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급론은 민중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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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2020년 12월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동향」에선 일반 서민들의 주거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실련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14% 상승했다”는 문재인 정권의 변명과는 달리 문재인 정권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58%가 올랐고, 아파트 땅값은 64%가 올랐다. 또한 2021년 1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값은 33주, 전세값은 82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과 그에 따른 집값 안정화의 기대가 무색하게 부동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 수직상승한 것이다.

주거문제의 심각성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힘으로 대변되는 수구세력과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과 같은 자본가 언론들은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교란해 부동산 값이 오른 것’이라는 논리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왔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줄곧 공급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김현미는 국토부장관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은 문제없지만 공급 시스템 부실이 문제였다”고 이야기했다. 투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권이 내놓은 정책은 ‘말 따로 행동 따로’에 지나지 않았다. 2017년 12월, 문재인 정권은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취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온갖 세제혜택과 더불어 임대사업자에게 집값의 8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다. 집값을 올린 주범들의 투기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권 주변의 고위공직자 중 30퍼센트가 부동산 급등으로 이득을 본 다주택소유자들이었다.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권고에 이들은 지방의 싼 집을 처분하는 추태를 보였다. 또한 신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박범계 또한 6,400여 평에 달하는 토지 재산을 지난 10년 간 공직자 재산신고에 누락해온 것이 밝혀졌다. 부동산 문제를 바로잡겠다던 자유주의 세력 또한 부동산으로 쏠쏠하게 이윤을 챙겨온 기득권 세력이었던 것이다. 결국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호언장담은 노동자 민중들이 듣기엔 ‘양치기 소년도 하지 않을 거짓말’이 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최근 문재인 정권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물량을 공급하겠다”며 ‘공급은 문제없다’던 기존의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는 것이다. 2월 4일 발표한 25번째 부동산 대책, 이른바 ‘2.4 대책’에서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3천 가구를 포함하여 전국에 83만6천 가구의 주택을 새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발맞추듯 올 4월 7일에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각종 주택공급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민중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4 대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3퍼센트가 “집값을 안정화시키지 못할 것”이라 답했고, 특히 20대 청년들의 경우에는 67.5%에 달하는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주택공급 공약에 대해서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배계급의 표심잡기 말잔치가 이어지는 이 순간에도 부동산은 계속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중들의 절망은 깊어져 가고 있다.

수십 년 반복된 부동산 공급론이라는 ‘실패한 공식’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4 대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낙연은 “노태우 정권 시절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이후 최대 규모”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지배계급과 주류언론은 노태우의 ‘200만 호’를 집값 안정화의 교과서처럼 인용하고 있다. 부동산 공급론을 부르짖는 지배계급의 단골 레파토리인 셈인데, 문제는 노태우의 ‘200만 호’ 정책이 다분히 뻥튀기되어 소환된다는 것이다.

군부독재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보통 사람’을 자처한 노태우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3저 호황과 88올림픽 유치 등으로 빚어진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인한 땅값 폭등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시시각각 치솟는 집값과 덩달아 오른 전세값에 노동자 민중은 절망했다. 철거민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전세값을 감당 못해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이 허다했다. “주택 문제 해결 못하면 혁명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위기의식을 느낀 노태우는 담당 각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거 공약이란 게 다 그런 것”이라며 주택 200만 호 건설을 밀어 붙이며 ‘집 대통령’의 이미지를 챙기려 했다. 분당, 일산 등 다섯 개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서둘렀지만 그럼에도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가상승률은 정권 출범 첫해인 88년에 27.5%, 89년에는 32%, 90년에는 20.6%로 치솟았고, 집값은 88년 13.2%, 89년에는 14.6%, 90년에는 21%로 3년 만에 56%가 올랐다.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토지공개념 3법’ 같은 여러 투기억제책들을 연달아 시행하고 나서야 정권 말기에 이르러 가파르게 치솟던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었다(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김민재의 「토지공개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를 참고할 것). 그러나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땅값, 집값 상승률에 비해서는 초라한 결과였다. 또한 단기간에 이루어진 주택공급은 날림공사로 점철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토록 과장된 ‘200만 호의 전설’은 이후 역대 정권들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어졌다. ‘검증된 특효약’이라는 것이다.

이번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후보들 또한 자유주의세력, 수구세력 할 것 없이 ‘몇 년 내 몇 십만 호를 공급하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토록 확실하다는 부동산 공급론의 약효를 노동자 민중은 체감할 수 없었다. ‘집값 안정세’라는 말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집값의 변동 폭이 잔잔해졌다는 것에 불과했다. 결국 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주거문제에 고통 받는 노동자 민중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를 더 많이 심겠다는 약속과 다를 바 없다.

수요를 웃도는 공급을 통해 투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 2019년 9월, 정동영과 경실련이 함께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489만 채의 주택이 새로 공급됐다. 그러나 같은 시기 주택소유자 수는 241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나머지 절반인 248만 채의 주택이 다주택 소유자들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또한 상위 1%가 보유한 주택은 10년 간 3.5채에서 7채로 2배나 늘었으며, 이들이 소유한 주택 가격은 인당 25억 원에서 36억 원으로 11억 원이 올랐다. 공급이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헛소리라는 것이다. ‘부동산 공급론’이라는 실패한 공식을 갖고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주거문제에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유주의 세력과 수구세력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속는 사람은 없는데 속이는 사람만 가득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거문제 해결, 토지와 주택의 사적 소유를 건드려야 한다!

토지보다 훨씬 먼저 토지소유자가 있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로 토지와 주택의 사적 소유는 당연한 이치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통용되고 있다. 단순히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호박을 받아먹는 토지소유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 평생을 뼈가 빠지도록 일하고도 월세로, 전세로 전전해야 하는 노동자 민중이 있다. 이에 너도 나도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말을 얹고 있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새로 지어진 주택 또한 토지소유자, 다주택소유자들의 수중으로 갈 것이 뻔하다. 토지와 주택이 그것을 소유한 자들에게는 자본주의 발전의 성과를 손쉽게 챙겨먹을 수 있는 부(副)의 화수분이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 민중에게는 절망의 다른 이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자체에 투기와 사재기를 부추기는 특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사회적 발전의 성과가 지대 상승을 가져오는 경향을 보이고, 지대를 이자율로 나누어 역산한 토지가격 또한 지대 상승과 이자율 하락 경향에 의해 상승하는 경향을 갖는다(자세한 내용은 성두현의 「주거문제의 해결 방안, 토지국유화와 1가구 1주택 초과 소유 주택의 몰수」를 참고할 것). 결국 대규모 주택 공급은 무주택자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토지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로 인해 지대가 상승하여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다주택소유자들은 이를 호기로 삼아 새롭게 공급될 많은 주택들을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 것이다.

이는 최근의 몇 가지 사례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도시인 전주에서도 부동산 가격 폭등에 맞물려 투기가 극성을 이뤘다. 2020년 3월,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는 분양 넉 달 만에 3억 원에서 4억 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돈다발을 싸들고 온 외지인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세 채 씩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파트를 50채나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이로 인해 전주는 작년 12월 18일부로 부동산 거래를 규제하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투기 열풍은 인근 군산으로 옮아갔다. 2021년 2월 16일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에서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거래인들의 94%”가 군산에 살지 않는 외지인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갭투자’를 노리고 달려든 투기꾼들이었다. 군산의 주택보급률은 120%나 되었으나 부동산 투기에서 비켜나있지 않았다. 2020년 12월 21일, 포항시가 남구 동해면 신정지구에 도시개발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도시개발사업부지 대부분을 싹쓸이해간 것은 울산, 부산, 대구, 인천 등에서 몰려온 투기꾼들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동산 몇 십만 호 공급’은 ‘가진 자 더 가져라!’가 될 것이 뻔할 뻔자라는 점이다.

2020년 발발한 세계대공황의 여파로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주거문제는 안 그래도 고통스러운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 더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현재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심각한 주거문제는 주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자꾸만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으로 내몰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열악한 쪽방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노동자 민중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만큼의 주택이 보급되어 있음에도 이를 다주택소유자들과 토지소유자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집이 많은 것 같은데 내가 들어갈 집은 없는” 현실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다주택소유자들과 지주들의 배만 착실히 불려왔던 토지와 주택의 사적 소유를 건드리는 것이다. 토지 국유화, 1가구 1주택을 초과하여 소유하는 주택의 몰수, 이를 통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안으로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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