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현행 질서 유지 의사를 드러낸 국회의 기후비상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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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9월 기후비상 집중행동에 나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는 이번 9월 한 달 동안 기후비상 집중행동을 선포하고 다양한 실천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국동시다발행동, 비대면 집회 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여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는 행동을 진행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작년 7월 23일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한국 시민 종교 사회단체 정당 집담회”를 계기로 결성되어 9월 21일 혜화동에서 약 5천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성사시킨 바 있다. 2018년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 전세계적 학생 파업과 멸종저항 운동 등의 영향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이루어진 뜻깊은 대규모 시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작년과 같이 대규모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되었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인하고 자본과 정권에 대해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대중 시위 형식은 아쉽게도 어렵게 되었다.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기후위기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미온적 태도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비상 집중행동이 잡힌 9월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올해까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을 수립해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것은 2015년에 채택된 파리협약에 따른 것이다. 파리협약에 따르면, 기후변화협약 당자국들은 5년마다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해야 하고 2020년까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 장기저탄소발전전략에는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배출 감축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가 위한 조치들이 담기게 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는 한국이 기후위기 해결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직결된다. 이미 문재인 정권은 지난 2월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검토안을 내놓았다. 그것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75% 감축하는 안부터 40%만 감축하는 안까지 총 5개의 안이 제출되어 있다.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배출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턱없이 부족한 안이 나온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은 지난 7월 중순 그린 뉴딜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는 미온적인 반면 기후위기로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한국 독점자본이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만 신경 쓰고 있다. 예컨대 그린 뉴딜 사업에 투여되는 국가예산 중 30.7% 가량이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 지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기후운동 진영에서는 탄소 저감·저장기술이나 바이오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음의 배출’을 상정한 ‘순배출제로(net zero)’를 기만적이고 허황된 발상으로 비판하고 있는 데 비해 문재인 정권은 탄소 저감·저장 기술 개발에 정부 예산, 녹색융자, 민관 합동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대거 투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회에서 통과된 기후비상결의안은 ‘빛 좋은 개살구’

한편 국회에서도 9월 들어 기후비상결의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비상선언 결의안>,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기후위기대응 및 특별위원회 설치 결의안>,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비상선언 및 대응 촉구 결의안> 등 총 4가지 기후위기 관련 결의안이 제출되어 논의되었다. 가장 퇴행적인 임이자 안을 논외로 하고, 다른 세 안은 모두 1.5℃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고, 특히 김성환 안과 한정애 안은 2030년 배출감축 목표 명시에 반대할 뿐 아니라 2050년 목표도 ‘배출제로’가 아닌 ‘순배출제로’로 삼아 큰 한계를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 결의안들을 검토했고, 지난 9월 22일 최종 정리된 결의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2030년 배출 감축 목표를 명시하는 것에 대해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격심했다고 한다. 결국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국회에서 통과된 결의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하고,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전체적으로 볼 때 국회 결의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격심한 반대로 최종 결의안에는 2030년 배출 감축 목표가 명시되지 못하고, 다만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도록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음으로 2050년 목표도 ‘배출제로’가 아닌 ‘순배출제로’가 들어갔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이들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2050년은 30년이나 먼 미래고 2030년은 바로 눈앞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기후위기가 어떻게 되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에 2050년 목표에 대해서는 다소 후할 수 있으나 당장 눈앞의 미래는 첨예한 자기 이해가 달려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국회 결의안은 순배출제로를 2050년 목표로 삼음으로써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이 나와 배출감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국회에서 이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가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국회의 기후비상결의안은 기후위기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기에 뭔가 움직임은 보여야겠지만 현재 기존 지배체제에서 자신들이 누리는 이익은 최대한 손상되지 않게 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청와대 앞 릴레이 일인시위: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

필자는 이번 9월 집중행동에 맞춰 9월 12일 오후에 사회주의 생태론 학습모임을 함께 하는 동지들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사회주의 생태론 학습모임은 지난 10월에 처음 모임을 가진 후 사회주의 생태론 기초 학습, 스펜서 위어트의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대논쟁』,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학습했고 최근에는 존 벨라미 포스터의 『마르크스의 생태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습모임은 사회주의 생태론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주의 생태운동의 주체를 만들어가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집중행동에 함께 참여하자는 뜻이 모인 것이다.

당일 집중행동과 관련하여 여러 단위들이 이산화탄소를 대거 배출하는 기업이나 화력발전을 계속하는 한전 등을 상대로 항의 행동을 벌였다. 우리 학습모임은 릴레이 일인시위 장소로 청와대를 잡았다. 그 이유는 현재 기후위기 대응에서 정부의 역할이 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그것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학습모임 참여자들은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 “탈석탄 탄소배출제로 나몰라라 하는 문재인 정권”, “기후위기=기후불평등”, “꿈만 그린 뉴딜, 대자본만의 꿈”, “바로 보자! 기후위기” 등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음을 지적하고 문재인 정권의 기후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자체 제작하였다. 피켓 중에는 “개인의 실천 이제 STOP, 기후운동으로 함께 가자”는 등 개인의 실천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피켓도 있었다. 이날 릴레이 일인시위에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도 함께 하여 한층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9월 12일 집중행동 인증샷을 통해 확인되는 점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늘었다는 것이다(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점에 대한 설명은 필자의 이전 기사 「기후위기에 맞선 사회주의 생태운동이 필요하다」를 참고하기 바람). 그러나 여전히 기후위기가 바로 자본주의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을 기후운동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문재인 정권의 그린 뉴딜을 비판한 7월 15일자 기자회견문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사회경제시스템 전환”이나 “경제성장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온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문제가 되는 사회경제시스템이 무엇인지는 애매하게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점을 더욱 강력하게 발언하고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상황이다. 더욱이 9월 24일 통과된 국회의 기후비상결의안을 통해서도 그러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후비상결의안의 실내용은 사실상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기후위기를 진짜로 막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회피할 수 없게 된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도 현행 질서를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노력이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국회의원들의 노력을 통해 유지되는 현행 질서는 바로 자본주의이고 그 질서로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자본가계급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반자본주의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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