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민중의 의식 성장에 발맞추어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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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민중의 의식 성장

“트랜스젠더들은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것은 지난 5월 SBS 8시 뉴스에서 방영된 트랜스젠더 관련 보도에서의 멘트이다. 그동안 공중파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거의 볼 수 없었거나 보더라도 중립에 치우쳐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SBS에서 이런 목소리를 보여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민중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게 성장했고, 그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의 성소수자 운동은 1993년 대한민국 최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 ‘초동회’(‘친구사이’와 ‘끼리끼리’의 전신) 에서부터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9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각 대학을 중심으로 동성애자 모임들이 조직되었고, 2000년에 들어와 배우 홍석천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며 대중의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었다. 2000년 대학로에서 50여 명 정도의 규모로 한국에서 처음 시작했던 퀴어퍼레이드는 이제는 서울을 넘어 대구, 광주, 제주 등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로 성장했고, 작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수만 명의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참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 박근혜 퇴진 투쟁에서도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들과 함께 무지개 깃발이 광장에서 휘날렸다.

이러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의식은, 특히 최근의 몇몇 사건들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와 활발한 담론을 형성했다. 지난해 11월 휴가 기간 동안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했던 변희수 하사가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전역당하고, 고교 졸업 후 성전환하여 법적으로 여성이 된 트랜스여성이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지만 숙명여대 일부 학내 구성원들과 타 여대 여성단체들의 반대 논란에 결국 입학을 포기했던 사건 등으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인식과 논의가 널리 확산되었다. 위의 SBS의 보도는 이러한 대중의 의식 형성을 잘 보여주는 일례이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의식 성장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1년에 동성결혼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7%였으나, 2014년에는 35%까지 올라갔다. 2017년 12월 MBC 뉴스데스크의 특집 여론조사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이 41%라고 밝혔으며, 특히 40대를 중심으로 그보다 더 젊은 세대는 동성결혼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질문을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보는지’로 넘어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56%의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20대는 8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한 2020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는 주장에 73.6%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국내 민중들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의식의 성장은, 이제 성소수자 문제를 우리 사회가 무시하거나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로 다루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민중들의 성장한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지배계급의 인식

하지만 이러한 국내 민중의 의식 성장에 비해, 수구세력, 자유주의 세력을 막론한 지배계급 사이에서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인식은 지지부진하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JTBC에서 진행한 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동성애 반대하는게 분명합니까?”라고 물었고, 그에 대해 문재인이 “반대합니다.”, “저는 뭐…, 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은 당시 대놓고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억압했던 수구세력에 분노했던 민중들을 단번에 허탈하게 만들었다. 2007년부터 7차례나 임기만료로 무산된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정족수 10명이 모이지 않아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더욱이 올해 4월 총선 과정에서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던 윤호중 의원은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 연합은 어렵다”라고 말하며, 성소수자 문제를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일축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한 대답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리는 성소수자와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합의를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5월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때 성소수자 차별 문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며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29일 차별금지법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되었다. 이번 차별금지법 발의 또한 이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을 정도로 10명의 발의정족수를 채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편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발의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미래통합당은 ‘성적 지향’을 제외한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발의안은 위반했을 때 처벌 조치를 약하게 두어 실제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표현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지배계급 내에서의 성소수자 문제 인식은 민중들의 의식 성장에 비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억압과 운동의 필요성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지금도 혐오와 차별, 억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5월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때에도 언론 등에서는 ‘게이클럽’이나 ‘동성애’등에 초점을 맞추며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겼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77.2%의 응답자가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 많은 성소수자들은 온·오프라인에서의 혐오 표현들뿐만 아니라, 학교·직장 등에서 따돌림이나 폭력·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직장에서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이 성 정체성을 이유로 업무 배치나 임금,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들이 많으며, 심지어 사직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문화 속에서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스스로를 비관하며 이는 높은 자살 시도율로 나타난다. 성소수자를 보호할 제도나 장치가 한국에서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을 옥죄는 구체적 억압이 실존하고, 동시에 민중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발전하는 이 시점에 성소수자 해방 운동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 2000년 대학로에서 처음 개최되었던 퀴어퍼레이드 이후로 한국에서 성소수자 운동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이로부터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민중들의 의식도 함께 발전해왔다. 그러나 위에서 짚었듯이 지배계급은 십 수 년이 넘도록 그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수구세력의 경우 ‘동성애 반대’를 부각시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지지자를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고, 자유주의 세력은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며 성소수자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지배계급이 민중들의 의식 성장에 발맞추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다.

물론 단지 성소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고 혐오 및 차별적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만으로 성소수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다른 많은 나라들에는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아주 최근에도(6월 18일), 미국의 한 트랜스젠더는 단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든 뒤로 후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경제위기가 들이닥치고 지배 계급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때면 지배계급들은 쉽게 성소수자를 속죄양으로 삼는다. 심지어 이미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률적·제도적 기반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최근 보건 분야에서 ‘성별’의 개념에 ‘젠더 정체성’을 포함해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지정성별에 따라서만 성별을 해석하도록 돌려놨다.

따라서 성소수자 해방 운동이 더욱 활기와 동력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또한 단지 법률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을 넘어서는 해방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한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해방으로서 사회주의와 성소수자 해방 운동

사회주의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억압에 반대한다. 사회주의의 기본 전제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에 있다는 것은, 사회주의자들이 성소수자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사회주의자들은 역사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성소수자 억압의 역사와 그 기원에 대해 명확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작금의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억압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의 전망과 확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억압에 맞서고 모든 억압에 저항하며 진정한 의미의 인간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주의 운동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대하며 함께 투쟁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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