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투쟁: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부지부장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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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인 케이오㈜는 지난 5월 11일, ‘무기한 무급휴직’ 미동의자 중 선별한 8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기가 줄었고, ‘몇몇 사원’, 즉 민주노총 조합원이 체불임금 소송을 건 탓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세계대공황이 발발하고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하청노동자의 일자리가 걷잡을 수 없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노동자 동지들은 정리해고의 선두에 서서 힘차게 투쟁해나가고 있다. 김계월 부지부장 동지와의 인터뷰는 6월 14일 농성장 바로 옆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한편 인터뷰 이틀 뒤인 16일 오전 6시 30분, 구청직원 30명과 경찰 200명이 불시에 투입되어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미 5월 18일에는 ‘도로법 위반’을 들먹이며 철거했고, 그달 26일에는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농성장 주변 일대를 비롯한 종로구 일대에 집회·시위 제한 고시를 발표했다. 그 후에도 종로구청은 매일 계고장을 붙이며 철거 위협을 가했고, 16일 기어코 두 번째 천막 강제 철거를 시행한 것이다.

현재 케이오지부는 종각 3-1출구 금호아시아나 빌딩 앞에서 소형텐트 6개를 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날마다 8:20-9:00 출근 선전전, 11:30-12:00 점심 선전전, 17:30-18:00 저녁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7시에는 투쟁문화제가 열린다. 필자가 속해 있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도 케이오 동지들이 승리하는 날까지 꾸준히 연대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많은 연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Q1. 현재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은 금호아시아나 종로사옥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데요, 아시아나KO와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쉽게 말하면 하청의 하청이에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아시아나에어포트(AAP),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이 아시아나KO. 근데 이 아시아나KO는 박삼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하 금호문화재단)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요. 인건비를 제한 나머지 이익금이 전부 금호문화재단으로 간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도 지금 금호아시아나 종로사옥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죠.

저는 처음 입사할 때는 ‘스페셜조’라는 업무를 맡았어요.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전문적으로 더 깨끗하게 해주는 그런 일이요. 그런데 AAP에서 제주항공 기내청소 일을 도급받아서 우리한테로 넘긴 거예요. 그래서 청소할 비행기가 많아지니까 스페셜조 일을 점점 못하게 되고, 그래서 한 3-4년 전부터는 전적으로 기내청소를 했죠. 좀 특별한 사람이 탄다, 하는 추가요청이 들어오는 날엔 스페셜조 업무도 하고. 남자들은 기내청소로 나온 오물을 수거해서 오물장에 버리는 일을 하거나, 우리 여성 조합원들을 비행기에서 비행기로 이동할 때 버스로 수송해주는 일, 수하물도 운반하는 일, 이런 일을 했어요.

Q2. 아시아나항공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으로 1조 7천억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케이오는 고용지원금의 75%나 지원해주는 정부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대신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서명하도록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당시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3월 16일에 노사합의를 했다면서 (원래 임금의) 70%를 보장해주겠다는 유급휴직 공고가 붙었어요.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휴직하는 데 동의하는 동의서를 3월 20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공고 붙은 지 3일 만에 입장을 뒤집었어요. 3월 16일에 노사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사흘 뒤에 희망퇴직과 5월 1일부터 무기한 무급휴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인하라는 걸로 말이 바뀐 거죠.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못 받는다는 식으로 소문이 있었거든요.

25일에 동의서 관련 설명회에 오라고 해서 60명 정도가 모였는데, 거기서 5일 뒤인 3월 30일까지 동의서를 다 제출하라고 말을 한 거예요. 그 때 분위기는 뭐랄까 배신감?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가 어려우면 한 번 정도는 대표가 내려와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얘기할 법도 한데, 우리 노동자들한테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자기네들끼리 노사합의를 해 놓고 공지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이거죠. 그래서 사람들한테 ‘지금까지 체불임금 준다고 해 놓고 안 주고 우리들 속이지 않았냐, 그런데 이제 와서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 지원금 못 받는다는 식으로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하면서, ‘정말 체불임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사실확인서를 게시판에 갖다 붙이라’고 얘기를 했죠. 그리고 ‘코로나가 한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어떻게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라고 동의서를 쓰냐, 이건 말도 안 되는 처사다, 꼼수다’ 이렇게도 얘기했어요.

그런데 어쨌든 결정해야 하는 시간은 그래봐야 일주일도 채 안 남았으니까. 그야말로 적막감이 흐르는, 침묵 속에서 일을 해야 했죠. 어떤 사람들은 살이 쭉쭉 빠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다고도 했어요. 왜냐면 며칠 안에 내가 희망퇴직을 할지, 무기한 무급휴직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니까. 무기한이라는 건 말 그대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휴직인데, 거기에 사인하면 사인한 내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요. 말이 좋아서 휴직이지 회사가 안 불러주면 끝인데.

[사진: 사회주의자]

Q3. 민주노총 소속 8명의 노동자가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번에 정리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민주노조 간분데 나 같은 사람이 없어지면 회사야 좋죠. 노조가 한 일들이 회사에서는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핑계를 대서라도 안 불러줄 상황이죠. 물론 물증은 없고 심증이지만 이번 기회에 노조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인하면 나를 다시 불러주겠나 그런 생각도 있었죠.

또, 회사에서는 그냥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고 참고 가만히 있으라는 식인데, 그럼 죽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누가 대신 해결해주나? 아니에요. 가만히 있으면 죽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희망퇴직이든 무기한 무급휴직이든 어떻든 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저는 노조하는 입장인데다 담당하는 조합원들도 있고. 그 조합원들도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데 어떻게 간부인 제가 그럴 수 있었겠어요.

Q4. 지금 설치되어 있는 천막은 23일에 두 번째로 설치한 천막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집회 물품이 압수되거나 천막이 철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설치한 천막도 5월 26일 종로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제한을 고시하면서 철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의 철거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코로나를 핑계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경찰과 지자체, 정부 당국의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천막 철거 됐었죠. 지난 6월 8일 오전에도 용역이 13명인가 와서 나가라고 했어요. 그땐 천막에 4-5명밖에 없었거든요. 그날 종로구청 관계자랑 용역들이 온 거야. 그리고 그날 4시쯤 와서 종이를 내놓으면서 거기다 사인하라고도 했어요. 저는 법적인 건 잘 모르지만 처음에는 집회 허가를 내줬잖아요. 근데 1차로 천막 철거를 당하고 나서는 도로법 74조 어쩌고, 감염법 어쩌고 하면서 협박을 하는데, 계속 항의를 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해결이 안 됐기 때문에 여기서 나갈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알다시피 천막에는 6명밖에 없어요. 여섯 명이 더워서 쪄 죽겠는데도 마스크를 벗지 않아요. 손 소독제도 다 있고 방역도 지킬 거 다 지켜요. 투쟁하는 것도 힘든데 방역도 지키려고 애를 쓰느라 이중으로 힘들죠. 게다가 시민들이 불편해하지도 않아요. 피켓팅 할 때도 시민이 물 사주고, 선전물도 많이들 받고 하는 걸 보면 시민들의 지지가 있다는 소리죠.

이렇게 방역도 다 지키고 시민들한테 불편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종로구청은 노동자한테 그러냐는 거예요. 농성하는 한 달여 동안 우리가 청와대며 노동청이며 안 간 데가 없어요. 우리가 계속해서 외치는 해고 철회 요구를 박삼구나 금호아시아나가 귀 기울여 듣기는 하고 있나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 노동자들한테만 이런 식으로 법 운운하면서 협박하냐는 거에요. 왜 법은 허구한 날 노동자들한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냐는 거죠. 그거는 노동자들을 우습게 아는 거예요. 사람이 먼저라면서, 사람이 먼저면 우리 노동자가 중요한 건데 왜 저 높은 것들은 죄를 지어도 후하고, 우리한테는 잣대를 들이밀면서 천막을 없애려고 하고.

지금도 계고장을 매일 붙이고, 천막 자진 철거하라고 용역들이 와요. 자진 철거하겠다는 사인을 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갈 곳이 없어요.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천막을 어떻게 치우겠어요. 지금은 ‘너희가 강제로 끄집어내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라’, 이런 마음이에요.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는 천막을 지키자는 입장이죠. 우리의 요구를 계속해서 주장하자는, 그 상징이 천막인 것 같아요.

[사진: 사회주의자]

Q5. 문재인 정권은 기간산업의 경영위기 극복을 돕겠다며 수조 원씩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무려 1조7천억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문재인은 ‘하나의 일자리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발언이 무색하게 항공업계 지상조업 하도급업체 인력의 45%가량이 휴직 또는 퇴직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위기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해 기업에 지원한다는 것은 자본가들에게 나랏돈을 쥐어주기 위한 핑계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정권의 기업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정책을 내놓아도 우리 노동자들한테는 눈곱만큼도 돌아오는 게 없잖아요. 겉으로는 좋은 정책을 펴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니라는 거죠. 또 기간산업안정화 정책이라는 게 정리해고 없이 고용 유지하라고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인데, 사업주들이 안 하는 것도 문제죠. 정책을 적용해서 실행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이런 정책을 냈는데 왜 안 하냐고 하면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해줘야 (회사에서) 하청 노동자들한테 뭔가 주는 시늉이라도 할 거 아니에요. 근데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거죠. 그래서 무늬만 있는 정책을 내놨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Q6. 세계경제가 대공황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지금 경제상황에 대해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공황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여건 속에서 싸우시지만 투쟁에 함께 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투쟁을 하시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그리고 투쟁을 통해 스스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전에는 사람을 이해시키고 조직하는 데 지쳐서, 그래 다 무너져도 혼자 깃발 꽂고 있으면 돼, 이런 일종의 포기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투쟁을 하면서, 이겨서 현장에 돌아간다면 지금은 그렇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돌아가면 조직을 더 확대하고, 민주노조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더 목소리를 내고 더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싶고 그래요. 현장에 돌아가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저는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 스스로 인권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용기, 그리고 노조를 하면서 작은 권리를 찾아가는 일을 몇 년간 계속해왔다는 자부심,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정리해고는 됐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도 여기에 있어요. 너무 분하고 억울하죠. 우리가 회사에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달라고 했는데, 회사는 우리를 내쫓아버리고 또 거리에 버려지는 상황으로 몰아간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투쟁에서 반드시 이겨야겠다, 반드시 이겨서 다시 현장에 들어가서 떳떳하게 당당하게 정년을 맞이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어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 싸움은 이기고 싶어요. 이겨서 우리가 옳았다고 말하고 싶고, 또 KO에서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가 있는 분들까지 모두 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해고 투쟁을 통해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들 몇 명만 사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사는 것. 이런 각오로 투쟁에 임하고 있어요.

지금 저를 버티게 해주는 건 연대의 힘이에요. 연대의 힘이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 앞에 당장 수백 명이 보이진 않지만 마음 속에는, 가슴 안에는 수천 명이 있는 거잖아요. 노동자는 돈도 없고 빽도 없잖아요. 노동자는 단결뿐이라는 걸, 단결하는 게 살 길이라는 걸 실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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