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은 ‘사용자를 위한 정부’”: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장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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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사회주의자』는 자회사 정규직화와 같은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 현안,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의 실상, 경사노위의 실체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장성기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최근 ‘서경지부’에서 ‘서울지부’로 이름을 바꿨다)는 10년 넘게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에 앞장 서왔다. 서울지부는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중요 현안 투쟁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인터뷰가 진행된 12월 12일 당일에도 산업은행 앞에서 자회사 설립 결정에 반대하는 서울지부의 항의 집회가 길게 진행되고 있었다.

Q1. 그동안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었죠. 최근 조직명칭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서울지부”로 변경했습니다. 사실 “서울지부”보다 “서경지부”란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 서울지부의 연혁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성기 지부장: 우리 지부의 역사가 꽤 길어요. 1988년부터 시설관리 분야의 기업별 노조로 시작을 했고 당시 설립된 노동조합 중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곳도 있어요. 사실 IMF가 터지기 전에는 용역업체가 한번 선정되면 잘 바뀌지 않았고,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고용도 지금처럼 불안정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1997년에 IMF가 터진 후 용역업체가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겨 다니기 시작했고, 소속 기업이 바뀔 때마다 노조를 새로 설립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0년에 시설관리 ‘업종 노조’로 탈바꿈하게 되었어요.

서울, 인천 지역 노동조합인 ‘서경지부’가 만들어진 건 2006년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청소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사업장 별로 인원수가 50~60명 정도 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조직 기반을 확대해나기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로 연대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죠.

그렇게 10년 넘게 서울, 인천 지역 노동자들이 같은 지부 내에서 싸워왔는데, 이제 경기지역 지부도 준비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각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동지들이 책임을 지는 지부를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경지부’의 명칭을 ‘서울지부’로 바꿨어요. ‘서경지부’에서 ‘서울지부’로 조직 명칭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고민이 많았어요. 10년 넘게 ‘서경지부’라는 이름으로 싸워왔는데, 갑자기 ‘서울지부’로 명칭을 바꾸면 그동안의 활동과 단절될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죠. ‘서울지부’가 열심히 싸우면서 이름을 알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공공운수 서경지부는 최근 서울지부로 이름을 바꿨다. 사진: 사회주의자]

Q2. 사실 자회사로 정규직화하는 꼼수가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 추진 이후 일상화되었지만, 좀 더 앞선 시기까지 따져 가면 서울지부 소속 사업장인 경희대가 산학협력단이 100% 출자하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협동조합을 통한 고용보장 이야기도 나왔고, 언론은 이것을 ‘경희대 모델’이니 ‘상생실험’이니 하며 띄워줬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서울지부도 산업은행 분회가 자회사 정규직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경희대부터 산업은행까지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서 자회사 정규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성기 지부장: 이런 자회사가 생산활동이나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인력 파견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회사들은 사실상 용역업체랑 다를 바가 없어요.

서울지부는 10여 년 전인 2007년에 이미 ‘자회사’의 실체를 알 수 있는 경험을 했어요. 2007년에 대우건설에서 3억 원을 출자해서 ‘우리자산관리’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서울역 앞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 관리를 그 자회사에 맡겼는데, ‘우리자산관리’가 들어오자마자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됐어요. 70일 가까이 하루에 용역깡패를 180명씩 동원해서 노동자들을 탄압했죠. 조합원들이 현장 복귀를 하긴 했지만, 대우건설은 결국 자회사였던 ‘우리자산관리’를 자회사 사장한테 6억 원에 팔아 넘겼어요. 자회사는 이런 식으로 언제든지 아웃 소싱될 수 있는 회사에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도 앞서 말한 자회사와 비슷한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경희대 모델’이 만들어지기 전에 연세대에서는 차량운전용역직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을 통해 운전 노동자들을 고용한 적이 있어요. 저는 협동조합으로 가는 걸 말렸죠. 겉으로는 협동조합이 결정권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용역 단가, 일할 노동자 수를 결정하는 건 원청이니까. 당시 조합원이 결국 협동조합으로 갔는데, 매년 한 두 명 씩 자체적으로 해고를 하더라고요. 원청에서 주는 용역비가 제한되어 있으니까 스스로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을 해고하고 월급을 적게 줄 수 있는 신입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서울지부는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해봤으니까 경희대에서 이야기한 ‘자회사 정규직’이 진짜 정규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죠. 지부 내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자회사 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입장도 있었는데, 저는 경희대 모델에 합의를 할 경우 그런 식의 ‘가짜 정규직 모델’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어요. 당시 경희대 조합원들은 결국 자회사로 들어갔죠.

산업은행 자회사(‘두레비즈’)는 퇴직 관료들 일자리 만들어주기 위한 ‘자회사’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서울지부 조합원들 중 도시가스검침원들이 있는데, 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사장이 다 공공기관에서 구조조정 당했거나 희망퇴직 한 관료들이에요. 자회사가 용역업체 역할을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득이 훨씬 커요. 파업을 할 경우에 대체 인력을 넣기도 쉽고, 원청에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을 하면 퇴직임원 같은 사람들 일자리를 만들기 쉽죠.

더군다나 기업 사정을 잘 아는 퇴직 관료가 사장 노릇을 하면 통제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겠어요?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누릴 혜택은 다 누리면서,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퇴직 관료들 일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인거죠.

Q3. 그 다음으로, 자회사로의 정규직화와 같은 꼼수 비정규직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권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장성기 지부장: 문재인 정권에 비정규직 정책이 있긴 있나요? 지금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노동개악 입법을 주도했어요. 민주당은 수구 세력이 집권할 때는 노동자들에게 표를 구걸하기 위해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척하면서, 정작 본인들이 집권할 때는 과감하게 노동법 개악을 추진했죠. 정리해고, 비정규직도 다 민주당 정권인 김대중 정부 하에서 도입된 거예요.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불리하게 작용하는 ‘교섭창구 단일화’도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을 할 때 도입됐죠.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탄력적 근로제’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은 저임금을 받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이주 노동자들 같은 경우 사용자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모두 임금으로 산입되어서 임금이 깎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反노동자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정당에서 나온 대통령으로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Q4. 문재인 정권은 11월 22일 경사노위를 출범시켰습니다. 경사노위에 대해서는 공공운수노조 안에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지부장님은 경사노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사노위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장성기 지부장: 경사노위는 노측, 사측, 정부측 인사가 참여하지만 결국 정부 입장에 따라 주도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위원회’와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최저임금 같은 경우도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국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잖아요. 경사노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데, 문재인 정권은 ‘사용자를 위한 정부’라는 것이죠. 이 점을 고려했을 때 경사노위는 참가해서는 안 되는 자리죠.

일부 노동자들은 ‘그래도 대화는 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대화’, ‘교섭’이 열리는 과정에 따라서 그 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사측과의 교섭을 쟁취하잖아요. 서울지부 산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원청과의 교섭을 열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치열하게 싸워왔어요.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교섭을 싸워서 쟁취해야 해요. 경사노위같이 정부와 사측에서 짠 판 안에서 노동자들은 ‘양보’ 밖에 할 수 없어요. 경사노위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얻어낸 대화 창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남신 소장이 비정규직 대표라며 경사노위에 들어갔는데, 정작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데, 본인이 정말 비정규직 대표면 참여하지 말고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죠. 경사노위에 들어가서 노동개악입법에 다 합의를 해주고 나면 그 죄는 어떻게 다 책임을 질지 궁금합니다. 두고두고 욕먹지 않을까요? 이남신 소장을 비정규직 대표라고 인정한 적도 없지만, 만약 본인이 비정규직 대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식의 참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2월 12일 산업은행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장성기 지부장. 사진: 사회주의자]

Q5.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악용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청소, 시설 관련 업종에서 빈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업장 내에 노조 움직임이 보이면 사측이 먼저 어용노조를 만들어 투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죠. 이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성기 지부장: 교섭창구 단일화는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에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과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계속해서 경쟁 입찰 등을 통해 바뀔 수밖에 없잖아요. 예를 들어 기존에 A라는 용역업체가 있고, 그 용역업체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꾸리고 있는데 더 큰 규모의 B라는 용역업체가 들어와서 노조를 만들게 될 경우 A 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섭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죠.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용해서 노동조합을 깨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지부에서는 2014년부터 숙명여대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위해 1년 넘게 노력을 했는데, 노력이 결실을 맺을 즈음 업체 소장이 청소 노동자들 중 팀장급들을 모아서 ‘이제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노조 위원장을 데리고 왔다’라고 말하면서 소개한 사람이 ‘철산노’(한국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에요. 노동조합이 없으면 노동자는 현장 관리자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요. 관리자가 이 노조로 가십시오라고 하면 해당 노동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Q6.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은 오래되었지만, 십여 년 전부터 본격적인 조직사업을 통해 대학 중심으로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이 보편화되는 데 큰 기여를 한 곳이 서울지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년학생들과의 연대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지부에서는 이제 새로운 조직발전전망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장성기 지부장: 서울지부는 조직확대방안과 관련된 고민을 2, 3년 전부터 했어요. 3년 전에 서경지부 창립 10주년을 맞아서 토론회를 했어요. 토론회 후속 사업으로 작년에 조직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조직 확대 방안을 구체화시켰는데,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첫 번째는 빌딩에서 일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안이에요. 빌딩에서 일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이 넘어요. 조직을 확대시킬 무한한 가능성이 이 노동자들에게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서울지부가 지금까지 해온 대학 청소,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을 지속하는 거예요. 서울지부에서 마지막으로 조직한 노동자들이 숙대의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었는데, 어용노조가 치고 들어오는 걸 경험했으니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겠죠. 세 번째는 서울지부로 조직되는 노동자들의 업종을 ‘다양화’하는 거예요. 구민회관, 구립 도서관, 문화재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스검침원 등을 조직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인력을 보강했고 내년부터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팀을 만들어 어떻게 할지 구체화할 계획이에요. 어느 조직이든, 안정화가 되는 순간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어요. 서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아 있다 보면 눕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잖아요?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기 보다는 그 동안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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