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노동자들의 상경투쟁, 그리고 ‘함께살자 공동행동’

0
648

필자는 지난 글, 「한국지엠을 둘러싼 상황과 노동자의 투쟁과제」에서 무엇보다 먼저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지엠자본에 맞서 투쟁하고자 하는 현장 노동자들이 고민해오던 내용이었다. 그러한 고민이 반영되어 지난 3월 28일부터는 군산공장 노동자들의 본사 상경투쟁이 시작되었다. 현재 부평공장 안 조립사거리, 본관, 홍보관 앞은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으로 투쟁의 분위기가 한껏 높아져 있다. 이 글에서는 대략 지난 한달간 ‘군산공장폐쇄 철회’, ‘비정규직 총고용보장’을 기치로 내걸고 진행된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투쟁과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노동조합의 임금동결, 그리고 군산공장 폐쇄 철회 투쟁 결정

지난 3월 15일 한국지엠지부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2018년 임단협요구안을 확정하였다. 이번 임단협요구안의 핵심쟁점은 임금동결, 성과급 반납이었다. 일부 대의원들은 산업은행의 실사가 실시되고 있고, 한국지엠 위기의 원인이 지엠자본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먼저 양보안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리고 임금, 성과급 관련한 부분은 산업은행 실사결과 발표 이후로 미루자는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대의원대회에서 격론이 오갔다. 하지만 결국에는 임금동결과, 성과급 반납을 핵심으로 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물론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앞서, 한국지엠의 장기발전전망 제시를 통해 고용안정이 담보되고, 산업은행 실사 공개와 지엠의 책임이행이 전제되는 조건을 걸기는 했다.

하지만 다음날 친자본 언론은 대대적으로 ‘임금동결, 성과급 반납’으로 대서특필하였고, 이에 더해 복지까지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지엠지부는 노동조합에 불리한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임금동결, 성과급 반납’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자본과 언론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양보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대의원대회에서는 이러한 결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비록 주목받지 못했지만, ‘군산공장 폐쇄 철회’ 또한 임단협요구안으로 가져갔고, 이를 위해 투쟁해나가자는 결의를 만들어내었다.

희망퇴직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군산공장 노동자들의 상경투쟁

일주일 후 3월 24일,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난 노동자의 죽음이었다. 희망퇴직 실시후 두 번째 죽음이었다. 공장 안은 술렁거렸다. 또 한 사람의 실종 소식도 나돌았다. (이 노동자는 결국 지난 4월 6일 인천 남동공단의 외진 곳에서 23일간 방치된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노동자의 죽음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노동자의 죽음을 위로하기 보다 ‘돈 많이 버는 대기업 귀족 노동자들이 왜 죽냐’며 노동자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한 노동자들이 왜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직감적으로 잘 알고 있다. 쌍용자동차에서도 유독 희망퇴직을 한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이 지엠에서도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퍼져 나갔다. 부평공장의 한 노동자는 이러한 상황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장 안에 있는 텅 빈 노동조합게시판에 장문의 실명 대자보를 게시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지금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 대의원만 보지 말고 노동자들이 지엠에 맞서 싸우자’는 내용이었다.

지엠자본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4월 20일 부도가 날 수 있다며 회사가 제시한 안으로 잠정합의하자고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을 노골화했다. 3월 26일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인 베리앵글은 노동조합과의 간담회를 통해, “4월 20일까지 노조가 동참 안하면 부도신청할거다”, “군산공장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기회를 줬다.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정리해고 권한이 있다. 회사가 원하는 건 해고가 아니지만 최후의 수단은 정리해고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추가 희망퇴직을 고려하겠다”고 협박을 노골화했다.

그러나 지엠의 협박에 신물이 난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이러한 협박은 통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부도 내려면 내라, 법정관리 들어가면 불리한 사람들은 지엠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지엠이 3조 가까운 부채는 책임진다고 해놓고 아직도 그걸로 협박하고 있다’며 지엠자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은 지엠자본이 셀프 유동성 위기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희망퇴직한 노동자의 죽음과 지엠자본의 해고 협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3월 28일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월 13일 지엠자본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이어진 희망퇴직 이후 약 600여명(정확히는 현재 사무직 포함 680명이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인원이다)이 군산공장 내에서 순환농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투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고 총고용 보장을 쟁취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계속되었고, 결국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상경투쟁이 결정된 것이다.

한번에 200여명씩 2박3일 순환상경투쟁이 빽빽한 투쟁일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공장내 조립사거리를 가득 메우고 출근선전전이 진행되고, 공장내 현장 순회 선전전, 야간 출근선전전에 이어 저녁에는 조합원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붉은 머리띠를 맨 군산 공장 노동자들이 공장 안 곳곳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장을 넘어 100명씩 청와대 앞에 가서 정기적인 집회를 하고 있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의 거점인 천막은 조립사거리, 본관, 홍보관 앞에 10여동 이상이 설치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지엠지부, 정비지회, 창원지회, 사무지회 천막까지 확대되어 20여동에 이르는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함께살자 공동행동’의 구성과 실천

지금 한국지엠 안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뿐만 아니라, 지엠자본의 공장축소로 곳곳에서 고용이 위협받고 있다. 이미 작년 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우선해고가 진행되었다. 직영정비사업소는 9개에서 5개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외주화하려고 하고 있다. 부평2공장은 2교대에서 상시주간조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창원공장 또한 급격한 물량감소로 1교대 전환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500여명의 희망퇴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인원축소를 예고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평공장 내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생산식/사무직 구분없이 공장 내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 나가자는 취지로 ‘지엠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선 하나된 투쟁, 함께살자 공동행동’(이하 ‘함께살자 공동행동’)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선해고하는 ‘인소싱’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는 취지로 구성되었으나, 이 모임이 확대되어 ‘함께살자 공동행동’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함께살자 공동행동’은 현재까지 세 차례의 현장 내 노동자 토론회, 매주 수요일 아침 출근선전전을 진행해왔고, 현재는 본관 앞 천막농성에 돌입해있다. 3월 10일(토) 1차 토론회에서는 전체적인 투쟁방향, 임시대의원대회에 대한 대응이 논의되었고 집행을 위한 기획단이 구성되었다. 3월 24일(토) 2차 토론회에서는 주로 군산노동자들의 상황을 듣고 군산투쟁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었다. 3월 31일(토) 3차 토론회에서는 현재 한국지엠 상황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얘기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이때 군산 뿐만 아니라, 창원공장, 정비, 부평2공장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 상황에 대한 보고와 투쟁방향 논의가 이루어졌다. 투쟁하는 상황에서 토론이 뭐가 필요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함께살자 공동행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론회는 공동의 실천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황을 공유, 평가하고 여러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유의미한 과정이 되고 있다.

‘함께살자 공동행동’은 몇가지 한계도 있지만 매우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관료적인 노동조합 질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하나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지엠에서는 노동조합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이 중심이 된 현장조직들 밖에 없었다. 현장조직들도 다수는 노동조합 선거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노동조합의 관료적 질서에 순응해버린지 오래다. 그 동안 한국지엠 내에서는 이러한 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비정규직연대실천단’, ‘한국지엠 노동자네트워크’ 등의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활동이 지속되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중간에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한국지엠지부는 본관 앞에 설치된 ‘함께살자 공동행동’ 천막농성장을 철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분열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모든 투쟁을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한다는 게 쟁대위 결정사항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임단협투쟁 때 대다수 한국지엠지부 집행부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폐쇄하고, 공장내 현장조직 현수막을 노동조합 현수막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통제해왔다. 이 또한 문제가 있는 행위였지만, 지금 시기는 더더욱 이러한 관료적인 행태로 투쟁을 제한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함께살자 공동행동’은 이러한 노동조합의 관료적 통제를 극복해 나가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함께살자 공동행동’은 개별 노동자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 책임있는 결정이 이루어지기 보다 각자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부분이 ‘함께살자 공동행동’이라는 조직이 가지는 장점이자 한계이다. 구성원들 사이에 이 부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회의를 소집하고 집행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단위를 정확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

상승중인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투쟁

현재 한국지엠을 둘러싼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엠자본은 4월 20일 부도협박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미 4월 6일 지급하기로 약속된 성과급 지급은 연기되었고, 이후 유동성 위기로 임금까지 체불될 수도 있다는 협박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엠실사는 2개월 기한으로 시작되었고 4월 말경 발표될 것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엠이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는 것으로 볼 때,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는 실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동자들의 투쟁은 상승중이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의 상경투쟁, 불법파견 시정권고 발표를 미루고 있는 노동부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군산공장에 이은 각 단위의 천막농성 확대, ‘함께살자 공동행동’의 실천, 이를 바탕으로 한 인천지역대책위 및 민주노총 대책위의 구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지엠의 미래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어차피 공장철수할거면 지금 철수하는 것이 낫다. 지엠 나가라고 얘기하면서 싸워야 노동자들이 이길 수 있다’, ‘일시적 국유화를 하고 매각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고, 이를 대안으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해야 한다’등의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안들이 조만간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대안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달과 비교해서 투쟁이 확연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노동자들의 결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30만일자리 지키기 인천지역대책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개최된 집회에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참여 수준은 지난 집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장선전 등이 확대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4월 20일 부도위기, 5월말 군산공장 폐쇄 시점을 중심으로 투쟁이 준비되고 있다. 이 시기 무렵 잠정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어설픈 마무리는 또 다시 노동자의 고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은 지난 시기 너무나도 많이 경험해왔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 비정규직 총고용 보장등 핵심요구가 쟁취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투쟁을 더욱 상승시켜 나가야 할 때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