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동자투쟁: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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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2003년 1월 두산중공업에서는 배달호 열사가 회사의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분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3년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현대양행으로 출발한 이 기업은 1980년 공기업화되어 한국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20년간 운영되었다. IMF 사태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권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고, 그에 따라 1999년 발전설비로 사업을 일원화하고 선박엔진 부문은 다른 곳으로 빅딜을 진행했다. 그리고 2000년 10월에는 주식 36% 매각 공고되어 결국 한국중공업은 두산그룹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당시 한국중공업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금속노조 전신) 소속으로 창원 지역 투쟁에서 제법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1998년 11월경 한국중공업 노조 위원장이었던 김창근 위원장은 “한중 민영화는 국가독점을 민간독점으로 이양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1999년 말에는 노조가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해 11월 10일부터 48일에 걸친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2000년 11월경에도 김창근 위원장은 “주인있는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재 36% 지분의 일괄 매각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는 한국중공업 민영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주식 매각 공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은 헐값에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후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 탄압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은 2001년 1월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 1,124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소사장제를 실시하고자 했다. 노조는 파업투쟁을 통해 소사장제를 막아낼 수 있었으나 2002년 재차 사측의 공격이 이어졌다. 2001년 단체협상에서 합의된 집단교섭 약속을 사측이 이행하지 않자 47일간 파업 투쟁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18명의 조합원이 해고되고 총 89명이 징계를 맞았다. 또한 사측은 65억 원 규모의 손배가압류를 자행했다. 이러한 탄압으로 현장은 궁지에 내몰렸고, 이에 항의하여 배달호 열사가 분신하는 데 이른 것이다.

배달호 열사의 죽음은 전국적인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현장은 이미 사측의 탄압으로 억눌릴 대로 억눌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투쟁이 마무리된 후 다시 노동조합이 투쟁의 기풍을 세워 싸워나가기를 바라기는 어려웠다. 한편 200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인 호황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었고 두산중공업도 그 덕을 크게 보고 있었다.

왜 두산중공업은 위기에 처했나?

① 두산그룹의 경영 실패

두산그룹 입장에서 두산중공업 인수는 그룹의 큰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맥주와 패션 의류, 식품 등 경공업, 소비재 업종에 집중되었던 사업의 중심이 중공업, 산업재로 옮아갔다. 두산그룹은 2009년 (주)두산을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고, 여기서 두산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의 역할까지 하였다. 2000년대 중반 호황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이 벌어들인 돈을 사업확장에 이용하는 양상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두산중공업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미국 건설장비업체 밥캣을 무리하게 인수하였으나 2008년 세계 대공황 이후 건설수요가 줄어들면서 밥캣은 막대한 돈을 집어 먹는 밑빠진 독이 되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덩달아 위기에 빠졌다. 또 다른 자회사인 두산건설도 밑빠진 독이 되기는 매한가지였다. 2008년 대공황 이후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한 할인분양, 장기 미착공 사업장의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두산건설의 재무상황은 부실해지게 되었다. 여기에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가 큰 타격을 주었다. 결국 2019년 말 두산건설은 상장이 폐지되어 두산중공업의 100% 완전 자회사로 전환되었다.

두산중공업의 연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6년 내내 당기순이익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보면 2015년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자비용을 포함한 대규모 금용비용, 자회사의 손실로 인해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② 전세계적 에너지 전환에 역행한 두산중공업

한편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용융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탈핵 추세가 강화되었다. 핵발전은 우라늄 채굴·농축, 발전소 건설·유지, 핵폐기물 관리, 폐로 등 핵발전의 전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환경파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핵발전소를 줄이는 것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도 2017년 신규 핵발전소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2038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핵발전소 14기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후위기가 절박한 인류의 문제로 등장한 지금 화력발전 또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파리협약은 지구온난화가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산업화 시대 이후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미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대 이후 1.1℃ 정도 상승했기 때문에 이제는 데드라인까지 0.4℃만 남아 있다. 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5℃ 이내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제로에 도달해야 하고 이산화탄소를 2030년까지는 2010년 대비 최대 45%까지 감소시켜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은 불가할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 자체를 과감히 폐쇄시켜나가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영국 소재 ‘카본 브리프’에 따르면 2019년에 전세계 석탄화력발전량 자체가 3%나 감소했다. 또한 2017년에 개최된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영국, 캐나다 등 20개 국가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겠다고 결의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2050년 배출제로를 달성하려면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요컨대 핵발전과 화력발전 설비 생산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이미 탈핵, 기후위기 대응 등이 전세계적 과제가 된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분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미온적이었다. 작년 9월 발표된 미국의 에너지경제 금융분석연구소의 두산중공업 관련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두산중공업의 더딘 사업전환 계획은 한국 정부가 노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개선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고 현재 글로벌 발전 시장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주력하기 시작한 2017년에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은 뒤늦게나마 가스터빈 발전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스터빈 개발이 상당 궤도에 올라 공장 내에 시험가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 발전기는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이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석탄 화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도적 발전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글로벌 이코노믹』의 보도에 따르면, 가스터빈 시장규모는 “2018년 97조 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2배가 넘는 약 20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스터빈 발전 역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 화력발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가스터빈 발전을 대거 도입할 경우, 그것이 되레 배출제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가스터빈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가스터빈 발전에서 사용하는 LPG는 최근 셰일가스 붐에 편승해 왔는데, 셰일가스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프랙킹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적 경기후퇴로 새로운 공황의 발발이 현실화되고 있고 이 때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셰일가스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셰일가스는 최소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일 때 수익이 나는데 유가 급락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다. 또한 셰일가스 기업들은 저금리 시대에 막대한 정크본드를 발행하여 좀비기업화되어 있어 줄도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가 앞장서는 에너지 전환 투쟁,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만들 수 있다

수구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언론들은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사측은, 지난 3월 11일 노조에 휴업을 요구하면서 보낸 공문에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있던 원자력·석탄화력 발전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이 증발해 경영위기가 가속화했다”고 말하는 것에서 엿보이듯이, 이러한 주장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연결제무제표 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담은 위 표에서 보듯이, 두산중공업은 2008년 세계대공황 때 큰 타격을 입은 후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회사가 운영되었고 최근 6년간 그 상황이 계속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영업이익은 2015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흑자를 보았는데, 당기순이익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중공업 자체의 생산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핵발전, 화력발전 설비 생산에 목매온 데도 위기의 원인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공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두산중공업의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산중공업은 연 초 한 차례 기술직,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희망퇴직 숫자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여겼는지 두 번째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또한 회사의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휴업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한편 3월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1조원의 자금을 각각 절반씩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결정한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나서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행보가 두산중공업 1조원 지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번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두산중공업은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두산건설 매각 등의 자구안을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 노동자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 역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두산중공업의 계속되는 경영위기는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불안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한편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다시 찾게 만들었다. 2015년 10월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선거에서 민주파인 진한용 집행부가 들어섰고, 2017년에는 같은 집행부가 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진한용 집행부는 조합원의 ‘고용’을 중심에 두고 활동했다.

‘고용’이라는 요구는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적 요구다. 이런 경제적 요구는 이른바 자신의 고용만을 전부시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달리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적 요구가 보편성을 띠고 급진적 투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노동자 투쟁이 지금 처한 상황이 바로 후자의 상황이다. 현재 두산중공업 노동자의 ‘고용’ 요구는 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고 그것을 통해 더 폭넓은 급진적 요구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두산중공업의 무능한 경영이 드러나고 핵발전, 화력발전이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생산으로의 전환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방향은 대대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 투쟁에 적극 나서는 것, 이것이 두산중공업 노동자들 앞에 놓인 유력한 길이라 할 수 있다.

진한용 집행부의 경우 이러한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나 ‘고용’을 자신의 원칙으로 세우고 노동자 입장에서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탈핵,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사회의 진보적 발전 방향과 같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7년 6월 20일에 나온 두산중공업지회 성명를 보면 진한용 집행부는 정부의 “탈핵 탈석탄 에너지정책으로 발생한 고용문제와 경제위기에 대한 해답”을 정부에게 요구했다. 같은 날 나온 사측을 대상으로 한 성명은 당시 진한용 집행부의 입장을 더 분명히 보여준다.

회사는 에너지정책 전환에 대한 해결책을 내놔라!

원자력, 석탄화력 공사중단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물량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회사는 아직까지 관망세만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감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쳐다만 볼 것인지 갑갑해 질뿐이다.

우리는 경영진만 믿고 열심히 일해 왔다. 미래 경영, 사람이 미래인 경영의 결과가 무엇인가? 회사는 반성해야 한다. 탈석탄과 탈원전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탈화석연료를 통한 이산화탄소 줄이기가 지구상 이슈가 되어있었고, 후쿠시마 지진으로 인하여 탈원전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회사의 대처 방안은 더디기만 했고 여전히 원전발전과 석탄발전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의 탈석탄과 탈원전 여론은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지금까지의 회사의 경영방침에 대해 질책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회사는 하루속히 내일을 준비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2017년 6월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즉 진한용 집행부는 자기 고용을 위해 ‘탈원전’, ‘탈석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탈원전’, ‘탈석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정부와 사측을 비판하고 ‘원전발전과 석탄발전에서 벗어날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환경운동 일각에서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마치 자신의 고용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탈핵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는 것처럼 주장해온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진한용 집행부는 지난 2019년 금속노조 선거에서 3선에 실패했다. 금속노조에서 3선을 하는 것은 아무리 업적이 있는 집행부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 중요한 투쟁이 앞에 놓인 상황에서 집행부가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문제는 새로 들어선 집행부가 기존 집행부와 완전히 달리 탈핵이 마치 두산중공업 위기의 주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건설이 취소된 신한울 3, 4기의 건설재개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을 에너지 전환 선도 공기업으로 전환하자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생산설비와 숙련된 노동력을 이용하고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두산중공업이 이러한 에너지 전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대규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2월에 공개된 스탠퍼드·UC버클리 대학 공동연구팀의 「그린뉴딜 에너지 정책이 전력공급 안정화와 비용, 일자리, 건강, 기후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144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현재의 고용을 유지할 뿐 아니라 전체적 고용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두산중공업을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투쟁의 요구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두산중공업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 이전에 한국중공업은 20년간 공기업으로 운영되었다. 두산그룹은 헐값에 한국중공업을 인수하여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떨어진 채 두산중공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고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에 몰두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당기순이익 적자가 6년이나 지속되고 기업 자체의 존망이 어려워지자 정부로부터 1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손쉽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문재인 정권의 정책은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노골화하는 친자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만 보더라도 민중들은 2008년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구제금융이 노동자들은 나몰라라 하면서 자본만을 살찌우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번에 미국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구제금융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 의회에서조차 구제금융을 제공할 경우 해당 기업은 자사주 매입이나 경영진 급여 인상을 못하도록 하거나 고용유지와 같은 엄격한 조건을 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 항공산업 등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경우에는 르노나 푸조와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국유화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외국 상황에 비춰보면 이미 두산그룹의 무능한 경영 능력이 확실히 확인되었고 국책은행을 통해 1조원까지 지원받게 된 이상 두산중공업을 지금과 같이 사기업으로 남겨둘 이유는 없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을 공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두산중공업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공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데 있어서도,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두산중공업을 공기업화하자는 주장은 최근 창원시가 지역구인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나 민중당 석영철 후보의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여영국은 3월 2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두산중공업을 “에너지 전환 전략 공기업화”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영국은 ‘제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때 국산 가스터빈 확대 공급계획을 반영하고, LNG 가스 발전 비율을 2030년 35%까지 확대해 나가도록 하자고 주장하여, ‘에너지 전환 전략 공기업’이라는 요구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정의당 의원을 통해 ‘에너지 전환 전략 공기업’이라는 요구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요구가 충분히 대중적인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가 노동자의 투쟁과 매우 긴밀하다는 점을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로,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위해 화석연료를 게걸스레 때온 결과 기후를 인간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바꿔왔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기후위기와 같은 자연파괴가 일어나는 것과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글인 「노동자 착취와 자연 파괴: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동전의 양면」을 참고하기 바란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의 경우처럼 기후위기의 영향은 노동자들에게 크게 미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투쟁의 중심에 서야 하고, 자신의 요구와 기후위기에 맞선 요구를 결합시켜 투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을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 삼는 투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바로 이런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고용에 대한 요구를 사회 전체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요구와 결합시키고, 더 나아가 이것을 기업의 사적 소유 구조를 문제 삼고 자본주의 체제를 문제 삼는 투쟁과 결합시킨다면,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의 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노동자 투쟁 전체에 큰 상상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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