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들꽃’같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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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이 글은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그 동안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사히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은 이 간명한 글을 통해 그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글에 나오는 것처럼 아사히글라스는 2017년 9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6천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KTX승무원이나 쌍용차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와 그로 대변되는 국가가 어떻게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반해 행동하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이다. 글을 보내준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동지에게 감사드리고. 벌써 4년째 투쟁하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이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

2015년 6월 30일, 회사가 하루 휴가를 줬다. 공장 생기고 처음이었다. 명절도 쉬지 않고 돌리던 공장인데 전기공사를 한다며 178명을 하루 쉬게 했다. 그런데 그날 문자가 왔다. 해고통보 문자였다. 황당했다. 문자가 믿어지지 않았다. 첫 휴가는 178명을 해고한 날이 됐다. 노조를 만든 하청업체만 쉬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노조를 만들고 딱 한 달 만이었다. 하루로 시작된 휴가는 3년이 넘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얘기다.

아사히글라스는 구미시 4공단에 있다. 경북에서 최대의 외국인투자기업으로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이다. 생산된 유리는 TV와 모니터, 휴대폰 등에 사용한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주요한 자회사다. 아사히글라스도 전범기업이다. 정규직 800여명, 비정규직은 300여명이 일했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년간 최저임금을 받으며, 365일 중 4일은 3교대, 주말은 12시간씩 주야맞교대 근무를 하며 일했다. 점심시간은 20분이었다. 식사는 도시락을 제공했다. 노동자들은 다 식은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으며 일했다. 비정규직은 조금만 잘못해도 징벌로 붉은 조끼를 입었다. 우리에게 인권은 책 속에나 존재하는 단어였다. 물량축소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권고사직이 이뤄졌다. 어제 출근한 동료가 오늘은 쫓겨나는 일이 반복됐다.

구미시와 경상북도는 아사히글라스 유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유치하면서 온갖 특혜를 줬다. 아사히는 50년간 12만평의 토지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의 특혜를 누렸다. 연평균매출 1조, 연평균 당기순이익 800억, 사내유보금만 8,200억 원이다. 올해는 2017년 결산배당으로 1,100억을 주주에게 배당한다며 일본본사에 송금했다. 특혜 받고 비정규직 착취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매년 지들끼리 돈잔치를 벌였다.

실효 없는 노동부의 시정명령과
검찰의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

해고된 노동자들은 2015년 7월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으로 아사히글라스를 고소했다. 2년간 시간을 끌던 노동부는 2017년 9월에서야 아사히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노동부는 “해고된 노동자 1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사히는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17억 8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아사히는 시정명령에 불복하고 노동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넣었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은 빛 좋은 개살구다. 피해자를 전혀 구제하지 못했다. 아무런 실효 없는 제도다. 노동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할 건 다했다고 한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행정처분을 내리고도 피해자인 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없다면 시정명령은 있으나마나 한 면피용이다.

노동부는 아사히의 부당노동행위를 불기소 처분했고, 불법파견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6천 페이지의 증거자료를 가지고도 무혐의 처분했다. 이유는 ‘증거불충분’이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는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 검사가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웠다. 불기소 이유서는 아사히 법률대리인 김앤장이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적은 듯했다.

검찰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증인을 부르거나 압수수색 같은 추가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노동부가 조사․보고한 6천 페이지의 불법파견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법이 아니라고 손쉽게 뒤집었다. 검찰은 있는 증거도 없는 것처럼 취급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김도형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결정서의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아사히초자의 생산계획, 공장 가동사정, 작업지시서 등에 따라 지티에스의 근로시간이 결정되고 시업과 종업시간 등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작업이 포함된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의 특성상 불가피하고 그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를 지휘․명령관계 판단의 본질적 요소로 삼기는 어렵고, 근로시간 등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도급계약에서도 합의를 통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건번호 2017년 형제14747호, 불기소결정서 19페이지 발췌)

원청이 하청에게 생산계획과 작업지시서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려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작업이 포함된 유리 제조업의 특성상 지휘, 명령이 인정된다고 한다. 검사의 판단대로라면 생산현장에 불법파견은 존재할 수 없다. 모두 합법적인 도급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 생산현장은 공정이 연속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도급이 불가능하다. 제조업은 원청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현장은 불법파견일 수밖에 없다.

검찰의 주장은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고 하는 격이다. 검찰은 무혐의처분을 내리기 위해 도급법을 완전 무시했다. 그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사업장에서 대법원의 판례로 인정된 불법파견의 기준조차 뒤집었다. 도대체 아사히글라스가 뭐라고 이런 무리수를 둔단 말인가? 검찰을 움직이게 하는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힘은 놀라웠다.

분노가 치솟았다. 대구고검에 항고를 하고, 담당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직후부터 대구검찰청 앞에서 6개월간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수시로 대구검찰청에 찾아가 대구지검장 면담을 요청하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라며 검찰청 로비에 가서 싸웠다.

결국 불법파견 재수사가 결정되고…

5. 14. 대구고검은 김천지청에 “아사히 불법파견을 재수사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부실수사가 인정된 것이다. 사건이 다시 김천지청으로 돌아갔다. 고검을 거치며 수사기록은 7천 페이지가 되었다. 김천지청으로 되돌아온 사건은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노동부, 검찰, 법원이 사건을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에 3년이 흘렀다.

우리는 불법파견과 관련한 노동부와 검찰의 태도를 보면서 이 사회는 노동자를 위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아니 이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 굴러가고 있고, 모든 법과 제도, 권력은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조차 인정할 수 없어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지배자들의 울타리를 노동자들이 넘어서지 못하도록 서로 공조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의 투쟁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사회주의자]

네 번째 여름이다. 23명의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헌법은 단결권을 보장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 할 권리가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쫓겨나서 3년 넘게 싸우고 있다. 싸우면서 부당한 현실을 바꾸는 것은 우리 공장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들꽃’이라 부른다. 모진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피어나는 들꽃. 자본의 거만함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들꽃이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는 꼭 공장 안으로 돌아가자고 각오를 다진다. 이제는 공장 담장 안에도 들꽃이 만개할 때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들꽃처럼 소박한 웃음을 피우며 동료들이 기다리는 공장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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