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자본을 위한 가덕도 신공항

2
591
[사진: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부산 가덕도 일대에 대규모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그 사업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가덕도는 부산에서 가거대교를 타고 거제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섬이다. 서울 여의도보다 7배나 넓은 섬 전체가 여러 개의 산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연대봉(459.4m)과 국수봉(269m) 자락이 맞닿은 곳에 대항항, 새바지항 같은 포구가 아늑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가덕도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을 깎고 동서 양쪽 바다를 매립하여 3.5km 활주로를 갖춘 동남권 거점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요체이다.

동남권 거점 신공항 건설은 2006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영남권 광역지자체들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신공항 건설 후보지는 가덕도와 밀양 두 군데로 좁혀졌다. 그러나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입지평가에서 두 곳 모두 공항 입지 합격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왔고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되었다. 그리고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팀의 공항 후보지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가덕도와 밀양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해신공항(확장)이 대안으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요구가 잇따르면서 2019년 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검증 결과 2020년 11월에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은 폐지되었다. 그로써 다시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부상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선거 거래

2006년 논의가 시작된 이래 동남권 신공항 계획은 5년마다 부침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신공항 추진계획이 요동쳐 왔다. 노무현 정권이 김해공항 외 신공항 건설에 역점을 둔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대구경북 여론을 의식하여 김해공항을 리모델링하는 쪽으로 계획을 틀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 다시 신공항 후보지가 가덕도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민주당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더욱이 이 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월 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직접 찾아 신공항 건설 지원을 약속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야권은 이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비록 선관위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지만, 문재인의 행보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의 표결에 대한 메시지였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민주당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략임은 자명하다. 나아가 내년 대선에 대비한 동남권 표 다지기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동남권의 여론은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6일 YTN 의뢰로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통과’ 여론조사 결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답변 결과는 ‘잘못된 일’ 54%, ‘잘된 일’ 38.5%로 드러난 것이다. 동남권 주민들의 ‘숙원’으로 알려진 신공항 건설에 대해 정작 동남권 주민들 과반수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매수하는 것이 이제는 낡은 선거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세력은 이 사업 예산을 7조5천억 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에만 최소 1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팀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주민의 농어업 손실이 발생하며, 깊은 바다를 매립하는 만큼 많은 유지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가뜩이나 출구 없는 자본주의 공황과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마당에 천문학적 예산이 투여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다. 선거 냄새가 물씬 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환영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억지스럽고 과장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리

그럼에도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부산시장 보궐선거 홍보거리로 삼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문재인의 측근 김경수가 지사로 있는 경상남도는 홈페이지에 별도의 섹션을 구축하여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적극 선전하고 있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그 근거로 2002년 4월 김해공항 근처 돗대산에 추락하여 129명이 사망한 중국민항기 사고를 들고 있다. 하지만 2005년 5월 건설교통부 항공조사위원회는 당시 사고의 원인을 “운항승무원의 조종 미숙”으로 발표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은 활주로 유도등을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하였고, 이후 20년이 다되도록 눈에 띄는 사고가 없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신공항 건설에 앞서 김해공항을 폐쇄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한편 이용객의 급격한 증가로 김해공항이 포화상태라는 점도 신공항 건설의 이유로 등장한다. 물론 2015년 1,238만 명이던 김해공항 이용객이 2018년에 1,706만 명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9년에는 이용객이 오히려 13만 명이나 감소했다. 코로나19와 무관한 시점에서 이미 여객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용객이 급증할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소음문제로 인한 김해공항의 야간 운항 제한 등을 이유로 24시간 이용 가능한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야간 운항 시간 몇 시간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신공항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신공항에서 24시간 대형 항공기가 운항되는 데 따른 새로운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

이밖에도 경상남도 홈페이지에는 황당한 논리들이 등장한다. 그중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드는 교통요금 및 시간비용이 연간 7천억 원이나 절감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덕도 신공항이 인천공항과 똑같은 국제노선이 개설되고 인천공항과 똑같은 편수의 운항을 하여 동남권 국제노선 수요를 100% 흡수해야 가능한 수치이다. 말이 안 되는 가정이지만,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동남권 주민의 해외여행 경비 절감을 위해 국가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국제공항을 새로 만들어주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한편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도 어김없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논리가 나온다. 동남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최대 5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관련 종사가가 직접고용 1,900여 명, 간접고용 9천여 명 등 모두 1만1천여 명이다. 게다가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이다. 인천공항보다 훨씬 작은 가덕도 신공항에 50만 명 이상의,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선전은 도를 넘은 허풍이다.

토건자본에 예산 퍼주기 위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이처럼 억지스럽고 옹색한 논리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속내가 궁금하다. 이들이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내용에서 확인된다.

요컨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공항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그런데 토지를 변형시키고 건축물을 짓는 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발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신속한 건설이 가능하려면 사업시행자에게 여러 가지 절차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특별법의 진짜 목적도 그것이다. 실제로 이 법은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제7조), 31건에 달하는 인허가 등을 일괄 면제해주고 있다(제11조). 또한 각종 법률에 명시된 개발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초지조성비, 대체산림자원조성비, 하천점용료, 환경개선부담금 등 열 가지 이상의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제15조).

한편 이 법은 여느 국책사업이 그렇듯 민간자본 유치를 염두에 두고 마련되었다. 실익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 게 민간자본의 본질이다. 그래서 특별법은 사업에 참여한 민간자본에 다양한 특혜와 이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다. 가령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자본의 공공시설 점용 허가, 사업에 필요한 토지나 시설 등의 매입 업무 등을 대행해준다. 또 민간자본의 수익성 보장을 위해 주변 토지개발 사업권을 부여한다(제17조). 사업 시행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거나 융자도 해준다(제14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이 사업 시행자에게 일반 건설 사업자는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토건자본이 정부 보조금으로 자신의 수익사업을 벌이는 지경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목적이 토건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법 제18조의 ‘사업시행자는 공사, 물품, 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신공항 건설 예정지역의 관할 및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는 자를 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간 지자체들이 신공항 건설에 목을 맨 이유를 잘 보여준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토건 자본을 위한 사업

과거 이명박 정권은 ‘녹색성장’을 내걸고 반생태적인 4대강 사업을 벌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 우려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반생태적인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대적인 공사를 일으켜 토건자본의 이익을 실현해 준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과 문재인 정권의 가덕도 신공항은 추진 의도가 비슷하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두고 ‘하늘로 간 4대강사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평범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비행기는 한 해에 한두 번 탈까말까 한 교통수단이다. 공항이 부족해서 문제되는 게 아니다. 비행기 타고 여행할 돈과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국내에는 이미 14개의 공항이 있다. 그중 10개의 공항은 최근 5년간 3,8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제주2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울릉도공항, 흑산도공항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공황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가히 ‘공항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항공은 자동차, 철도, 선박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고비용 운송수단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항공 이용을 자제하자는 ‘부끄러운 비행(Flight Shame)’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2016년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 이행’을 결의한 바 있다.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한국도 2021년부터 항공 분야 온실가스 배출 감소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방방곡곡에 공항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 기존 항공 운항도 되도록 억제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을 배반하는 부끄러운 짓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입장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건설되어야 한다. 제주2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울릉도공항, 흑산도공항도 건설되어야 한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든 말든, 출구 없는 자본주의 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나든 말든, 항공 수요가 감소하여 적자가 나든 말든,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든 말든 공항은 건설되어야 한다. 그래야 토건자본의 이익이라도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유주의 정권의 계급적 본질이며 고유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2 댓글

  1. 다른건 다 공감되는데 딱 하나,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존 항공 운영도 억제되야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지구온난화는 사기극 입니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건 기후변화의 원인이 아닙니다 (이산화탄소 자체가 물에 잘녹기에). 지금까지 빙하면적과 북극곰 개체는 꾸준히 늘었고 이번 겨울은 역대급 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그런데도 무슨 온난화 입니까? 지구온난화는 국제 자본가들이 탄소세 명목으로 세금 삥뜯고 경쟁국ㅡ특히 후발주자들ㅡ 경제활동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21세기 최대의 사기극 입니다.

    몇년전 미국을 탈출한 그 유명한 스노우든이 폭로했는데,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가 cia가 과학자들 매수해서 만든 거짓말일 뿐입니다.

  2. 공산주의 사회가 수립된 미래에는 항공운영이 지금보다 수배는 늘어야 합니다. 철도ㆍ버스ㆍ배랑 더불어 비행기 역시 노동자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하는게 답이지, 자본가들의 세금수탈ㆍ사다리 걷어차기 목적의 온난화 사기극에 동조해서 비행기를 억제하는게 노동계급의 전위이자 교사인 사회주의자들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자유주의” 분파 자본가들의 국제적 수장인 미국 민주당이 지구온난화ㆍ탄소세 수탈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그런 그들과 노선을 함께하면서 한국 민주당을 비판하는게 큰 모순 아닙니까?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