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죽음: 자유주의 세력의 민낯을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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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향신문]

성추행 혐의를 피하기 위한 떳떳하지 못한 죽음

지난 7월 9일 늦은 오후 사람들은 다소 믿기 어려운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하게 되었다. 바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오후 경 집을 나가 실종되었다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박원순의 신상에 대한 엇갈린 보도가 속출했고, 결국 박원순은 다음 날 자정이 지난 무렵 북악산 성곽길 부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도가 나왔는데, 실종 하루 전일 8일에 전 시장 비서가 박원순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9일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다. 고소인은 박원순이 수년 간 자신을 성추행해왔고 그 증거로 휴대전화 대화록과 박원순이 보낸 사진들을 제시했다고 한다. 성추행으로 고소되자 박원순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성추행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공직에 있는 정치인으로서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기는커녕 죽음을 통해 그 잘못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떳떳하지 못한 죽음을 선택한 정치인에 대해 대대적인 추모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정치행보를 보여온 박원순

일각에서는 박원순이 잘못을 저질러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박원순의 그간 정치 행보는 인권변호사나 시민운동가라는 겉치레와 다르게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이력을 스스로 부정해가는 속물적 모습을 보였다.

이를테면 그는 2014년 서울시장이 된 후 자신의 공약이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제정, 선포를 스스로 무산시켰다. 당시 서울시는 헌장의 제정을 위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박원순 시장이 직접 시민위원을 위촉하였다. 인권헌장은 시민위원들의 표결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인권헌장 내용 중에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란 표현이 들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수구세력의 공격을 받자, 서울시는 인권헌장이 시민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궤변을 내놓으며 인권헌장을 폐기해버렸다.

박원순의 속물적 행보는 국가보안법 문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국가보안법 연구』 Ⅰ, Ⅱ, Ⅲ을 출간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의 책은 세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그 책의 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논거로 이용되었다. 그가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데에는 『국가보안법 연구』가 많은 기여를 했다.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양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세 권의 책까지 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이 된 후 박원순은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2012년 5월 해방연대가 국가보안법 탄압사건을 당했을 당시 탄압 피해자 중 한 명은 서울지하철 해고자로 십 수 년만의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박원순은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이 나온 것도 아닌데도 이 피해자의 복직을 1심 무죄가 나오기까지 1년이나 유보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에는 채널A에 출현하여 “인권이라는 것이 헌법상 보장돼야 할 중요한 가치이면서 동시에 국가 안보라는 것도 정말 우리의 모든 안전을,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기초적 조건이다”라고 말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존치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이어졌다. 그는 여성문제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여성 리더 신년회’에서 “여성들과 함께 성 평등 정책을 제대로 펼쳐 나가겠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2018년 3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추행, 성희롱 사건에 있어서 모든 것을 피해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고소된 내용에 따르면 이 기간에 이미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낡은 자유주의 정치세력

박원순의 떳떳하지 못한 죽음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스스로를 치장하는 언어나 이미지와는 다르게 겉과 속이 다르고 자정능력이 사라진 기득권 정치세력임을 드러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실상은 그의 죽음 이후의 대응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원순이 성추행으로 고소되자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고자 죽음을 택한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의 잘못을 분명히 밝히고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치세력이라면 당연한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의 죽음이 알려지자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도리어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근은 10일 유언장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억측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했고,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해찬은 성추행 의혹을 묻는 기자에게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라며 마치 박원순의 잘못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성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장례를 5일장으로 치루고 서울시청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정부와 서울시는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서울시청광장, 광화문 일대 등에서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고, 정부는 7월 10일 오후 6시부터 교회 소모임조차 금지하는 방역수칙을 수행했다. 코로나 유행을 핑계로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정부의 태도에 이미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떳떳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여권 정치인에 대해서는 시민분향소까지 설치해 추모를 진행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박원순의 5일장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의 수는 순식간에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것은 박원순의 죽음과 그에 대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대응을 보면서 대중들이 그들의 민낯을 절감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자들은 추모를 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자유라는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성준은 13일에 박원순의 장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하여, “사자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성추행과 관련해서도 그의 죽음을 왜곡, 미화하는데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범계는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했다고 말해 망언 대열에 동참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온 자유주의 역사학자 전우용 역시 페이스북에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최고의 망언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준병에게서 나왔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의 전범을 몸소 실천하셨다”는 황당무계한 변명을 내놓았다.

자유주의 정치세력 내에서 박원순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할 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에게 큰 충격으로 오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성추행 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떳떳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충격은 심대하다. 이미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작년 조국사태 때 스스로 자본가 기득권 세력임을 드러냈다. 또한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세 명이 성폭력과 연루되어 투옥, 사임, 사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박원순이 죽은 원인은 피하고 과거 업적만을 미화하고 있다. 또한 그의 죽음과 관련된 성추행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의”를 들먹이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세상에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나’거나 ‘수구세력에 비하면 나은 것 아니냐’는 식의 어이없는 주장도 나온다. 이것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낡을 대로 낡아 더 이상 자정능력이 없는, 그래서 새로운 세력으로 대체되어야 하는 정치세력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모’와 ‘애도’를 내세우며 잘못을 감춰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행태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집단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7월 13일 오후 2시에는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려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피해자의 글을 대신 읽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 직전 박원순 시장 시민장례위원회가 기자회견 재고를 요청하는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염치없는 행동이 반복됐다. 분명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중단되고 사건의 진상은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성폭력 피해를 회복하는 일일 뿐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죽음으로 회피하고 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내세우며 잘못을 감추는 것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한개의 댓글

  1. 안희정, 오거돈에 이어 박원순까지 성폭력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박원순 사망이후 민주당과 자유주의세력들이 반성은 커녕 박원순을 찬양하고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망조가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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