철수를 먼저 입에 올리고 있는 사람은 트럼프이다. 다음은 3월 16일자 한겨레 신문 보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발언을 하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돈을 잃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 한국 사이 경계에 3만2천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자”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음성 녹음을 입수해 전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암시하며 무역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시킨 것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이만큼 주한미군철수는 이미 당연히 거론되어야 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평범한 주제가 되었다.

이상의 요구들을 북한이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모두 거론할지 아니면 순차적으로 다른 회담에서 거론할지는 북한이 선택할 사항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 요구들은 한반도 문제를 역사적으로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요구임은 분명하다.

5.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중적 운동을 전개해가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어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던 시기에 북한이 기존의 태도에 변화를 보임으써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가 열렸다. 김정은이 회담을 요청하고 트럼프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이 일정에 오르고 있다. 파국이냐 해결이냐의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한반도 정세가 일단 해결의 길에 들어선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영원히 전쟁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평화체제가 구축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도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결단을 내려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지만 양자 사이에는 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향후 전망에서 현저한 간극이 존재한다. 협상이 가능하게 된 주요 동인에 대해서도 북미 사이에서 커다란 판단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의 트럼프는 자신의 ‘최대 압박’ 정책이 이러한 정세를 가져오게 했다고 착각하며 전임 대통령이 못한 일을 자기가 이루었고 앞으로 이룰 것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있다.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도 박약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막상 협상이 개시될 경우 트럼프는 자신의 현실 인식의 한계를 비로소 절감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 전에 서로 간에 협상의 전제조건을 내걸어 협상의 개시에 난관을 조성해서는 안 되지만, 협상에서 북한과 미국은 불필요한 탐색시간을 없애고 핵심문제에 대해 역사적 담판을 할 수 있게 자신들이 제기할 요구를 사전에 솔직히 거리낌 없이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협상에서 역사적 타결이 이루어지려면 서로 어떤 것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서로에게 충분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 후에 일괄타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젠가 시작되었어야 할 북미간 직접협상이 비로소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해야 할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적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역사적 과도기에는 전진적인 흐름, 반동적인 흐름이 동시에 격화된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전진적인 흐름을 강화하고 반동적인 흐름에 대해 투쟁하는 대중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북미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은 파국을 막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제2의 촛불집회와 같은 역사적인 대중적 운동을 전개해 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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