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LG U+ 고객센터 실습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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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문식]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관지 2017년 4월호에 함께 게재됩니다.

 

LG U+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홍수연 님이 지난 1월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수연 님이 일한 LG U+ 고객센터는 2014년에도 한 노동자가 회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당시 故 이문수 님은 유서에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영업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시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고 퇴직하는 노동자들에게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회사가 “거대한 사기꾼 같다”며 자신의 유서를 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해달라고도 했었다.

홍수연 님의 죽음 이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2014년 故 이문수 님이 고발했던 현장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故 홍수연 님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했고, 시간외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심지어 회사는 홍수연 님이 명을 달리한 후 일부 임금을 떼어먹은 채 지급하고서 지금까지도 이를 내놓지 않았다. 회사가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을 갈취하며 배를 불러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일은 LGU+가 시키는 데 소속은 LB휴넷

故 홍수연 님이 일한 회사는 LB휴넷이다. LB휴넷의 대표이사 구본완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친손자다. LB휴넷은 자본금 10억 원으로 만들어졌는데 2015년 매출은 93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84.3%인 744억 원은 LGU+를 대상으로 한 매출이다. LGU+는 유ㆍ무선 상품 고객센터를 총 4개의 기업에 위탁 운영하는데 이 중 3곳은 LGU+의 자회사이고, 나머지 한 곳이 LB휴넷이다. 유선 상품 고객센터는 전국 5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이 중 전주, 서울2센터는 LB휴넷이 나머지 서울1, 부산1, 부산2 센터는 LGU+ 자회사 CSONE파트너가 운영 중이다.

각 센터의 부서 및 인력 구성은 거의 동일한테, 이를 두 업체에 위탁을 주고 5개로 쪼개놓은 것은 센터 내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서이다. 5개 센터는 실적에 따라 매달 운영비를 차등 지급 받기 때문에, 철저한 갑을관계 아래에서 LGU+의 요구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서로 다른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5개 센터의 실적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목표치 달성 정도ㆍ전체 센터의 순위비교 등이 담긴 일일 공지 자료는 LG유플러스 내부 부서(CV혁신실)에서 작성되어 전체 상담노동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실적 집계 및 하달 모두 원청에서 관리되는 것이다. 그리고 LGU+와 LB휴넷이 체결한 위탁계약서에 따르면, LGU+ 원청은 노동자 급여 실비를 운영비 조로 지급하고,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영업수당인 고객사프로모션도 전적으로 LG유플러스에게 결정권한이 있다. 사실상 위장도급이다.

LB휴넷 상담노동자들에게 매일 배포되는 공지사항. 전날 실적을 비교하고, 당일 목표를 제시한다. 작성자는 LGU+의 CV혁신실이다.

이름은 고객센터, 실상은 판매센터

대체 이 센터 안에서는 어떤 노동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고 홍수연 님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제보를 기다린다는 명함을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몇 차례 배포하고 나니 속속 전화로, 메일로 연락이 오고 있다. 이들은 직장의 이름은 버젓이 고객센터이지만 자신들은 영업사원에 가깝다고 호소했다. 실제 LGU+가 위탁업체를 평가하는 기준표에서 점수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품판매실적이다. 심지어 홍수연 님이 일한 해지방어부서 노동자들은 고객의 해지요구를 막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상품까지 판매해야 했다. LGU+ 고객센터에서 일한 이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는 게 故 홍수연 님이 겪었을 현장의 모습을 확인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고객센터 관리지표에서 상품판매에 해당하는 항목이 점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야기1

회사는 팀별로 판매실적을 할당하고, 팀에서 그 실적을 다 채우지 못하면 팀원 전체가 퇴근하지 못한 채 추가 영업을 진행하거나 체벌을 받아야 한다. 팀장은 끝내 실적을 못 채운 노동자들에게 실적이 좋았던 상담노동자의 녹취를 듣고 이를 베껴 쓰도록 시킨다. 여기에는 실습생이든, 임산부든, 고령이든 누구도 열외는 없다. 이들은 이를 ‘공부’라고 칭하고 있지만, 위계적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받은 인격침해 체벌임이 명백하다. 할당되는 실적은 일일 단위로 부여되어 전 날 아무리 좋은 실적을 올렸어도 오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날은 야근이다. 그래서 상담노동자들은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야기2

판매실적은 팀별로 평가되기 때문에 내가 실적을 많이 올렸든, 적게 올렸든 팀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같이 남아야 한다. 팀장의 채근은 이어지고, 그 채근을 듣지 않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기도 한다. 위약금이나 약정에 관련된 문구 등 반드시 안내해야하는 내용을 빼먹는 거다. 실수도 있지만, 상품을 어떻게든 판매하기 위해 일부러 눈 감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했을 때 듣는 질책과 체벌 앞에서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상담노동자들이 ‘사기 치는 기분이 들어 일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며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이야기3

안내해야할 내용이 누락된 경우 이를 ‘불완전 판매’라고 부른다. 고객들에게 문제제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만, 문제제기가 들어오는 경우 판매했던 상담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는 이에 대해 ‘정도위배’라는 기준을 만들어 정도위배가 몇 건 발생했는지에 따라 성과급을 차감하고 있다. LG그룹은 ‘정도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경영 이념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게 ‘정도위배’ 평가의 배경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대로만 하면 문제없을 거라며 만들어준 스크립트에 따라 판매를 진행한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면 ‘정도위배’라며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리고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이렇게 판매실적을 할당하고 비교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원청에서 각 업체로, 업체에서 각 센터로, 센터에서 각 부서로, 부서에서 각 팀으로, 팀장은 각 상담노동자에게로, 이렇게 실적압박 먹이사실의 맨 밑바닥에 하청 상담노동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득은 재벌이 가져가고, 중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말단 노동자가 책임지는 전형적인 ‘책임의 외주화’ 구조이다.

거대한 인력파견업이 되어버린 특성화고 현장실습

故 홍수연 님은 이런 곳에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취업했다. 같이 현장실습 나갔던 특성화고 학생들 33명 중 22명이 채 다섯 달도 되지 않아 그만뒀다. 현재 남아 있는 10명도 이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전체 상담노동자의 평균 근속이 0.86년에 불과했던, 그래서 일할 사람을 데려오면 도리어 소개비 조로 25만 원을 지급했던 이 업체에서 이루어진 ‘현장실습’은 문자 그대로 재벌-하청 사슬의 맨 말단에서 쓰다 버려질 소모품을 공급하는 통로에 지나지 않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거대한 인력파견업이 되어버렸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입사자 및 퇴사자 현황(자료 출처=윤종오 의원실)

故 홍수연 님의 죽음에는 재벌 대기업의 실적 하달 톱니바퀴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인 하청노동의 문제, 인격을 파괴하는 감정노동의 문제, 사회적 안전망이 벗겨진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 등 한국 사회 각종 병폐가 얽혀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교육청, 경찰, 회사 등이 보여준 태도를 돌이켜보면, 자칫 이번 사건이 개인적 문제에 기인한 자살로 묻히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을 뻔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회사를 조사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묵살했고, 교육청과 학교는 사건 발생 후 1달 넘게 지나도록 가장 1차적인 조사인 유가족 면담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2014년에 이 업체를 근로감독 했던 노동부도 문제가 반복되었는지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나 콜 수 못 채웠어”, “귀책 잡혀서 콜 들어야 해”, 고인이 이승에 남긴 흔적들만이 진실규명의 미약한 실마리가 되었다. 故 홍수연 님의 죽음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차갑게 드러내준다.

이렇게 각종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故 홍수연 님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도 많다. LGU+, LB휴넷, 교육부, 노동부, 검찰, 경찰, 학교, 그리고 죽음이 반복되어 왔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지 못한 우리들도. 홍수연 님의 죽음은 결코 개인적 죽음이 아니다. 그리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죽음이다. 더 이상 애도로만 끝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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