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민당 쇠퇴와 극우정당의 부상, 자본주의의 모순 악화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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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Press]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복지수준과 삶의 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모델이다. 한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샌더스 역시 자신이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도 스웨덴은 광란의 시장만능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한창 유행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백 년 전 사민당 집권에 큰 역할을 한 비그포르스란 옛 인물을 소환해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로 띄우고 복지국가 수립 배경에는 노동과 자본간 대타협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에게 스웨덴 모델은, 줄 것 없는 노동자에게 은근히 양보를 호소하고 민중이 꿈꿀 수 있는 최선의 사회는 스웨덴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한 도구였다. 일부 진보운동 세력 중에서도 우리 사회가 스웨덴 정도만 되도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의 경우에는 현재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변혁 전망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러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이번 스웨덴 총선 소식은 이렇게 이상화된 ‘스웨덴 모델’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예외없이 자본주의 모순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스웨덴 사민당의 쇠퇴과 극우정당 민주당의 성장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약칭 사민당)은 1917년 첫 집권을 한 이래 20세기 거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스웨덴의 집권정당으로 존재하면서 복지국가 체제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스웨덴에 경제위기가 엄습하자 스웨덴 사민당 역시 다른 나라의 사민당들과 마찬가지로 세금 감면, 재정 지출 및 복지 축소,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전통적 지지세력인 노동자계급으로부터 멀어져 여성, 동성애, 반인종주의 등 신사회운동의 의제 중심으로 당의 색깔이 변화해갔다.

사민당은 2014년 총선에서 8년 만에 재집권을 이뤄냈다. 그러나 사민당-녹색당 연합인 “적녹” 연합이나 중도우파 연합인 “스웨덴을 위한 연합”(온건당, 중도당, 자유당, 기독민주당) 모두 절대 다수를 형성하지 못하는 선거 결과가 나와서 사민당은 소수당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그 결과 중도우파 연합의 동의 없이는 예산도 통과시킬 수 없었고, 당시 12.9% 득표로 이미 제3당이 되어 있던 극우정당 민주당의 눈치마저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민당에 대한 민심이반은 더욱 심해졌다.

이런 결과는 결국 매 선거 득표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사민당의 득표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50.1%(1968년)까지 치솟았으나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9월 9일 진행된 이번 총선에서는 28.4%가 나와 100년 만에 20%대 득표율을 받아보게 되었다.

사민당과 선거연합을 하여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도 정치적 쇠락을 피할 수 없었다. 2014년 6.8%를 득표했던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4%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야 했고 가까스로 4.3%의 득표를 했다.

사민당이 변질되는 것과 동시에 스웨덴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우파정당들은 사민당을 닮아갔다. 파키스탄 태생 타리크 알리가 유럽의 지배적 정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극단적 중도파”란 개념이 스웨덴에서 잘 들어맞았다. 스웨덴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사민당 헤게모니를 깨기 어려웠던 온건당은 2005년 복지국가와 노동자 권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정책으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당의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 심지어 자기들이 스웨덴의 “새로운 노동자당”이라고 선언할 정도까지 갔다. 그러나 이런 간판바꾸기에도 불구하고 온건당 역시 득표율이 상승하지 않았다. 온건당은 2010년 최고 득표율인 30.1%가 나온 이래 2014년 23.2%, 2018년 19.8%로 득표율이 하락했다. 21세기 들어 정권을 번갈아 가며 차지했던 “적녹” 연합(좌파당의 수동적지지 포함)과 “스웨덴을 위한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각각 40.6%와 40.3%라는 미미한 차이의 선거 결과를 손에 쥐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낸 것은 다름 아닌 반난민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극우정당 스웨덴 민주당이었다. 이 당은 당명에 “민주”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민주”와는 매우 거리가 먼 역사적 배경을 가진 정당이다. 민주당의 뿌리는 바로 1980년대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 운동에 있다. 민주당은 1988년 창당 첫해 1,118명이라는 보잘 것 없는 득표를 받았고 2010년이 되어서야 원내 진입장벽 4%를 넘었다. 그 후 곧장 제3정당으로 급부상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17.6%를 득표했다.

스웨덴 민주당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네오나치 조직 출신 당원들이 중무장한 경찰의 경계 속에서 거리시위를 하고, 반유대주의, 인종주의, 민주주의 경멸 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정당이었다. 기성 정당 어디에서도 이들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05년 지미 오케손이 당 지도자가 된 후 당을 주류 정치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우선 노골적인 반인종주의, 반유대주의 극우정책을 포기하고 극우적 언사를 노골적으로 하는 인물들을 당에서 제명시켰다. 반면 당시 대규모로 유입된 난민들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우려를 새로운 자양분으로 삼아 아랍인과 이슬람교를 적으로 삼았다. 이제 그들은 난민의 유입으로 스웨덴 사회가 붕괴하고 있으나 “스웨덴을 우리에게 되돌려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기성 정치세력에 반대하는 세력의 포장하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의 극우 ‘국민전선’이 밟았던 전철과 비슷하다.

한편 이들은 지역 거점을 만들기 위해 말뫼, 헬싱보리 등이 있는 스코네 지역을 공략했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의 본격화 이후 쇠락한 지방이자 과거 파시즘을 지지했던 전력이 있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중앙 의회에는 의원을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지방에서는 차츰차츰 지방의원을 내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양한 인터넷 언론매체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서 현재 주류 언론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제 민주당의 극우적 주장은 점차 스웨덴 사회의 중심 담론으로 수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자 문제는 표피, 자본주의 모순 악화로 인한 삶의 위기가 본질

위와 같이 스웨덴의 정치지형을 바꾼 주된 요인으로는 이민자 문제가 거론된다. 실제로 시리아 내전 이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60만 명의 난민이 우호적인 난민정책을 펴는 스웨덴으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난민이 대거 유입되자 민주당과 같은 극우세력의 난민에 대한 공격이 심해졌고 주류언론에 이에 편승했다. 결국 사민당-녹색당 정부는 이런 압력에 굴복하여 2015년 10월 임시 거주만을 허가하는 내용의 난민 제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이민자 문제가 사회의 큰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기간 직전인 8월 진행된 YouGov의 중요 선거쟁점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문제는 43%로 보건문제 다음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겉보기와 달리 난민 유입이란 요인 하나로 스웨덴의 정치지형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민자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다뤄지고는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스웨덴 사회 전체가 난민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2018년 4월 발행된 유럽위원회 보고서 「유럽연합 이민자 통합」에 따르면, “이민자와 개인적으로 있을 때 편안한가, 그렇지 않은가”란 질문에 스웨덴(81%)은 스페인(83%) 다음으로 편안하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그런데도 이민자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한 것은 그것이 다른 문제와 결합되어 대비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오랫동안 형성된 복지국가가 일거에 해체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여러모로 나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도 역시 양극화와 노동자의 생활수준 악화, 복지 축소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순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노동자의 삶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스웨덴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나타난다. 국내에 번역 출판된 『장기불황』의 저자인 경제분석가 마이클 로버츠가 9월 10일 쓴 글을 인용하면, 스웨덴의 속사정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은 아직도 미국과 영국보다 더 ‘평등한’ 소득 및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불평등한 게 현실이다. 그리고 1990년대 이래 불평등은 모든 선진 자본주의 경제국들 중에서도 가장 급속하게 상승해왔다. 2012년 상위 10% 소득자의 평균 소득은 하위 10%에 비해 6.3배 높았다. 이것은 2007년 약 5.75대1에서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1990년대 대부분 기간 동안 4대1 가량이었다. 스웨덴의 세전 총소득 중 가장 부유한 소득자 1%의 비중은 1980년 4%에서 2012년 7%로 거의 2배가 되었다. 자본 이득을 포함 하여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2012년 9%에 이르렀다. 동일 기간 최대 소득세율은 1979년 87%에서 2013년 57%로 하락했다.

9월 6일 『자코뱅』에 스웨덴 총선에 대해 기고한 스웨덴 ‘맑스주의 사회연구 센터’ 소속 페터 닐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1980년에 스웨덴의 중요 CEO들이 평균적인 산업 노동자의 소득보다 평균 4.9배를 더 받았다면, 2016에는 54배 더 받는다. 1990년대 이후 복지 서비스와 공공 지출은 GDP에서 더 작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미 취약해진 인구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실업자의 상대적 빈곤 수준은 2004년 10%에서 2012년 30%로 상승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지방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에서 복지 감소의 충격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지역에서 스웨덴 민주당의 지지가 늘었다. 반면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노동자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해온 사민당을 노동자들은 버리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사민당을 지지하던 노동조합총연맹(LO)의 경우 조합원의 사민당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5%로 치솟았다. 이렇듯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 스웨덴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스웨덴 모델’은 그곳에 없었다(필자의 기사 「프랑스 대선: 무너지는 지배질서와 새로운 가능성」, 「독일 사민당은 왜 몰락하고 있나?」 참고).

극우세력의 급부상을 저지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뒤쫓아 가며 대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극우세력의 부상, 그들이 내세우는 반난민 선동 이면에는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해 악화된 노동자들의 처지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전면으로 다루고 노동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를 제시해야 노동자를 버린 사민당을 대신하면서 극우세력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치세력이 스웨덴에서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 정치의 혼란은 상당시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우리는 세간에 유행하던 ‘스웨덴 모델’은 없었다는 사실, 스웨덴 역시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실천적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즉 우리는 자본주의의 나쁜 폐해를 문제 삼고 자본주의의 완화된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자본주의를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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