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이 없었던 2019년 최저임금 투쟁을 평가하다

0
405
[사진: YTN]

2020년 최저임금이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하며 8,590원으로 결정됐다. 2019년보다 고작 240원이 오른 것이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여로 1,795,310원이 된다. 이에 문재인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2년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 이후 문재인 정권은 속도조절론을 들먹이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켜 실질적인 최저임금을 삭감한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장 임금 삭감을 당하는 현실에 처해졌다.

2017년 통계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66만 명에 이르며 그 숫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이들은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현실(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7~19차)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95~105%을 받는 노동자들의 78%에서 최저임금이 핵심 소득원인 것으로 나타남)에 더해 산입범위 확대로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기까지 한 상황에서, 고작 240원 인상에 그친 민주노총의 2019년 최저임금 투쟁은 예년과 다르게 무력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민주노총이 2019년 최저임금 투쟁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노총 최저임금 투쟁 전략이 없었다

민주노총은 5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9년 최저임금투쟁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천명했다. 가장 핵심적인 요구는 최저임금 1만원과 ‘가구 생계비 반영’이었다. 가구 생계비를 반영한다는 것은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비혼·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반영하는 것이(물론 1인 가구에게도 충분한 생계비라고 할 수 없다) 암묵적인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요구안은 알바노조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이미 낡아버린 요구인 최저임금 1만원에 묶여 있었다. 2019년 민주노총 임금인상 요구안의 근거인 1인가구의 생활임금은 2,965,288원이었다. 이것과 비교하면 1만원 요구는 민주노총 스스로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요구였던 것이다. 이렇게 요구안 속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연출될 만큼 민주노총에는 2019년 최저임금투쟁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스스로가 자신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자본가계급이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세적으로 나갈 것이 뻔했다. 그 첫 번째 공세로, 최저임금의 업종 및 지역별 차등 적용·삭감안을 사용자위원들이 들고 나왔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의 반대로 차등 적용이 부결되자 사용자위원들은 최임위에서 퇴장했고 최임위 복귀 이후에는 4.2% 삭감안을 주장했다. 이에 반발해서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들이 서로 퇴장을 번갈아 하면서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나 그 갈등은 전면적인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고 말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전략·전술도 없이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의 ‘논쟁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의 행동에 따라 수세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민주노총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다.

한편 2019년 최저임금 투쟁이 어렵게 진행된 데에는, 우리 스스로도 지난 2년간의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에는 인상폭이 매우 적을 것이라 예단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의 요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차원보다는 ‘실현가능성’이라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 후 노동자위원 사퇴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최소 3.6%를 올려야”했다는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의 말이 이러한 입장을 증명한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물론 노동운동은 당장 1만원을 요구한 반면 문재인은 2020년까지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했다지만, 그 공약에 기대어 요구안을 결정한 것도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는 민주노총 추천으로 4명의 노동자위원(백석근 사무총장, 이주호 정책실장,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민주노총이 추천한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 참여한다. 한국노총 측 노동자위원 5명과 협의를 거치지만 민주노총의 수정안이 노동자위원의 수정안으로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혼란상태에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수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이다.

7차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요구안인 1만원(19.8% 인상)이 제시된 후, 첫 번째 수정안은 11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되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일이었던 13차 전원회의에서는 대폭 후퇴한 두 번째 수정안인 8,880원(6.3% 인상)이 제시됐다. 1차 수정안 제출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없던 상태에서 노동자위원들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기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집행부는 수정안 제출에 대해 ‘위임’을 받았다고 판단했으나, 일부 중집 성원은 위임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 1차 수정안 제출 이후 소집된 14차 중집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1차 수정안 제출 이후 사용자위원의 삭감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논의에 대응하지 않기로 의견을 다시 모았다. 그런데 또다시 수정안이 제시되었다. 최저임금을 결정한 13차 전원회의 직전에 열린 중집회의에서는 일부 중집성원들이 수정안 제시와 전원회의 표결 참여 거부를 주장하며 회의에서 퇴장하면서 수정안 제출을 의결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중앙집행위원회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자

작년 최저임금 삭감을 목적으로 산입범위 확대가 강행되었으나 민주노총은 관성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2019년 요구안으로 결정했다. 이 요구안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구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주장과도 모순되는 요구안이다. 매우 보수적인 국가 통계에 따르더라도 3인가족의 2019년 최저생계비는 3,760,032원이다. 그리고 2019년 민주노총이 임금인상과 관련하여 요구하는 생활임금은 1인가구가 2,965,288원이며, 3인가구의 생활임금은 5,504,946원이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든 가구원이 경제활동을 해야만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가구원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워낙 낮다보니 가구원이 모두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압력이 발생한다. 그것은 무한 착취를 추구하는 자본가계급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최저임금이 지금과 같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제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1인 가구뿐 아니라 3인 가구의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현재 최저임금 기준을 비혼의 단신노동자 모델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생활임금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때이다. 최저임금은 낮은 수준의 임금이라는 자본가계급의 프레임을 깨야 한다. 우리도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니, 70%니 하면서 낮은 임금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을 깨야지만 제대로 된 최저임금투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는 사회적 보호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에 당장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용도 감당할 수 없고, 아프면 제대로 치료할 수도 없으며, 풍요롭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도 문화생활도 불가능해서 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막다른 길목에 내몰리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현행 최저임금제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경로로서 한계를 보인 최저임금위원회, 그 틀을 깰 때도 됐다

2020년 최저임금이 240원 인상으로 결정된 후 민주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를 일괄 사퇴했다. 뒤이어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도 사퇴했다.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권이 추천하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미리 결정한 상태에서 노동자위원에게 강요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회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은 사실상 ‘최저임금 구간 설정’을 시도했고 회의 날짜를 바꿔 논의를 좀 더 이어가자는 민주노총과 노동자위원 호소는 거부했으며 퇴장하면 바로 표결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파행 결정 이후 나온 민주노총의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의 폐지나 구조적인 개편이 아니라 ‘공익위원도 사퇴하라’는 주장이기 때문에 그 관점에 비판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최저임금 투쟁 평가에서 요구액에 대한 대안과 더불어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매우 격렬한 갈등관계에 있기 때문에 합의가 불가능하다. 이것은 임금을 둘러싸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두 계급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의 중재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정치적인 기구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당연히 정권의 입장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설정하고 그 구간 안으로 인상액을 강요하는 것에서부터 확인되며, 2020년 인상의 근거에 대해서 공익위원 간사가 ‘경영계에 물어보라‘는 말도 안 되는 망발을 한 것으로도 충분하게 입증된다. 문재인 정권도 최저임금위원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현행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행제도에서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반발로 최저임금 심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논의기구와 결정기구를 분리한다는 내용일 뿐이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는 논의사항이 비밀에 부쳐지는 밀실합의로 진행된다.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그 결과가 알려지지만, 논의 당시에는 논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 수 없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위원들에 의해서 논의 소식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소식을 들을 수 있고 원천적으로 노동자들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 더군다나 고작 10여 차례가 넘는 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는 구조이다.

이제 이렇게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위원회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구성의 목적과 구조가 경사노위와 다를 바 없다. 정권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공익위원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면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 최저임금위원회 밖에서 투쟁한다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적인 것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투쟁을 전조직적이며 정치적인 투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참여에 목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자본가계급과의 담합을 추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틀을 깰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대부분의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의 미래를 결정한다. 소득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투쟁 요구로 잡은 ‘가구 생계비 반영’을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0년 최저임금투쟁을 위해 지금부터 최저임금의 결정구조와 요구안에 대한 전조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