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엔지 하청노동자들, 현중자본의 노골적 탄압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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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난 7월 30일부터 지금까지, 8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울산의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가 2017년에 법인분리되어 설립된 계열사이다. 그리고 서진이엔지는 현대건설기계의 사내하청업체 중 하나로, 굴삭기의 핵심 부위인 붐(boom)과 암(arm), 사람으로 치면 팔뚝에 해당하는 부분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원청 현중자본의 노조탄압과 그에 맞선 하청노동자들

서진이엔지 노동자들 30명은 지난해인 2019년 8월에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하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였다. 10년을 넘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도 노동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늘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청업체들은 폐업을 반복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노조를 통해 노동자 스스로가 단결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발전된 것이었다.

서진이엔지 사측과의 단체교섭은 2019년 11월부터 8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사측의 교섭 해태로 인해 결국 교섭은 결렬되었다. 2020년 2월 25일에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중지를 결정하였고, 노조에서는 3월 3일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되었다. 그러자 그 때부터 원청인 현대건설기계에서는 서진이엔지의 작업물량을 축소시키고, 해당 물량을 원청 측 정규직 라인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원청인 현중자본의 노골적인 ‘노조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서진이엔지 사측에서는 현대건설기계의 다른 하청업체들과는 달리 갖은 핑계를 대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사내하청지회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일감을 달라는 요구를 하며 사측을 상대로 계속해서 투쟁하였고, 결국 7월경에 물량을 쟁취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7월 24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서진이엔지 석진갑 대표는 서면으로, 8월 23일부로 서진이엔지의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할 것이며 8월 24일부로 폐업을 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서진이엔지 사측은 지난 2월의 교섭 결렬 이후로 단체교섭에는 계속 임하지 않는 교섭 해태 상태로 노사협의회만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해고 및 폐업통보를 한 것이었다.

이에 사내하청지회에서는 7월 27일 노동부에 위장폐업 부당노동행위 고소를 접수하고, 그 다음날인 28일에는 고용승계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7월 30일,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였다. 그 날부터 8월 7일까지가 여름휴가 기간이었지만 노동자들은 이 휴가기간마저 반납하고 투쟁에 임하였다. 8월 13일에는 노조 차원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현대건설기계 본사를 직접 찾아갔다. 후속업체 등으로의 고용승계를 원청 측에 직접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기계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고용승계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였다.

결국 사내하청지회는 8월 18일에 원청 직접고용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진이엔지의 폐업은 노조 말살을 위한 계획적 위장폐업이라며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접수하였다. 실제로 원청인 현대건설기계는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에게 작업표준서·작업제작계획서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였으며,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작업수량과 진행상황 등 업무실적을 매일 보고받았다. 그리고 실제 제작공정에서도 직영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혼재되어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원청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의 시업·종업 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작업, 교대제 운영 여부와 작업주기, 노동시간 편성과 작업배치·변경 관련한 사항도 모두 결정하였다. 이는 파견법상 파견근로가 불가능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대해 파견근로를 시행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서진이엔지 폐업이 노조탄압을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한 일들도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자 곧바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8월 20일, 원래 서진이엔지에서 담당하고 있던 공정에 투입할 정규직 모집을 공고하였다. 즉, 현대중공업이 서진이엔지 소속의 하청노동자들의 일을 빼앗아서 그것을 현대중공업 정규직 라인으로 배치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인소싱’에 나선 것이다. 서진이엔지 사측이 폐업을 통보한 표면적인 이유는 ‘물량 감소’였는데,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그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이 해고됨으로써 생기는 빈 자리에 원청의 신규 정규직을 채워넣겠다는 것은, 이번 폐업의 이유가 단순히 ‘물량 감소’에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8월 25일에는 서진이엔지 공정 중 휠로더 붐 및 리어 제작 설비를 아웃소싱으로 이동시키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업체를 폐업하면서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해 체불임금과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저항하자, 현대중공업에서는 경비대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에 대해 총 4차례에 걸쳐 폭력을 가해 부상자를 다수 발생시키는 행태까지 보였다.

[사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투쟁과 연대를 통해 성장하는 하청노동자들

현재 사내하청지회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건설기계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정문 앞 천막농성, 사내 철야농성, 불법파견 증거인멸 저지를 위한 현장활동, 출입투쟁, 출퇴근시간의 출근투쟁 및 퇴근투쟁, 사측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압박하기 위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신청, 노동부에 대한 불법파견 시정명령 요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사내하청지회의 이성호 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투쟁의 분위기는 점차 높아져 가고 있으며 투쟁에 임하는 서진이엔지 조합원들이 한 명의 흐트러짐도 없이 투쟁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이성호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천막농성과 출퇴근 투쟁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교육을 통한 학습도 하면서 다른 투쟁사업장들에 대한 연대활동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각성하고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구조 자체를 갈아 엎어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하였다. 사내하청지회 페이스북에는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의 발언 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 노동자들은 아래 인용한 발언처럼 현중자본의 착취에 대한 분노와 함께 하청노동자들의 처지를 어렵게 만드는 자본주의 구조 자체에 대한 분노를 스스럼없이 표현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만두고 다른 곳에 취직하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 간다고 한들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에 의한 노동착취에 물들었고,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소기업들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현대중공업 자본의 악랄한 노동착취부터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자본주의로 인해 꿈이 있던 사람들은 점점 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 못된 기업들의 악행을 막아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공동투쟁의 진전이 필요하다

원청인 현중자본의 불법파견과 서진이엔지 위장폐업은 이윤을 위해 가능한 한 싼 값에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언제든지 쉽게 자를 수 있게 하고자 하며 이러한 상황을 없애 보려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사례이다. 더불어 원하청 구조 자체의 문제점도 드러내 준다. 중공업 분야에 사내하청 등으로 연관되어 있는 업체들은 단기간만에 폐업하는 단기(短期)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런 업체에 소속되어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면서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며, 임금체불 등의 부당행위를 일상적으로 당한다. 이는 필요할 때는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쉽게 고용하다가도 비수기 등 필요가 없어지는 시기에는 언제든지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원청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이다. 하청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조 자체를 타파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지금보다 더욱 진전시켜서 광범위한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을 이끌어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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