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대공황 정세에서 노동자계급의 대응

0
517
[사진: 사회주의자]

[편집자 설명] 2020년 들어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공황이 발발했다. 『사회주의자』는 이번 대공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하여 세 편의 특집 기사를 통해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

2020년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특징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

2020년 세계대공황 정세에서 노동자계급의 대응

세 편의 기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이번 대공황의 의미를 인식하고 노동자계급 입장의 대응 방향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냥 ‘경제위기’ 정도가 아니라 ‘세계대공황’의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공황의 원인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식으로 공황이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 도산, 은행 도산과 같은 공황의 전형적인 모습은 자본가들의 막대한 자금 규모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세계대공황이 다가오면서 인류 앞에는 전례없는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이 고난으로부터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한 빨리 탈출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노동자 민중의 고통 심화와 자본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투쟁

2008년 세계대공황의 발발 이후 전세계의 노동자 민중은 곳곳에서 삶의 파탄으로 고통받아왔다. 자본은 자신이 만들어낸 대공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며 노동자 민중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한편에서는 대량해고와 긴축으로 실업이 만연하고 갈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그와 동시에 2008년 대공황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투쟁도 불러 일으켰다. 2008년 세계 대공황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위스콘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예산삭감과 인원감축에 맞서 주의회 의사당을 점거하고 투쟁을 벌였다. 남유럽의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노동자들은 재정긴축과 해고에 대해 대규모의 총파업으로 맞섰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청년과 일반민중도 거리에서 격렬하게 투쟁에 나섰다. 2010년에 들어 중국의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연이은 파업투쟁을 진행해왔다. 2011년에는 ‘아랍의 봄’이라 일컬어지는 중동, 북아프리카 민중의 저항이 발생했고, 미국 뉴욕에서는 월가 점거 운동이 일어나 전세계를 강타했다.

최근 들어서도 이러한 저항은 전세계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2018년에는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프랑스 민중들의 ‘노란 조끼’ 투쟁이 벌어졌다. 2019년에는 지하철요금 인상을 계기로 벌어진 칠레 민중들의 투쟁, SNS앱에 부과한 세금이 도화선이 된 레바논 민중들의 투쟁, 긴축, 실업, 생활고에 분노한 이집트, 이라크 민중들의 투쟁 등 무수한 투쟁이 벌어졌다. 이들 투쟁들은 다양한 요구와 쟁점을 내걸고 전개되고 있지만 세계대공황이 만들어낸 삶의 파탄에 저항하여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약한 고리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투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은 그들의 의식이 급진화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그 대표적 예로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운동이 고양된 것을 들 수 있다.

2008년 대공황 이후 십년 간 전개된 이러한 상황은 이번 세계대공황을 계기로 더욱 확대, 심화될 것이다. 최근 몇 가지 경우만 보아도 이런 예측을 쉽게 할 수 있다. 3월 중순 이후 미국은 전체 노동력의 약 20%에 해당하는 3,330만 명이 해고되었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5,900만 명이 해고, 무급휴직, 임금 삭감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무급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대공황은 자본에 맞선 전세계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규모와 범위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미 작년에 세계 곳곳에서 많은 투쟁이 벌어져 심지어 정권이 붕괴되는 경우까지 있었는데, 이는 작년부터 시작된 경기후퇴와 큰 관련이 있다. 따라서 향후 더 큰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등장할 수 있고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미 IMF에서조차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사회적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① 해고 등 생활상의 위기에 대응하는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대공황은 가장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못한 가장 취약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로부터 시작해서 무급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이 늘어나고 있고 대량해고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최소한의 해고금지, 경영개선의 조건조차 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 단체들은 경제대공황의 상황을 이용하여 또다시 임금인하, 고용 유연화, 규제완화 등의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 자본가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자본가 정부가 보이는 위와 같은 행태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해고금지 등 생활상의 위기에 대응한 투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시적인 경제위기가 아니라 2008년 미국발 세계대공황의 연장선상에서 또다시 시작된 세계대공황이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다. 즉 세계대공황의 발발 원인이 자본주의임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투쟁을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과 결합시켜야 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진보세력뿐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상당수는 여전히 지금의 정세를 자본주의 모순에서 비롯된 경제대공황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약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세계대공황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휩쓸려 버리게 될 것이다. 이미 곳곳의 사업장들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기업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 복지후퇴, 인원축소 등을 강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자본주의 체제 때문임을 명확히 해야 자본의 공세에 대항하여 투쟁할 수 있다.

②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요구하는 투쟁

이번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다. 첫 번째 특집기사(「2020년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특징」)는 “21세기에 들어서 벌써 세 번의 공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갈수록 공황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 자본가 정부들이 이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정책수단인 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미친 듯이 맹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자본주의가 그 역사적 운명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은 자본주의 자체를 공격하는 급진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투쟁해야 할 때다.

그 중 하나가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미 국유화 요구 투쟁을 한 경우가 몇 차례 있다. 2000년대 대우자동차 부도사태 당시 공기업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 경험이 있고, 2008년 쌍용차 투쟁에서도 국유화를 요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공기업화 요구의 한계는, 겉으로는 공기업화, 국유화를 요구했지만 현실적인 목표치로서 고용안정에만 초점이 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화 투쟁이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대중적으로 주요한 요구로 자리 잡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항공을 들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부터 대한항공은 조씨 일가의 비정상적인 행태와 맞물려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문재인 정부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면서 왜 조씨 일가의 경영권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 대중들은 이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차라리 그 자금으로 대한항공을 국유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상은 이미 외국에서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최대 항공사 알리탈리아(2008년 민영화)를 국영화하는 방침을 밝혔고, 프랑스도 항공, 은행, 자동차 등 92개 기업에 대한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고, 핵심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하면 국유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스페인 또한 코로나 수용, 치료를 위해 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과 금융권에 100조원이 넘는 기업구호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이 구제금융의 형태로 기업 유지를 위해 투입된다면, 특히 자동차, 조선, 항공, 병원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는데 투입된다면, 더 이상 소수의 재벌에 경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유화를 통해 노동자들이 해당 기업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문재인 정권은 외국의 국유화 사례를 우려했는지 기업에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해도 “기업의 국유화는 없을 것”(은성수 금융위원장의 4월 24일 발언)이라며 국유화 요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에 맞서 국유화를 요구하고 노동자 통제를 요구해야 한다.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정부의 자금 지원이 결국 빈부격차를 확대할 뿐이라는 것을 경험을 한 노동자와 민중은 이러한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두산그룹의 경영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두산중공업의 국유화를 요구하고 투쟁하는 상황이다. 이런 보다 급진적 요구는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고민하는 데에서 가교가 될 것이다.

[사진: 두산중공업지회]

③ 반자본주의 투쟁을 통해 사회주의로 전진해 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재차 강조하자면, 세계대공황 시기 생존권 투쟁,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를 요구하는 투쟁에 더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공황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는 인식을 노동자계급 속에서 확대시키는 것이다. 노동자 의식을 성장시키고,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을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두르지 말고, 현재는 세계대공황 상황이고, 이 대공황은 바로 자본주의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점, 즉 ‘문제는 자본주의다’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대안은 사회주의 밖에 없다는 것도 대중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중·미포 하청투쟁 승리를 위한 반(反)자본주의 투쟁 강좌’를 진행하였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8년 세계대공황의 여파로 현대중공업이 어려워지자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임금삭감, 임금체불은 다반사고, 대규모와 해고, 상시적인 중대산업재해로 고통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자본과 투쟁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이 겪는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에서 비롯된다는 교육을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준비해 실시한 것이다. 참여자들이 반자본주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쉽게 내용을 이해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시기와 맞물려 왜 일자리가 사라지는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교육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뿐만 아니라 민주노조 전체로 확대된다면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입증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2008년 대공황에서 벗어났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난 10여 년간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더 악화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상외의 상황으로 그 문제는 폭발하였다.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수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시기보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기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사회주의다. 노동자계급이 반자본주의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로 대거 나아가야 한다. 이것을 통해 노동자계급은 세계대공황이 강요하고 있는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이곳에 이름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