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공염불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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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의 첫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문재인은 취임 후 첫 행보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문재인의 선언에 화답해 약 1만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선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될지 모른다는 한편의 기대를 갖게 됐다.

2016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약 184만 명이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어떠한 형태의 고용관계에 있던 대부분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며, 문재인 정권의 지침에 따른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실현되려면, 정부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선 직후 첫 행보로 인천공항공사를 삼고 온갖 생색을 다 냈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노, 사, 정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재인 깜짝 방문, 그러나 변한 건 없다

문재인의 깜짝 방문 이후 다섯 달이 되어가지만,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실질적인 협상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이 비정규직 제로 선언만 했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부문을 틀어쥐고 있는 관료집단은 그대로 두고, 자신이 벌여놓은 일에 실행주체로는 나서지 않고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 결과이다.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은 60여 개 용역업체에 약 7,500명에 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7년간 공항 구석구석을 누비며 인천공항의 안전을 책임져왔던 노동자들이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으면 인천공항공사는 단 한 대의 비행기도 띄울 수 없다. 정규직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문재인의 선언 후 슬금슬금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즉 인천공항공사는 직접고용은 최소화하고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모습의 비정규직일 뿐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해 노·사·전(문가)협의가 수립됐지만 진전이 지지부진한 데는 가장 근본적으로 이러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계획도, 의지도 없다고 봐야

문재인 자신의 행보로 인해 비정규직 정책의 상징이 된 인천공항공사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 본질을 외면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정권 차원에서 직접 문재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노사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회주의자』 기사(「좋은 비정규직이란 없다: 문재인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약속에 부쳐」)에서 이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공공기관 인력채용을 제한하고 있는 총액인건비, 기준인건비 제도와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는 관련 법안을 폐지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앙부처(기재부)가 인건비 기준을 정하는 총액인건비 제도로 인해 예산 편성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것부터 폐지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총액인건비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

또한 최근 발표된 ‘일자리 로드맵’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권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는 파견법 등 비정규악법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차별을 해소하고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분적인 개선에 그쳐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인천공항공사의 현 상황이 바로 이런 식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하려는 자회사는 사실상 형태만 변화한 ‘인력파견’에 해당된다. 이것을 일러 비정규직 제로라면, 그것은 거짓 선언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학교비정규직 대책의 경우, 문재인 정권 스스로 정규직 전환의 기준으로 ‘상시지속업무’를 세웠지만, 그것의 적용에서 기간제교사와 강사노동자들을 제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이래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 저임금, 차별 등의 문제는 20년간 곪을 대로 곪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됐다. 비정규직 문제야 말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모순의 중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문재인의 행보와 정책은 생색만 낼 뿐 스스로 문제 해결에 책임지고 나서지 않으려고 하고, 부분적 개선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계획과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정권의 수혜조차 투쟁으로 쟁취된다

문재인 정권이 노동관련 문제에 대해서 이전 정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한계가 분명하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스스로의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뿐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공사지역지부는 조합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의 행보가 일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근본적으로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노동조합이 뭉그적거리며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인천공항공사에 맞서 투쟁으로 돌파해야할 상황이다. 다섯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자회사를 고집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조차 오직 투쟁을 통해서뿐이다. 또한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노사자율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책임과 권한을 방기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답은 투쟁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시험대가 될 인천공항공사의 투쟁에 전체 노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투쟁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면피용 선언에 헛배만 부를 것인지, 실질적인 비정규직 철폐의 큰 길로 나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투쟁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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