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국유화 투쟁, 왜 민주노총은 안 나서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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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핵심 정세에 대해 무감각한 민주노총 선거

민주노총 선거가 한창이다. 지난 11월 20일(금) 민주노총 인천본부 사무실 지하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후보자 합동유세가 진행되었다. 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이번 선거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 견해를 듣고 판단해보고자 그 자리에 참여해 보았다. 각 후보별로 10분 남짓 진행되는 유세를 들으면서 그동안의 민주노총의 활동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지, 어떻게 민주노총을 2500만 노동자들의 구심으로 만들어 내려고 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았다.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결국 민주노총을 배신하고 정권의 품으로 들어갔다는 평가, 총파업을 주장하지만 뻥파업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어떤 후보는 사회적 교섭을 해내겠다고 하고, 어떤 후보들은 문재인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투쟁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후보는 전략지도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결국 사회적 교섭을 우위에 두느냐, 투쟁을 우위에 두느냐는 쟁점이 핵심이었다.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질문을 할 기회가 있다고 해서, 주최측에서 나누어준 질문지를 하나 집어들어 후보자들에게 현재 정세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문제가 이슈가 되어 있습니다. 항공 노동자들은 해고를 직감하고 인수반대를 주장합니다. 막대한 혈세가 조씨 일가에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임에도 민주노총, 공공노조 등의 적극적 역할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국유화’를 요구하며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는데, 후보들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위 내용은 필자가 주최측에 제출한 질문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뿐 아니라 가까운 곳에 김포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수만 명의 항공산업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중복되는 부분의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을 해당 노동자들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에서는 합병이 되더라도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노동자들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소속 노동조합이 모였고, 인수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아시아나 항공에만 3조 5천억이라는 자금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했다. 이처럼 부채덩어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국민의 혈세로 살려놓고, 이것을 똑같이 부실덩어리인 대한항공 자본에 헐값으로 넘기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것이 항공산업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억지를 늘어놓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적어도 민주노총 후보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민주노총 선관위와 각 후보들이 공통질문 2가지—노정교섭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 총파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사시키려고 하는지—만 받는 것으로 합의를 해서, 추가적인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들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후보자 유세는 다분히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보자들의 정책자료집을 찾아보았지만, 해고와 휴직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상황인 항공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노총 선거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의 선거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유화투쟁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지난 11월 6일, 『사회주의자』 주최로 열린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방향 토론회”에 발제를 맡았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기간산업 국유화의 의미와 필요성뿐만 아니라, 왜 국유화 투쟁이 안 되고 있는지,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를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는데, 필자는 국유화 투쟁이 안 되고 있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가. 노동운동 내 만연한 조합주의

…… 그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조합주의 경향은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틀 내에서 고용과 복지를 지켜내는 조합주의적 투쟁으로 제한되었다. 현재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투쟁도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산업 전반이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여 있고, 노동자들의 해고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고를 당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들이 먼저 무급휴직을 제안하고 이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자본을 규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투쟁이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자들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있다. 개별 기업 내에서의 일자리 확보, 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일자리 확보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항공산업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여있는 한국지엠, 쌍용자동차에서도, 두산중공업도 그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의 노사협조주의, 개량주의, 관료주의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가 제대로 된 투쟁방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만 보더라도 항공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해고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과감하게 주장하고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도 두산중공업, 쌍용차, 한국지엠 등에서 계속 위기가 드러나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국유화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노사협조주의, 개량주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다. 노동자들의 낮은 계급의식

노동자들 또한 국유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은 상황이다. 자본의 반복되는 구조조정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보다 일정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의식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국유화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대안으로 여기거나, 국유화 자체를 관료적인 공기업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반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11월 6일, [토론회 발제문] 기간산업 국유화 투쟁방향 중)

필자는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보면서 왜 국유화 투쟁이 되지 않고 있는지와 관련하여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1,750명이 해고되었던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1,700여명이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당시 민주노총은 공기업화 요구 등을 걸고 투쟁전선을 형성했다. 그리고 지금 이스타 항공만 보더라도 1,200여명이 해고되고 있다. 항공산업 비정규직은 곳곳에서 해고되고 있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또다시 구조조정이 거세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 투쟁전선을 형성하려는 계획이 없어 보인다. 투쟁집회 결합, 지원 정도로 그 역할을 다하려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된 이유는 상급노조들 또한 조합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관료주의, 개량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이 기간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바꾸겠다는 전망,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전망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항공산업을 국유화하자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에는 지난 5월 13일에 “민주노총은 강령과 같은 기본과제에서 “우리는 해고와 실업을 방지하고 완전고용과 고용안정을 쟁취한다(13번)”,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고 경제의 사회화를 추진한다(17번)”고 밝히고 있다. 기본과제가 장롱면허 같이 죽어 있는 문서조각이 아니라면, 녹슨 칼을 다시 벼리는 심정으로 ‘완전고용 쟁취’와 ‘기간산업 사회화’를 위해 투쟁할 때다.”라는 내용의 홍석만의 글이 실렸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 글 이상으로 국유화에 대한 요구는커녕 항공산업과 관련된 최소한의 투쟁 계획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은 국유화 투쟁에 대한 신속한 논의를 통해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에 나서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선거에 나온 모든 후보들이 문재인 정권의 노동개악에 대해서 ‘역대급 노동개악’이라고 평가하면서, 총파업 총력투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투쟁도 중요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왜 민주노총은 항상 개악되는 것만 막는 투쟁만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계기 중의 하나가 항공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정부의 막대한 자금이 지원되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은 해고당하고 있는 상황이 항공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 산업은행은 다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부실덩어리 항공사(아시아나 항공)를 또 다른 부실덩어리 항공사(대한항공)에 떠넘기려는 악수를 두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국유화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 기간산업 국유화, 항공산업 국유화를 내걸고 투쟁전선을 형성한다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투쟁의 활력을 만들 수 있다.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은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이스타 항공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투쟁에 나서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노동자들이 투쟁에 더 활기차게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해고되고 있는 항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도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으로 모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해고 없는 국유화, 재매각 없는 국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항공산업 국유화 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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