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굴종: 문재인 정권의 일관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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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남북 대표가 판문점에서 만나 오랜 정전상태를 종식시키는 데에 합의했다. 약 6개월 뒤,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남북 간의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북·미 관계는 지난 1년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판문점 회동 등을 거치며 부침을 겪어왔으며, 최근 분위기가 다소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미 관계가 완전히 과거의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후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2년 사이의 남·북·미 관계 변화는 70년간 한반도를 지배했던 냉전 체제의 역사적 시효가 끝났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미제국주의의 오랜 한반도 개입의 역사를 끊어내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로 미제국주의야 말로 한반도에 자국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를 강요하며 분단 체제를 존속시켜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제국주의가 여전히 한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한국을 군사동맹 아래 종속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제국주의의 한반도 개입을 끊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은 현재 한반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미제국주의 세력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고 오히려 한미동맹을 ‘신성시’하는 반동적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자유주의 정권의 대미 굴종적 태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작권 논란: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미제국주의의 실체를 다시금 드러내다

최근 불거진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문제는, 미제국주의 세력이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주지하듯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이하 연합사) 사령관이자 유엔사 사령관으로서 총 3개의 직위를 가지고 있으며, 연합사 사령관으로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가진다. 전작권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한국의 전·평시 작전지휘권을 넘겨준 이래로 주한미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에 한국군에 반환되었지만, 전작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에 남아있다.

2006년 한미정상회담에서 2012년에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에 기대 이득을 보려고 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아직 반환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반환 시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문재인 정권은 노골적으로 반환 계획을 무력화시킨 수구 정권과 달리 전작권 반환을 추진하고는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상 반환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전작권에 대한 미군의 개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미군 대장은 총 3개의 지위(연합사·유엔사·주한미군 사령관)를 가지고 있는데, 전작권 반환이 이루어질 시 미군 대장은 이중 연합사 사령관의 지위를 국군 대장에게 내어주게 된다. 하지만 8월에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당시 미군 측이 한 주장에 따르면, 미군 대장은 전작권을 넘겨준 후에도 연합사의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맺어진 합동참모본부-유엔사-연합사의 관계약정에 따르면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엔사가 연합사에 대한 지휘권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전작권 반환 후의 상황에 대비해 2014년부터 유엔사 근무자를 대폭 늘리고, 유엔군에 다국적군대의 외피를 씌우기 위해 외국군을 유엔사 간부로 임명하는 등 유엔사의 기능 강화에 힘써왔다고 한다. 최근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며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령부는 다르다’는 주장을 했으나, 유엔군이 사실상 미국의 지휘 하에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 또한 유엔사가 확대되리라는 전망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미군의 전작권 반환은 거짓 반환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군의 태도는 그동안 전개된 한반도 상황 변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2018년 2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한반도 내에서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서는 65년 이상 지속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엔사 활동의 근거가 되는 정전협정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소미아 파기: ‘한일 갈등’과 ‘한미 관계’가 별개라는 문재인 정권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공언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소미아 파기문제를 들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파기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우려하며 한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충심이 변치 않았음을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미 국방부 측에서 지소미아의 파기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하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곧바로 ‘지소미아의 종료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지소미아 종료 후 한국이 자주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하면,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를 원하는 미국의 기대에도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미국 측의 반응이 나아지지 않자, 강경화 장관은 지난 9월 16일에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경제규제 조치를 원상 복귀 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강경화 장관은 9월 20일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 두 곳(오산 공군 기지와 평택 기지)을 방문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험프리스 기지야말로 우리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일편단심은 지난 9월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 LNG 가스 수입량과 미국 자동차 기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언했다.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미국의 신임을 잃을까봐 두려워 미국에 대한 경제적 선물을 한 보따리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지소미아 복구 요구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 중국과 북한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주도 하에 맺어진 협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소미아는 수구세력인 이명박 정권조차 ‘국민적인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기할 만큼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든 협정이었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제국주의 질서가 중국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 오바마 대통령은 끊임없이 협정 체결을 요구했으며, 지소미아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협정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까지 종용했다. 2015년에 졸속으로 추진된 한일간 ‘위안부 합의’가 이 과정에서 나오게 되었다. 이후 미국 측의 압박이 지속되자,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 정권은 촛불 항쟁으로 붕괴될 처지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를 체결하는데 이르게 된다.

따라서 지소미아를 잘못된 협정으로 문제시하려면 단순히 일본에 군사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 협정이 바로 미국의 이해를 위해, 그리고 미국의 종용에 의해 체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한일 갈등과 한미 문제는 별개’,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은 별개’라고 외치며 지소미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파기로 마치 대외관계에 있어서 ‘자주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지소미아의 배후에 있는 미국의 실체는 건드리지 않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만한 제국주의 세력인 일본만 문제 삼았다. 걸핏하면 역사의식을 운운하는 자유주의 세력이 한미동맹, 주한미군 등 미제국주의 문제 앞에서는 침묵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위비 협상: 다시 한 번 드러난 자유주의 정권의 대미종속

미제국주의에 종속적인 자유주의 세력의 모습은 방위비 협상에서도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최근에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9월 12일에 열린 공화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를 돕지 않는다”, “가끔은 우리의 동맹국이 우리를 더 나쁘게 대한다” 등 한국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용산 기지를 포함한 26개 미군 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하며 맞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권을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과 그에 따른 기지 반환은 2003년에 기지 통폐합이 합의된 이후 17년 동안 논의되어온 사안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사령부는 정부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며, 반환 요청한 기지 중 15개는 이미 비워져 폐쇄되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굴욕적인 태도로 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미국 압박 카드를 내놓기는커녕, 향후 3년간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몸을 낮췄다. 심지어 국방부에서도 ‘이번 무기 구입에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판단이 지나치게 많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이 ‘세계사적 대전환’을 일으킬 3차 북미정상회담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거창한 말들을 쏟아냈지만, 이러한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막상 회담장에 가서는 북미협상 결렬 가능성을 높일 결정을 내렸다. ‘평화’를 원한다면서 ‘무기’를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문재인 정권이 “상전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동족을 겨냥한 침략 무기를 대대적으로 구입”하려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 등에서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렇게 속속 드러나는 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의 대미 굴종적 태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의 가장 큰 걸림돌인 미제국주의의 한반도 개입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북미대화가 삐거덕거리고 있고 남북 관계 역시 난관에 봉착한 지금, 이러한 문재인 정권 대미 굴종적 태도의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자유주의 자본가계급으로서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한반도 문제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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