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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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편집자 설명] 2020년 들어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공황이 발발했다. 『사회주의자』는 이번 대공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하여 세 편의 특집 기사를 통해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

2020년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특징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

2020년 세계대공황 정세에서 노동자계급의 대응

세 편의 기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이번 대공황의 의미를 인식하고 노동자계급 입장의 대응 방향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0년에 들어 세계대공황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각국 자본가정부 역시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대응의 규모는 2008년 세계대공황을 무색하게 할 수준이다. 이 글은 세계 주요 나라의 자본가들과 그 정부들이 세계대공황에 직면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그 계급적 의미는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1. 대공황을 코로나19 탓으로 돌리기

이 글은 첫 번째로 자본가들이 대공황의 발발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자본가들이 대공황의 발발 원인을 호도하는 ‘사상투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대공황은 그 이전부터 진행된 장기침체와 경기후퇴의 연장선상에서 발발한 것이고 코로나19의 유행은 그것의 발발에서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이다(세계대공황이 발발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는 앞선 특집기사 「2020년 세계대공황의 원인과 특징」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의 상당수는, 이번 세계대공황이 자본주의의 ‘내부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원래는 경제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에 게재된 4월 9일자 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후퇴가 2008년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하고는 있으나 “세계는 외계인 침공과 유사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또 다른 예로 2008년 세계대공황 당시 연준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를 들 수 있다. 그는 3월 25일에 “코로나 사태는 눈폭풍같은 자연재해”라고 말했다. 뒤에서 더 자세히 언급할 한국의 자본가 단체들의 건의문에서도 “현재의 경영위기가 기업 내부의 귀책사유가 아닌 팬데믹에 의한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자본가들의 인식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후 경제가 V자로 회복될지, U자 아니면, W자, L자로 회복될지를 두고 다소 한가한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이어졌다. 경기후퇴는 비록 심각하지만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 경기는 다시 빠르든(V자형) 느리든(U자형) 회복할 것이라는 게 자본가들의 중론인 것이다.

이런 자본가들의 인식은 한편으로는 세계대공황의 원인을 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현재의 세계대공황이 그동안 쌓여 온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외계인 침공’,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탓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원인 설명은 자본가들이 정부로부터 손쉽게 자금지원을 받는 명목으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사회주의, 진보세력 역시 현재 정세를 ‘코로나19 정세’로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2. 저금리, 양적완화: 옛 방식으로 돌려막기

자본가들의 대응 중 두드러진 방식은 바로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옛 방식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2008년부터 7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한 미 연준은 2018년 12월까지 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경기가 후퇴하자 금리를 2019년 10월에 1.50-1.75%로 재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2월말부터 주가가 폭락하자 연준은 급하게 3월 3일 금리를 0.5%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2일 대폭락을 기록하자 3월 15일 금리를 다시 1%나 내려 0.0-0.25%로 회귀했다. 이러한 연준의 금리인하는 신속·과감한 것이기는 하였지만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기준금리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런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인 3월 16일 다우지수는 12.93%나 대폭락했다.

주가 폭락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미국은 다시 2008년 대공황 때 썼던 수단인 양적완화를 꺼내들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입하여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정책인데 사실상 2008년까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미 연준은 금리 인하를 단행한 3월 15일에 총 7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16일 주가가 재차 폭락하자 3월 23일 전방위 자산 매입계획을 발표하였다. 그에 따르면 매입하는 채권을 회사채로까지 확장하고 BBB등급의 회사채와 채권ETF(상장지수펀드)도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매입하는 채권의 한도도 무제한으로 변경했다. 연준이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은 규정 위반으로, 연준은 이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4월 9일에는 2조3천억 달러(약 2,829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추가 발표했고 투자등급이 BB-인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5월 초부터는 회사채에 대한 실제 매입에 들어갔다. 이러한 무제한적 양적완화 정책이 나오자 주가 폭락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이런 무제한적 양적완화 정책이 나온 후 보잉과 델타, 에어라인 등 항공업계 기업들은 투기등급의 회사채를 대량 발행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정책이 실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은 기업으로 하여금 영업에서 이윤이 나지 않아도 쉽사리 주가를 올리고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은 좀비기업의 양산으로 이어졌고, 이번 공황의 강도를 매우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은 낡은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이것은 자본가들에게 대공황에 대처할 수단이 그다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자본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

공황 시기에 자본가들의 대응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것이다. 정부개입에 반대하고 시장지상주의를 떠들던 자본가들도 자본주의에 위기가 오면 하나같이 정부지원에 목매게 된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가 국가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구제금융 지원이 바로 자본가들을 보호하고 그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세계대공황 상황에서 각국 자본가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매우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

① 미국과 유럽의 구제금융 지원

미국 정부는 3월 중순 므누신 재무장관의 제안으로 2조 달러(약 2,466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고, 그것은 3월 25일 “코로나 바이러스 원조, 구제, 경제안보 법(CARES Act)”라는 이름으로 의회에서 통과됐다. 여기에는 1인당 최고 1,200 달러 현금 지급, 3,67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5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 및 지방정부 지원 펀드가 포함된다. 이러한 부양책의 규모는 2008년 세계대공황 때에 비하면 막대한 것이다. 미국은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곧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제안으로 2년간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고 다음 해인 2009년 2월에는 8,13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진행했다. 두 차례의 경기부양책에서 사용한 금액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단 한 차례의 경기부양에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이 경기부양책 중에는 재난지원금 같은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는 자본에 대한 지원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 정부는 4월 16일 아메리칸 항공, 델타항공 등 10개 민간항공과 2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구제금융의 30%는 10년 만기 저리대출금으로 지원하여 추후 자금을 회수하기로 하는 한편, 비자발적 해고, 급여 및 복리후생 삭감 금지,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 금지, 경영진 보수 동결, 대출금의 10% 상당의 주식 인수권 제공 등의 조건이 달렸다.

유럽연합은 4월 9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5,400억 유로(약 72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이러한 정책 외에도 각국마다 자체적인 경기부양책과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이루어졌다. 영국은 200억 파운드(약 30조 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발표했고, 프랑스는 국영철도회사인 SNCF에 30억 유로(약 4조원), 에어프랑스-KLM에는 70억 유로(약 9조2,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에어프랑스-KLM에 20∼4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밝혔다(에어프랑스-KLM은 민영화된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합병하여 탄생한 항공사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는 루프트한자에 총 100억 유로(약 13조 3천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에 5억 유로(6,600억 원)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을 국유화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온 성명과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각국 자본가정부의 대응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IMF에 따르면 4월 5일 중남미 14개국이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을 포함하여 189개국 중 90곳 이상에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문의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이미 코로나19사태 및 경기후퇴에 대응해 7조8천억 달러(약 9,617조 원)를 지출했다고 한다.

② 한국의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 지원

한국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대공황에 직면하여 3월 17일 조세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방역체계보강,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민생·고용안정 지원, 지역경제회복 지원 등에 사용하기 위해 11조7천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무렵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소비 감소에 대처하고 어려워진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4월 30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2차 추경의 규모는 12조2천억 원으로 4월 16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비해 4조6천억 원이 증액된 것이었다. 추경안이 증액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즉 정부는 애초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하였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내에서 이것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비등해지고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것이다.

한편 정부는 비상경제회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3월 19일에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50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여 유동성을 지원할 목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6조7천억 원 규모의 P-CBO(회사채에 대한 정부보증 제공) 발행 등이 결정됐다. 3월 24일에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규모를 100조 원대로 늘렸다. 이 회의에서 문재인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4월 22일에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규모를 다시 확대해 35조원을 추가공급하고 P-CBO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저신용등급 회사채 및 기업어음을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설치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안정기금의 규모는 40조원 이상으로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지원하고, 재원은 국가보증채권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기로 하고, 자금지원시 노사고통분담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구제금융을 직접 지원하기로 한 안정기금이 결정되자 절차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4월 23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 대표 발의로 기간산업 안정기금 마련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4월 25일에는 기간산업 안정기금 채권 국가보증 동의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국회에 제출되었다. 4월 29일에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된 산업은행법은 고용유지, 경영개선 노력, 자금지원 목적으로 자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자금지원을 통해 획득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또한 고용유지 조항은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되어 있다. 안정기금 운용은 기금운용심의회가 맡는데 7명의 위원 중에서 정부 및 국회 추천 인사 외에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인사가 포함되어 기금운용의 친자본적 성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정부의 안정기금에 대해 4월 23일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이날 내놓은 5단체 건의문을 보면, “현재의 경영위기가 기업 내부의 귀책사유가 아닌 팬데믹에 의한 불가항력적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자율성과 정책효과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세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가들의 ‘코로나19 탓하기’가 여기서도 등장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안정기금 마련과 별도로 일부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먼저 이루어졌다. 2월 17일에는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3천억 원 유동성 지원이 결정되었고, 두산그룹에 대해서 4월초에 1조 원을 지원하는 한편 8천억 원 추가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에도 3,800억 원의 재정·금융 지원에 더해 1조2,5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4월 22일에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우선지원이 결정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4월 21일에 아시아나 항공에 대해 1조7천억 원을 한도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4월 24일에는 대한항공에 1조2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원에 대해 자체 자본 확보, 경영개선 노력, 고액연봉자 임금인상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의 조건이 제시되었으나 그것이 이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지원이 발표된 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한문을 통해 지원대상 기업에 대한 국유화는 없을 것이고,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원에 대한 국내외 비판여론이 높고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들에서 구제금융 지원 기업에 대해 국유화를 추진하자 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었다. 정부 관리가 이미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내세운 이상 기업이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조건을 지킬 리 만무하다.

③ 구제금융 지원의 계급적 의미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구제금융 등은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발생한 ‘보건위기’에 대응하는 겉모습을 띠고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에는 자본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만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보건시스템에 대한 지원, 노동자 및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재정적, 금융적 지원 등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의 중심이 대공황에 직면한 자본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의 진보매체 『바이스(Vice)』에 실린 한 기사(「자본주의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사회주의의 정당성을 강력히 입증한다」)의 내용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정부의 기업 지원이 지닌 계급적 성격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누가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있는가? 아직까지 그에 대한 대답은 ‘기업 아메리카’다. …… 개인과 소기업체들이 대략 1조 달러를 지원받은 반면, 해당 법률은 매우 우호적인 조건으로 4조5천억 달러의 기업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해고 및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는 보잘 것 없는 제한을 두고 거의 아무런 감독도 하지 않는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에서 애초 소득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다가 국민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의 요구가 있고나서야 비로소 4조6천억 원을 증액하여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반면 대기업에 대해 지원하는 40조원 이상의 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홍남기는 4월 20일 기재부 확대간부 화상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 “재정당국이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며 전례 없는 위기에 재정 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선제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하고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추가적인 재정 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여력 등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홍남기의 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의 공황 대응과 그에 따른 경기부양책이 지닌 계급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대출연장, 채무보증 제공과 같은 각종 금융 지원과 유동성 공급, 그리고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은 기업의 파산을 막아 현재의 대공황이 악화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파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 IMF의 「재정점검보고서」의 내용이나 기업 도산을 막겠다고 말한 제2차 비상경제회의 때의 문재인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는 지점이다.

이번에는 2008년과 달리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고용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수식어를 달거나 해고금지, 자사주 매입 금지, 경영진 보수 동결 등 각종 부대조건을 내거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은 자본가들이 구제금융이 지닌 친자본적 성격에 대한 민중의 반발을 의식해서 나온 것이다. 이미 2008년에 전세계 민중은 노골적으로 자본가들을 도와주는 구제금융을 보고 분노했다. 심지어 오바마조차 이런 분노를 의식해 “우리 모두는 구제금융을 증오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민중은 다시금 자본이 받는 지원에 비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새발의 피라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구제금융 지원에 부과하려는 각종 조건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는 사실 또한 어렵지 않게 알게 될 것이다.

4. 공황 대응에서 협력이 아닌 각자도생

2008년 세계대공황은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러자 각국 자본가정부는 대공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8년 11월에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G20 정상회담은 그 이전까지 통상적인 국제 회담은 아니었다. 2008년 세계대공황이 발발하자 G7으로는 국제적 대응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외연이 더 확대된 G20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고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것으로 상설화되었다. G20이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 당시 미국 대통령 부시의 말을 통해 G20의 개최 목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세계대공황에서는 공황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을 찾기 힘들다. 이미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세계대공황 상황에서도 협력하기는커녕 서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경제적 책임을 물으려고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이라는 확인이 안 된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며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등 보복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회원국들끼리 공황에 대한 대응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처럼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보증을 제공하는 ‘코로나채권’을 발행하여 공황에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여기에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이 지지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독일은 강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유럽중앙은행을 지배하고 유로존 형성으로 인한 이득을 계속 챙겨왔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그 위기의 비용을 공동으로 떠안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이렇듯 각국은 1930년대 공황과 맞먹는다는 세계대공황 상황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번 대공황의 심각성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의 자본가계급과 자본가정부는 대공황을 해결할 수 없다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무엇보다 각국 자본가정부가 자본에 대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자본가정부는 지금이 ‘전시’와 같은 비상상황임을 거론하며 대규모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각국 자본가들이 이번 대공황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지원은 기업 파산이 대거 일어나는 것을 막고 공황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밖에 없고 그 효과가 사라질 경우 공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더욱이 각국 자본가들이 공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 역시 줄어들고 있다. 금리 인하는 이미 할 수 없는 수준이 됐고, 양적완화 조치는 되려 정크본드의 발행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채무보증, 대출연장, 채권 매입은 기업의 부실을 정부로 이전하는 역할을 하고,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은 재정 부담뿐 아니라 민중의 비판 여론을 가중시킨다. 2008년과 같은 자본가정부들 간의 국제적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각국 자본가들의 대응은 그 계급적 성격을 민중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친자본적 공황 대응에 대한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높일 것이다. 이미 IMF는 대공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불안이 증폭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본가들의 2020년 세계대공황 대응을 보면서 민중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투쟁이 성장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의 세계대공황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공황을 해결할 수 없다.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 그 자체의 모순에 의해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할 때에야 비로소 대공황의 해법이 나올 수 있고, 그 투쟁의 주체는 바로 노동자 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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