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할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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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국가보안법 70년

2018년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지 꼭 70년이 되는 날이다. 70년 전인 1948년 어떻게 국가보안법이 탄생했는지는 작년 6월 『사회주의자』에 실린 이태하의 「국가보안법 폐지로 야만의 역사를 청산하자」에 잘 설명되어 있다.

치안유지법은 주로 조선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다는 점이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식민지 민족해방이 전세계적으로 전개되자 이에 고무되어 1919년 3・1일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3・1운동 후 일제의 잔혹한 탄압으로 많은 독립투사가 해외로 갔고, 국내에 남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문화운동, 실력양성운동, 협동조합 등을 하다가 변절하기도 했다. 사회주의계열인 조선공산당은 노동자민중을 각성시켜 민족해방을 목표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일제는 치안유지법을 악용하여 이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탄압하였다. 그러다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치안유지법은 폐지되었다.

그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1948년 2월 26일 UN을 앞세워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추진했다. 이에 민족해방운동의 세력들은 남북한 총선거 및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미군철수와 망국적 단독선거 반대를 기치로 한 제주도민들의 항쟁이 발생했다. 이에 당황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양민을 억누르려 했다. 이에 반대한 14연대가 여순봉기를 일으켰다. 이를 빌미로 이승만 정권은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좌익척결을 목표로 만들어진 법이었고, 그 법의 모태는 바로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일제가 만든 ‘치안유지법’이었다. 일제가 ‘치안유지법’을 제정한 후 최초로 적용한 데가 바로 조선공산당 사건이었다.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노동자, 지식인, 학생들이 탄압받아 왔다. 그리고 지금도 국가보안법은 철저히 정권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권, 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보안법

조금은 오래 되었지만, 2001년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연합’(이하 진보의련) 회원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례를 먼저 들어보도록 하겠다. 1998년 IMF사태를 거친후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내걸며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고, 이러한 흐름은 의료 교육영역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획기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한 정책적 내용을 뒷받침한 단체 중 하나가 바로 진보의련이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슬로건은 노동자 민중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공약이었고, 노동자 민중들도 이 정책을 엄청난 지지로 화답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무상의료’를 주장하던 진보의련이라는 단체를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했다. 진보의련 회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여 억지 증거를 만들어내더니, 결국에는 적을 이롭게 하는 단체로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2012년 이명박 정권은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이하 해방연대)의 회원 4명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했다. 해방연대는 그동안 노동자 민중의 삶이 고통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고 주장을 해왔고, 그 대안으로 자본주의를 넘어 사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2008년 미국 경제공황으로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었고, 자본가들 조차도 자본주의가 실패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권은 오로지 국가보안법이라는 무소불위의 도구를 활용하여, 사회주의활동을 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른바 국가변론선전선동목적 단체를 구성했다며 탄압했다. 해방연대는 재판투쟁을 통해 사회주의 활동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1심,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안검찰은 계속해서 항소를 했고, 2018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대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 위기가 발생하고,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이 정권에 방해가 되면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을 통해 사회주의 정치세력을 탄압하겠다는 의도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공안당국은 2016년 7월 철도노동자이자 <노동자의 책> 대표인 이진영 동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를 하고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공안당국은 갑자기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노동자·민중들의 촛불투쟁이 한창인 2017년 1월 이진영 동지를 이적표현물 반포, 판매와 이메일 송부 등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했다. 철도노동자들의 정당한 총파업을 주장한 것 또한 국가변론 선동이라고 몰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도 보였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고양되자, 국가보안법을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수구세력은 국가보안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민주화 이후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사라졌고, 일반 국민들 중에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고 있다. 위 사례들을 보면 수구세력의 주장은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노동자 민중에게 더 나은 제도와 사회를 주장하고 투쟁하는 것을 탄압하는 도구가 국가보안법이고, 그로 인해 그 피해는 노동자 민중 전체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미온적인 자유주의 세력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노동자 민중이 더 나은 삶을 요구하는 투쟁을 막아왔다. 자유주의 세력 또한 국가보안법의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였지만, 집권세력이 되어서는 개정으로 물러서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 국가보안법에 대해 “국가보안법은 문명국가의 수치스러운 제도”, “오랫동안 남용돼서 국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라 얘기하면서 “이것을 폐지하지 않고서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하였다. (오마이뉴스 2002년 2월 20일). 그러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에는 그간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주장과는 달리 대체입법을 제정하겠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서울시장인 박원순의 변화는 더욱 황당하다. 그 자신이 국가보안법 권위자로 『국가보안법 연구』라는 책까지 발행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인물이다. 『국가보안법 연구』에 나오는 몇가지 구절을 인용해 보겠다.

필자는 국가보안법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발전시켜온 제반 법률적 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유례없는 사상의 탄압법인 동시에 세계정세의 변화와 남북한 관계의 진전과정에 비추어 시대착오적인 냉전과 독재의 유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려 하였다. …… 따라서 이 당연한 결론에 더 이상 억지와 궤변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비롯하여 언론, 출판, 학문, 예술의 자유 등 정신활동의 자유를 주요 제한목표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유무에 전혀 상관없이 이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이 갖춰야 할 제반 요건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가 민주헌정국가이고자 한다면 마땅히 가장 먼저 폐지하지 않으면 안될 법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이 된 이후 카멜레온처럼 입장을 변화시켰다.

과거처럼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세력은 하나같이 겉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다가 권력을 잡으면 정권유지의 필요성으로 인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불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권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인 이해찬은 국가보안법 재검토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지나 개정을 말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청와대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해 버렸다.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적폐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정말로 오래된 적폐가 7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를 정리한 ‘100대 촛불개혁과제’에도 ‘국가보안법 철폐’가 들어간 이유는 바로 그것이 이 사회의 대표적인 적폐였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정권과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을 언제든 탄압할 수 있는 정권유지법이다. 사상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반민주 악법이며, 자본주의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 청년들이 자본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꿈꾸고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체제유지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불철저한 자유주의 세력에게 국가보안법 철폐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진보세력,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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