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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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에 쓴 글,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의 경기후퇴로 새로운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에서 ‘세계경제가 2008년 세계대공황의 여파를 극복, 제대로 활력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후퇴가 발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동안 인위적으로 조성된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조건에서 막대한 규모로 팽창한 부채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금융공황, 대공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제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가 자본주의체제의 생존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 마치 자본주의체제의 생명유지 장치처럼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체제는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앞의 글의 주장을 부연 설명하여 그 의미를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주장 중에서도 몇 가지 점을 특별하게 강조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주제는 활황, 번영의 시기가 아니고 장기침체의 시기에 장기간 기준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유동성 공급이 풍부함에도 왜 새로운 대공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장기침체 시기이고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있으며 유동성 공급이 풍부함에도 새로운 대공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

2001년, 2008년 공황은 활황, 번영의 시기에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보통 공황은 이런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현재는 장기침체의 상태이고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미국, 1.50%~1.75%. 일본과 EU, 마이너스 금리.) 따라서 현재 공황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과 배치되는 것으로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답하면서 현재의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특징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인위적으로 장기간 기준금리가 낮게 설정되고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져 장기침체 상태가 초래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장기침체를 갖고 온 점은 앞선 글에서 이미 설명했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더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많은 부채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적 경기순환에서 보통 과잉자본은 공황 국면에서 파괴된다. 그러나 2008년 공황 이후에 인위적인 정책으로 많은 과잉자본이 파괴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유례가 없이 장기간(미국의 경우 낮은 기준금리는 0~0.25%의 초저 수준에서 무려 7년간이나 계속되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15년 12월에 소폭 인상되었지만 작년 7월에 재인하되기 시작했다. 인상 폭이 소폭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에서 초저금리는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낮은 기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지속된 저금리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은 기업들이 손쉽게 차입할 수 있게 만들어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업 부채는 빠르게 대규모로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선진국이 이를 따르는 양상이 전개되었다.

현재 대공황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여기에 최근 년 경기후퇴가 겹치면서 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금리가 급속히 인상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 기업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최근 기사는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좀비기업’이 급증한 것을 알리는 기사가 있어 이를 인용한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유럽, 아시아, 중국, 일본 지역 상장사 약 2만6천곳(금융 제외)의 재무실태를 분석해 1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 규모가 영업이익을 넘어선 좀비기업 수는 작년도 기준으로 전체의 20% 수준인 5천300곳으로 집계됐다. 작년도 좀비기업 비율은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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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준 상장 좀비기업 수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1천439곳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이 923개로 유럽 다음이었지만 미국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좀비기업 비율은 32%나 됐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낮은 등급의 사채 등을 발행하기 쉬운 미국의 금융환경이 좀비기업을 늘리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

닛케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적 금융완화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도 빚으로 연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로 인한 좀비기업 증가는 패자를 퇴출시키는 시장 기능의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19년 8월 11일자 기사,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세계 ‘좀비기업’ 급증」 )

이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의 경기후퇴로, 손쉽게 차입하여 경영할 수 있었던 기업들 중 한계 기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것이 연쇄적으로 금융 등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취약한 세계경제에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과거의 사례와 달리 저금리 상태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 상태에서도 새로운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사태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특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꾸로 현재 세계 자본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마 공황 직전에 나타나는 고금리 현상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 공황 발발 이후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달러붕괴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는 대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의 급속한 부채의 누적

그런데 부채 문제는 기업부채의 문제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전세계적으로 기업부채뿐만 아니라 정부, 가계 부채 등의 부채도 막대한 규모로 누적되었다. 최근에 발표된 세계은행의 보고서, 「부채의 세계적 물결」은 이처럼 엄청난 규모로 팽창한 부채규모의 실상을 알려주고 있는데 구체적인 자료들을 재해석해 보면 머지않은 시기에 유례없는 규모의 세계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자료를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50년에 걸쳐서 세계 경제는 네 번의 광범위한 부채 축적의 물결을 경험해왔다. 2010년 이후 진행 중인 최근의 물결에서 세계 부채는 2018년에 GDP의 230%까지 증가했다. 부채의 증가는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빨랐다. 2010년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이들 경제에서 총부채는 54%가 증가해서 2018년에 GDP의 약 170%라는 역사적 최고점에 이르렀다. 최근의 신흥개발도상국 부채 축적의 물결은 지난 50년간 중 가장 대규모이고, 가장 빠르며, 그리고 가장 광범위한 것이다.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부채의 평균 연간 증가율은 GDP의 거의 7%에 이르렀는데, 지난 세 번의 물결에서보다 훨씬 컸다. 이 보고서는 최근의 부채 축적의 물결이, 장기화된 매우 낮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앞선 물결들의 역사적 패턴을 따르고 있고, 광범위한 금융위기로 끝날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정책이 제대로 선택되고 실행되면 금융위기는 막을 수 있고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가 보여주는 부채 증가의 실상은 이보다는 오히려 유례없는 대공황 발생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이 보고서의 장점은 다양한 자료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맹점은 왜 최근의 물결이 가장 대규모의, 가장 빠른, 그리고 가장 광범위한 부채증가를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왜 유례없이 낮은 초저금리와 유례없는 대규모의 양적 완화가 유례없이 장기간에 걸쳐 벌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전혀 던지지 않고 있다. 또한 왜,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이것이 기약 없이 계속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전혀 던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이 보고서가 세계 자본주의가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보고서는 수많은 현상을 나열하고 있지만 이 현상들의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는 본질적 원인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급속한 부채 증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경제기관들도 일제히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에 「해외경제포커스」에서 2008년 대공황 이전 GDP 대비 200% 내외 수준이던 글로벌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 상반기 중 240%대 초반까지 확대되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미국은 최근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고위험채권과 레버리지론(부채 규모가 크거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특수목적을 위해 차입한 대출금)을 중심으로 기업부채가 증가하였음을 강조하였다. 한국은행은 “선진국의 정부부문 부채 증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부문의 부채를 흡수하며 부실 가능성 완화에 기여하였으나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기둔화시 정책대응 여력이 제한될 소지”가 있으며 “신흥국은 총부채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외채도 크게 늘어나면서 기초경제여건 취약국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 확대시 금융불안 재발 및 기업부채 부실우려가 증대”하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저금리 환경에서 크게 늘어난 유동성이 고수익상품 수요 증대로 이어지면서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그림자 금융이 늘어난 점도 금융시스템 불안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세계자본주의

앞선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제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가 자본주의체제의 생존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 마치 자본주의체제의 생명유지 장치처럼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체제는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는 2008년 대공황 이후 유례없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2015년 12월 미국에서 시작된 이로부터의 출구전략은 작년에 사실상 포기되었다. 장기침체 상태 속에서의 경기후퇴로 출구전략이 아니라 정반대방향의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는 이를 도입한 정책담당자들 스스로가 위기상황의 비정상적 조치로 부른 것이다. 그러나 이 비정상적 조치가 일상적인 것으로 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것이고 이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상태이다.

그러나 비정상적 조치를 다수가 한다고 해서 정상이 되지는 못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이,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한다고 해서 좋은 행동으로 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본주의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덫에 빠진 것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만들어낸 모순 때문이다. 사회화된 생산과 사적 소유 사이의 모순이 발전할 대로 발전하여 자본주의는 낮은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낡은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는 연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대공황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민중들이 자각하여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지옥 같은 현실에 저항하여 투쟁에 나섰다는 점이다. 민중들은 대공황 이후의 사태전개과정에서 모든 혜택은 소수의 금융자본가들이 독점하여 누리고 대공황 수습과정의 모든 고통은 자신들이 전담하였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자본주의체제와 투쟁하기 시작하였다. 자본주의체제는 자본가들마저 인정하듯이 망가져서(“나는 자본가다. 그러나 심지어 나조차 자본주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170억 달러 규모의 재산을 가진, 세계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water) 창립자 레이 다리오(Ray Dalio)의 말)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민중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놓고 전쟁과 생태파괴를 통해 세상을 황폐한 지옥처럼 만들고 있다. 20세기 초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구호로 시대적 과제를 압축하여 제시하였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리고 인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 놓고 있는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것은 야만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민중들은 이를 자각하고 자본주의와 투쟁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사회주의 말고는 야만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현재의 모습 자체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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