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공공성의 시작, 노동자의 권리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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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회주의자]

지금처럼 보육과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높이진 적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제시되고 있고, 현장인 보육시설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청에서 감사한 보육시설에 대한 자료(회계비리)가 폭로되면서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보육노조를 중심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약속인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은 출산율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낮은 출산율은 곧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력 재생산의 문제이다.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떠들지만 자본가계급에게는 노동력이 꾸준하게 재생산되어야 하는데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출산율에 비상이 걸렸고, 노동자계급에게는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이 체제에 대한 불안이 비혼과 비출산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보육을 둘러싼 갈등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며, 계급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기사들에서 밝힌 것처럼 지배계급은 보육을 포함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

임계치를 넘어선 보육현장

올해 들어서 보육시설에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CCTV를 설치하고 보육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사건,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처벌이 약해서도 아니고, 보육종사자의 자질이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선 보육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육종사자에게 단 1분의 휴식시간도 없고,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현실에서 사건, 사고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손쉽게 해당 보육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뿐, 구조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사회의 책임을 살피지 않는다. 변함없이 열악한 보육현장이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한 보육교사는 ‘이미 현장은 보육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보육현장의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CCTV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결과 자신이 어떠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고, 아이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적 자본이 잠식한 보육 ‘시장’이 문제다

최근 유치원 회계비리가 폭로되어 크게 논란이 됐다. 이 와중에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 인정을 주장했다. 공공의 영역이어야 할 보육이 민간시장에 점령된 것이다.

  • 어린이집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국공립시설은 8%에 불과한데, 그 국공립시설마저 직영하고 있는 곳은 2.8%에 그치고 있다. 어린이집의 사립비율이 사실상 97%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 유치원의 경우 2017년 4월 기준으로 국공립유치원은 4,747개원, 1만395학급이고, 사립유치원은 4,282개원, 26만74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유치원 아동의 취원비율은 현재 국공립 25%, 사립이 75% 정도 수준으로 아동의 취원비율로 보면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민간시장에 절대적으로 잠식되어 있다. 이런 현황은 보육을 포함하여 사회보장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민간시장에 위탁했던 역대 정권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자본을 위한 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국가의 사회보장 책임을 최소화해 그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사회보장을 시장화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추어 영유아 보육시설 역시 사유화되어 온갖 규제를 피해 운영됐고,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부모와 보육노동자에게 전가됐다. 그래서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말이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지옥 같은 보육현장, 보육노동자들이 떠나고 있다

보육현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이번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원장들은 보육현장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그들에게 보육시설은 그저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그 지옥 같은 보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건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점점 보육현장을 떠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옥 같은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 사건, 사고에 따르는 책임은 모두 보육노동자의 책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CCTV 설치 의무화였다. 또한 임금을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경우도 왕왕 있고,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쫓겨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보육노동자들이 취업을 하면 연차대체합의서에 강제 날인하고 각종 서약을 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원장도 비밀엄수 서약서는 챙긴다. 학부모와 개인연락 금지는 물론 원 내부의 사항을 누설해서는 안 되며, 5년, 10년 된 경력자도 해고가 자유로운 3개월 수습 근로계약서를 쓴다. 원의 온갖 비리에도 입을 꾹 다물고, 원장의 횡포에도 납작 엎드리는 사람만 쓰겠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블랙리스트를 작성, 공유하여 보육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보육노동자들은 불안정한 노동 때문에 그 어떤 열악한 근로조건도 감내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저임금과 부당한 노동과 불법행위 방조, 사회적 지위 저하와 감시 보육 등 각종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보육노동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육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누가 아이들을 돌볼 것인가?

민간시설의 흡수와 위탁 회수, 노동조합

최근 문재인 정권은 보육현장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육공공성을 확대, 강화하겠다며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서울시가 보육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사회서비스원 출범에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려는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지하게 논의되기는커녕 보육을 포함시킬 것인가, 뺄 것인가의 논의로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육의 공공성은 첫째로 국공립시설을 확대하고, 민간위탁을 회수해서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공공부문 확대, 강화와 민간시장의 축소를 논하지 않고는 어떠한 계획도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국공립시설의 확대는 민간시설을 그대로 두고는 불가능하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민간시설을 흡수, 또는 퇴출시켜 보육을 민간시장으로부터 되찾아 와야 한다.

둘째로 지금까지 보육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이나 회계부정 등을 감시, 비판했던 보육노동자들이 운영에 결정권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공립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위탁된 시설에서는 민간시설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사유화 현상과 폐해를 완연히 보여주는 사례로는 2017년 전국 최초로 파업투쟁이 벌어진 부산진구 성북초등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15년 동안 재위탁을 거듭 받아온 원장은 재임기간 중 제왕으로 군림하며 1년에 25명의 교직원들을 잘랐다. 어린이집 페인트 제거 공사 때에도 교사들이 맨손으로 페인트를 긁어내게 했고, 운영비를 자신의 집 리모델링, 살림 구입, 손녀의 교재교구 구입에 사용하는 등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 원장이 큰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보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보육교사를 충원해서 교사 1인당 아동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며, 평균 10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줄여야 하고, 현실적인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노동강도에 비해 매우 낮은 임금은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기도 하며 경력직 보육노동자를 일터에서 떠나게 만든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은 현장에서 노동하는 보육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장의 문제점들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세력이 바로 보육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으로 흩어져있는 상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보육시설의 운영에 집단적이며 조직적인 참여로 시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보육공공성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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