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하려면, 하청 스스로가 싸워야 한다! —현중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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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중공업 지부]

[편집자 설명] 지난 2월 22일 현대중공업에서 물량팀에서 일하던 김태균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산재사망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일컬어져왔다. 이번 산재사망사고는 사망원인을 산재가 아닌 다른 데에서 찾으려는 공권력의 시도와 최근 임금마저 삭감된 물량팀 문제 등을 드러냈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이 사망사고의 의미와 향후 현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방향에 대해 현중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인터뷰는 지난 주 현중 사내하청지회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Q1. 지난 2월 22일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이성호: 22일 오후 2시경, LNG선 트러스 작업을 하던 고 김태균 하청노동자가 약 15m를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 김태균 하청노동자는, 사외 하청업체 진오기업의 재하청인 오성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였습니다. 즉 ‘물량팀’이었습니다. 참고로 트러스 작업은 작업용 발판 구조물을 설치 및 해체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사고 원인은, 한마디로 안전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안전 그물망도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그 다음 안전벨트를 걸 수 있는 안전대 등 추락방지 안전조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작업 중 고정되지 않은 트러스 합판의 끝단부를 밟다가 7단에서 2단으로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현대중공업 지부]

Q2. 현대중공업에서는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17년에는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에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전세계 조선업종 최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성호: 하청이라서 죽었습니다. 조선업종이 구조조정되면서 정리해고된 정규직 대신 하청노동자들이 생산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존 작업 시에는 위험에 대한 안전 조치를 하고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위험해도 그냥 아무런 조치없이 작업을 시킵니다. 현장에서는 안전보건부에서 지적을 하면 그때서야 안전조치를 취하고 그조차 하지않으면 그대로 작업하는 실정입니다.

작년 9월에도 현대중공업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 역시 하청이라서 죽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작업했을 때에는 구조물을 위에서는 크레인으로 잡고 아래에는 지주 파이프를 설치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합니다. 하지만 하청이 그 작업을 할 때에는 크레인도 없었고 지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18톤짜리 쇳덩이 헤드가 떨어지면서 하청노동자를 덮쳤고, 그로 인해 비참하게 신체가 절단되면서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이른바 후진적 사고라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대책만 취했더라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청이라서 죽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사망사고 재해자의 경우에는 하청의 하청, 이른바 ‘물량팀’이었습니다. 물량팀은 말 그대로 고용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채 물량을 받으면 일하고 물량이 떨어지면 해고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업 시 안전에 대한 대책은 더욱 미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현대중공업이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을 정리해고한 후 그 작업을 사내하청 비정규직에게 외주화하면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이 위험하게 작업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은 본질적으로 원청 자본가의 이윤 극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Q3. 그렇다면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해결방법은 무엇입니까?

이성호: 간단합니다. 하청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 스스로가 싸워야 합니다. 즉 하청노조에 가입해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 뿐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조회시간에 사측은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라고 외치라고 시킵니다. 또 오후작업 전 중회 때에도 똑같이 외칩니다. 하지만 내 안전을 내가 지키기 위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은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조선소 정규직 역시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민주노조를 건설하자 산재사망사고부터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법을 아무리 강력하게 만들어도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를 시민사회단체들이 압박해야 하겠지만, 그 한계 역시 분명히 보입니다. 하청 스스로가 현장에서 싸워야 합니다. 결국 하청노동자가 스스로 자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는 것 뿐입니다.

Q4. 고 김태균 하청노동자 산재사고사망 후 검찰은 부검 영장을 발부하고, 경찰은 강제 부검을 시도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왜 검찰과 경찰은 강제 부검을 했습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과정과 유족의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이성호: 국가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계급적입니다. 2014년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을때, 고 정범식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를 경찰은 자살로 몰아갔었습니다. 유족과 현중 원하청노조, 그리고 산재 관련 지역 단체, 노동법률원 등이 수년 간 투쟁한 끝에 최근에야 산재가 인정되고 명예가 회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이 문제였습니다. 명백한 추락사고인데, 심지어 사고 당시 CCTV마저 확보되어있는데도, 검찰은 개인 지병이 있는지 음주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부검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24일(월)부터 26일(수)까지 아침마다 경찰들이 몰려와서 세 차례 부검 영장 강제 집행 시도를 했었습니다.

물론 유족 측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유족은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검사는 이를 받아주지 않다가 면담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따라서 관 속에 들어가겠다고까지 하자, 아들 혼자 하고만 면담을 했습니다. 유족 측은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의견서(사진 참조)를 제출하고, 추락해서 사망한 게 명백한데 왜 부검을 해야 하느냐고 거듭 항의했습니다. 결국 26일 밤에 영장이 최종 철회되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자본가계급의 대표적 국가권력기관입니다. 중립적인 척만 할 뿐, 이 기관들은 자본가의 앞잡이들일 뿐입니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과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자, 이번에는 검찰이 노골적으로 대자본가 정몽준 일가의 편을 선 것입니다.

[출처: 현중 사내하청지회]

Q5.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에 현중지부와 현중 사내하청지회가 적극 나서 투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현장 안에서의 대응은 어떠했습니까?

이성호: 원하청 단일노조가 힘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이번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 지부 역시 즉각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현중 하청지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하고 투쟁했습니다. 특히 검찰의 부검 영장과 경찰의 강제집행에 맞서서, 원하청 노조 간부들이 공동으로 투쟁했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동지들이 3일 내내 많이 고생을 했습니다. 연대한 정규직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청 문제는 하청이 스스로가 싸워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규직 동지들과 원하청 공동투쟁을 함께 전개해야 하지만, 그 공동투쟁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라도 하청노동자 스스로가 뭉쳐서 싸우는 게 유일한 답입니다.

[사진: 사회주의자]

Q6. 최근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사정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도 그 여파의 영향을 받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올해 현중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투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성호: 조선업종은 여전히 장기적 불황입니다. 수주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저가 수주 때문에 이윤율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윤을 극대화하고 싶은 원청 현대중공업은 원하청 노동자들을 쥐어짜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청의 경우 마치 원청 현대중공업이 하청 사장들에게 갑질을 하는 듯 보이지만, 본질은 자본가로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려는 것 뿐입니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작년에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대규모로 체불했다면, 올해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대대적으로 삭감해서 이윤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작년에 원청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에 기성금을 인하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체불되고 4대 보험이 체납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이달 3월부터 물량팀을 정식으로 2차 하청화하면서 그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이든 올해든, 투쟁의 대상은 정확하게 원청 현대중공업입니다. 이번 발표 역시 원청과 1차 하청사장들의 짜고치는 고스톱입니다. 정씨 일가는 배당금이 9백억이 넘는데,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체불에, 4대보험 체납에, 이제는 임금 삭감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뺏어갑니다. 하청노동자 스스로가 똘똘 뭉쳐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말 뿐이 아니라 진짜로 싸우겠습니다. 하청노조가 그 싸움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고 김태균 하청노동자의 경우에도 물량팀이었습니다. 과거에는 2차 하청인 물량팀이 음성적으로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양성화시켜서 다단계 하도급을 본격화하겠다는 심산입니다. 향후 다단계 하도급이 본격화되면, 하청에게 임금은 물론 안전마저도 더욱더 보장되지 않게 됩니다. 다단계 하도급은 자본주의의 실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 등꼴 빼먹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그 자본가들에 맞서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뭉쳐야 합니다. 그리고 싸워야 합니다!

한개의 댓글

  1. 자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노총에 끌어 들이려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안전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죠.
    특히 조선소인부는 죽어도 되는 존재들입니다.
    비밀전략무기를 건조하는 방위산업이고 국력사업정인데다 경영진, 조선설계기사, 선급감독관, 배를 인수할 선사대표, 선장을 비롯한 모두가 한척의 배가 완성되는 동안에 몇명씩 사라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지난 대선때 노동절날 삼성중공업크레인참사가 발생한 당시에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외치던 진보진영도 무관심했잖아요.
    그리고 하청노조는 무용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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