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소미아 연장과 자유주의자들의 정신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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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문재인 정권은 11월 23일 0시로 예정되어 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한일 지소미아(GSOMIA))의 종료를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은 한일 양국이 미국을 경유하지 않고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협정으로,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에 체결되었다.

미국을 등 뒤에 둔 적폐, 지소미아

일본과의 지소미아 논의는 1989년 노태우 정권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한동안은 진전이 없다가 이명박 정권 시기에 다시금 관련 논의가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이르러 북한의 핵실험이 있자 한일 양국 정부는 대북 감시능력 확대를 구실로 지소미아를 체결하게 된다. 표면상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 두 정부가 주체가 되어 체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유지 및 확대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 한다. 그런 취지에서 미국은 MD(미사일방어체계)를 추진하였으며 성주·김천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했다.

지소미아 역시 그런 미국의 패권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미일동맹을 기본축으로 하고 한국을 그 보조물로 놓는 군사동맹체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는 이미 체결 당시부터,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할 가능성을 높여 주는 조치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지소미아를 탄핵에 내몰린 박근혜 정권이 체결한 것이었다. 미국과 수구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탄생한 지소미아는, 청산해야 할 적폐 그 자체였다.

애초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권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문재인 정권은 이로 인해 형성된 반일 분위기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반일투사’로 위치시키는 정치적 쇼를 벌였다. 민중들의 삶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친자본·반노동적인 정책만 반복해 온 결과로 정권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반일’ 프레임을 이용해 수구세력과 자신들을 대비시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의도였다. 지소미아 종료 시도 역시 그런 ‘반일 쇼맨쉽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8월 22일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그 다음날인 23일에는 일본 정부에 대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외교문서를 전달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지배질서에 대항할 이해관계나 의지가 전혀 없는 자유주의세력인 문재인 정권은, 겉으로 야심차게 하는 말과는 달리 지소미아를 종료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미국은 지소미아를 연장하라는 압력을 다양하게 가하였다.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문재인 정권의 결정에 대해 “한국에 실망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하였다. 또 지소미아 문제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하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미국의 고위 관료들 역시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특히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소미아가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핵심”이라면서 “한미일은 함께일 때, 어깨를 나란히 할 때 더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 상원은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또한 이수혁 주미 대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들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문재인과 아베에게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도 문재인은 11월 19일에 직접 출연한 ‘2019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3일만인 11월 22일에 일본 NHK로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에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더니, 결국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한편 일본의 아베는 지소미아의 연장과 관련하여 자신들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를 자신들의 외교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반일 프레임을 내세우며 갖은 ‘쇼’를 하였지만 결국 미국의 압력과 요구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일관된 대미 굴종 태도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자들의 궁색한 정신승리

문재인 정부는 이번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대해, ‘종료 유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언제든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 그렇게 되면 그 날짜부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풀고 화이트리스트(일본 정부가 물자, 기술, 소프트웨어 등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관련 절차를 간소하게 처리하도록 지정한 물품 목록)에 한국을 다시 포함해야만,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는 식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11월 22일, “지소미아를 갱신한다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발표하였다. 명백히 ‘종료’를 하지 않는 이상 그 협정은 사실상 갱신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도 ‘종료 유예’도 아닌 명백한 연장이라고 미국이 직접 확인해준 셈이다. 또한 미국의 압력에 의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한 문재인 정권이 앞으로 미국의 뜻을 거슬러가며 종료 효력을 다시 활성화시킬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기에 ‘지소미아를 언제든 다시 종료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권의 말은 결국 ‘정신승리’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정신승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대중들에게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 결정을 두고 “문 대통령이 펼쳐 보인 국익을 위한 원칙 있는 외교의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AP와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외신들은 문재인 정권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대해 일제히 “한국 정부의 막판 입장 변화는 미국의 지속적인 설득과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현실이 이런데도, 11월 25일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일본이 이번 지소미아 연장을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일본에 대한 궁색한 정신승리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기극은 끝났다, 지소미아 종료와 한미동맹 폐기를 밀고 나가자

8월에 시작되었던 이른바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 세력의 기득권층으로서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의 지소미아 연장은 이들의 대미 굴종적인 본질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겉으로 아무리 개혁세력이니 반일세력이니 하는 식으로 정치적 ‘쇼’를 하더라도 결국 본질은 기존 체제를 깨거나 흔들 뜻이 전혀 없는 세력이라는 사실만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자유주의 세력은 스스로 자신들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대미굴종이라는 알맹이를 반일로 포장한 자유주의세력의 사기극은 이제 끝났다.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자유주의세력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와 한미동맹 폐기를 일관되게 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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