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 곽이경 동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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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뜨겁다. 지난 8월에는 평등버스가 17일 서울을 시작으로 29일까지 13일 동안 전국 25개 도시를 돌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민주노총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보태며, 노동자에게도 차별금지법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이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곽이경 동지를 모시고 차별금지법 운동의 과정,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Q1.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사회주의자』 독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하고, 차별금지법에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는지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곽이경: 차별금지법은, 국가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차별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구제방법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규명해놓은 법이에요. 물론 장애인차별금지법, 여성차별금지법과 같이 개별 법령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령도 있고 헌법 11조에 평등권이 보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 법령들에는 빈 곳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성적지향 같은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차별 사유로 규정되어 있는데 다른 법에는 없거든요. 게다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권고만 하게 되어있어요. 그러다보니 수용률이 굉장히 낮고 실효성이 없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만 해도 여성 성소수자인데, 뭐 이주 여성 성소수자도 있고, 난민 성소수자, 비정규직 장애인도 있고 그렇잖아요. 모든 존재들은 다 복합적인 정체성, 복합적인 차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차별을 보는 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가 않아요. 그래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거예요.

사실 차별금지법 자체가 제정이 된다고 해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사회적 의미에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기본적인 법인데, 사회적·정치적 차원에서 반대가 심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통해 사회가 한 단계 딛고 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이 법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차별이 무엇이며,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왜 지금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훨씬 더 차별을 조장하는 건지를 사회적으로 알게 해주는 과정이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이기 때문에 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2. 차별금지법 관련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7년,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이 결성되면서부터였습니다. 2011년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결성되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은 운동이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운동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곽이경: 저는 2006년 당시 동성애자 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원래 차별금지법이 노무현 정부 국정과제였거든요. 그때만 해도 차별금지법이 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2006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을 만들라는 권고를 하고, 그 권고를 받고 2007년에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하죠. 그런데 보수 기독교가 성소수자 혐오 타겟팅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딱 2000년대 후반 정도부터였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보수 기독교에서 반대를 했어요. 경총 등에서도 격렬하게 반대 표명을 했고요. 당시에는 재계의 반대가 굉장히 컸어요. 사실 차별금지법 자체가 제정이 되면 실제로 고용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법무부는 입법안에서 차별금지 사유 중 7개 사유(병력, 출신 국가, 언어, 가족형태와 가족상황, 범죄전력, 성적지향, 학력)을 삭제해버려요. 이 사유들이 빠지면서 ‘반차별공동행동’ 단체가 생기고, 번개나 항의 행동을 했던 게 2007년이에요.

2008년에 故노회찬 의원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다시 제대로 된 법안을 발의하자며 입법 발의를 하는데, 17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폐기됐어요. 18, 19대에도 발의는 계속 돼요. 그러다 19대 때 민주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발의를 했는데, 그때 보수 기독교가 성소수자를 희생양으로 난리를 치고 며느리가 남자가 되냐는 둥 원색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이분들은 아예 법안을 철회해버려요. 이 사건들이 이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국회에서 이 법을 만들어야 되는데 아무도 손대기 싫은 법이 된 거예요. 보수 기독교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안 됐으니 법을 못 만들겠다’는 식의 핑계가 생기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심지어 노동인권조례도 성소수자를 이유로 철회된 적이 있어요.) 20대 국회가 촛불국회잖아요? 근데 그때는 아예 발의도 안 됐어요. 그러다 이제 21대에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거죠.

그러니까 권리 증진을 위한 움직임이 반복해서 가로막히는 상황이 차별금지법 역사와 함께 계속 나타났고, 현재까지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문재인 정부가 그냥 유예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는 결국 혐오를 마음껏 표출하는 걸 승인해주는 결과로 나타나요. 이걸 우리가 넘어서지 못한다면 후퇴와 논란 속에 있게 되겠죠.

Q3. 지난 14년 간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올해 다시 발의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나요? 어떤 점이 그러하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곽이경: 일단 통계자료가 기본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지지가 몇 년 동안 계속 높아져 왔고 앞으로는 계속 높아질 거예요. 그런데 그런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정권이 못 찾아간다고 봐요. 민주노총만 해도 그런 인식이 꽤 높아졌어요. 그러니까 예전에는 성소수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 있었다면, 지금은 전 조직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꾸준히 하고 여기에 젠더이슈나 성평등 이슈, 성소수자 이슈 등에 대한 교육이 되고 있죠. 그리고 아직 소수지만 계속 차별금지법이나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도 노력을 하고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조합원들도 계속 늘고 있어요.

물론 안에서는 안 그런 분들도 여전히 있죠. 그런데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이제 그런 혐오표현이나 차별행위를 하는 경우에, 노동조합이 그것에 대해 잘못 됐다고 보고 조치를 하는 것은 예전보다 좀 더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평등버스 돌 때도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도 많이 애쓰고, 현장에 있었던 동지들도 많이 나와서 참여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사진: 사회주의자]

Q4. 동지는 특히 민주노총에 계시면서 차별금지법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민주노총 주최로 <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곽이경: 이 토론회에 경북 구미에서 KEC지회 황미진 지회장님이 사례발표 하려 오셨었는데, 여기가 보니까 입사 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임금차별을 엄청 두고, 남자들은 계속 승진하지만 여자들은 수십 년째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 있었던 거예요. 이 분이 처음 고등학교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왔을 때 누구보다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단순 작업자 취급당했어요. 그리고 면담을 해서 나도 설비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건 남자가 하니까 너네들은 결혼자금 만들어서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가라’ 이런 식으로 취급당했다고 해요.

이분 기록에 의하면, 차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체념을 많이 했죠.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여성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아등바등 살았다고도 해요. 이분이 쓰신 글 중에는 ‘차별이 필요한 건 자본이지 우리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성차별적인 체계, 임금 체계, 승진 체계가 오랫동안 존속했던 이유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다 그런 차별을 체화해왔기 때문이죠. 근데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투쟁하고, 싸우고, 성장하면서 ‘아, 이게 차별이구나. 우리 이걸 노조로 뭉쳐서 한번 깨보자’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고 그런 노력을 실제로 옮겼다고 해요.

KEC지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동자들이 자기가 받는 차별을 인식하는 것은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노동자 자신이 독립적인 주체라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고, 개별보다는 집단적인 힘을 가지고 투쟁을 하면서 가능성과 자신감을 느끼는 과정이 자기가 있는 현장에서 차별을 깨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 막 혐오를 표현하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사실 민주노총에 그런 분들이 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교육도 많이 필요하고, 연대하고 만나는 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그런 편견이 깨질 수가 있거든요. 실제 우리 노동자들 안에 이성애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성애자, 성소수자, 장애인, 비장애인 다 엄청 여러 가지 사람들이 있는데, 그리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면, 사실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 할 가능성이 되게 크죠. 민주노총은 대중 조직으로서 국적이나 성적지향, 성별,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 안에서 각각 완전한 주체로서 평등하게 대우받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런 차별과 편견이 존속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노동조합의 큰 벽이 되는 거죠. 실제 노동자가 하나이고 단결해야 된다고 한다면, 진짜 단결을 위해 노동자들 안에 있는 차이나 차별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보고, 계속 고쳐가야 해요.

Q5. 문재인 정권은 후보 시절부터 ‘나중에’라며 성소수자 문제 해결을 회피해왔고, 최근에는 헌재에서 위헌이라 판결한 낙태죄조차 폐지하지 않았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경우에는 문재인 정권이 어떤 태도를 보이나요?

곽이경: 문재인 정부는 사실 차별금지법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상태거든요? 특히 민감한 거, 불편한 거 안 하고. 낙태 같은 경우도 그렇고, 반대에 부딪힐 만 한 건 대충 다 안 해요. 참 용기 없는데다 비겁하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이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어느 정도의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진보적인 활동가들이나 시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그에게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안 하잖아요. 이미 너무 많이 깨져서…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지금의 운동이 여전히 국회나 정부에 뭔가 요구해서 이들이 움직여 줬으면 하는, 힘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 뭔가 움직이고 압력을 넣고 압박하지 않는다면,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할 사람들이라는 걸 계속 확인받고 있는 것 같아요.

Q6.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꼭 통과되기 위해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곽이경: 어려운 질문이네요. 돌파구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진짜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 고민이 진짜 많아요. 왜냐하면 너무 오랫동안 안 되고 있었고, 그렇다고 민주노총 같은 곳에서 차별금지법이 우선 과제다라며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묘수가 떠오를 리가 없으니까, 계속 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죠. 차별금지법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집단적인 저항을 하고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러한 힘을 모아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운동의 결론이 차별 받는 사람들이 내 언어를 가져서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어야 하고, 그 정도까지 가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정치인이 개인적인 호의와 용기를 갖고 발의한다고 해서 또는 정치권만 노력해서 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운동이 그런 역할을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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