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투쟁으로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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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위터]

[편집자 설명] 촛불투쟁의 결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적폐 중 하나인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간단한 행정명령이면 충분한 문제인데도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법외노조 철회에 미온적이다. 우리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가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촛불투쟁이 낳은 가장 기본적인 변화여야 한다. 편집위원회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투쟁에 힘을 보태고자 전교조의 해직 조합원 이민숙 동지의 글을 기고받아 게재한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권의 공작정치에 의한 것임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2005년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을 둘러싸고 전교조를 한 마리의 해충에 비유하며 (국회) 장외투쟁까지 불사했던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13년 대통령 임기 첫해 바로 전교조 법외노조 작업을 진행, 그 해 10월 달랑 공문 한 장으로 “노조 아님을 통보함”으로써 26년의 역사를 지닌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았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3일에 한번 꼴로 전교조 탄압을 모의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 평가하고 있다.

전교조, 어떻게 법외노조가 되었나

김기춘의 말처럼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은 사실은 박근혜 정권 이전부터 추진되어 왔던 사안이다. 2011년 2월 원세훈 국정원장은 “우리가 전교조 자체를 불법적인 노조로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시한 바 있다. 즉, 전교조 법외노조는 명박근혜 9년간 이어진 민주노조 파괴, 노동혐오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전교조에게 규약을 개정하여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실질적으로 법외노조라 통보하는 적극적인 행위로까지 나가지는 못하였다. 이는 현행법에 이미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노조를 노조 아니라 통보하는(사실상 노조 해산 명령)을 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관계법에 존재하던 사용자에 의한 노조 해산 명령 조항을 폐기시켰다)이기도 하였고, OECD 가입 조건이던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약속과도 배치되며, IL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등)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의 수호는 물론 국제사회의 눈치조차 볼 필요가 없었던 박근혜 정권은 과감하게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를 취하였다. 심지어 보수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오랜 프로세스 끝’에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었고 작년 요맘때 쯤 나는 전교조 사수 투쟁 과정에서 33명의 동지들과 함께 해고가 되었다. 해고자의 삶이 어떨지, 얼마나 길어질지 막연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년 말 정세는 최순실게이트로 급변하여 새누리당이 해체되고 박근혜는 파면, 구속되었다. 적폐 청산 요구가 높은 가운데 조기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덕분에 박근혜 정권에 의해 법 밖으로 내몰린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 가능성은 논리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정세를 맞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등장, 싸움을 방향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중심으로 정세인식에 대한 차이는 사업계획, 투쟁전술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머리로는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이미 투쟁에서 멀어지거나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거 자유주의 정권을 경험하면서 노사협조주의가 얼마나 투쟁을 약화시키는지, 원칙을 포기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웠던 실사구시가 실제로는 실리도 잃어버리는 결과로 귀결되기 십상임을 몸소 체험했음에도, 우리는 다시 문재인정권의 등장을 진보정권의 등장인 것 마냥 대하고 있다.

‘정권에 부담을 줄 수는 없다’ ‘대중의 정서가 투쟁은 아니다’ ‘기다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투쟁해왔던 것 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싸움의 방향이 더 분명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얻어야 할 실리는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남겨야 할 성과는 무엇인지 더 치밀하게 고민하고 투쟁계획을 짜야 한다.

법외노조 철회, 더 나아가는 투쟁이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실제로는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조 아님을 통보한 행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행정부는 언제든지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이를 “직권취소”라 한다. 특히 행정부의 직권취소는 해당 조치가 ‘위법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당한 경우’에도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이 직권취소를 하는 데에는 특별한 법적 근거조차 필요하지 않다. 즉, 고용노동부는 종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위법 또는 부당함을 이유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법원(현재는 대법원)은 이미 관련 처분이 취소되어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각하함으로써 소송을 종결하면 된다. 문재인대통령은 올 해 1월 전교조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한 바 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한편 단순히 전교조‘만’의 ‘법적 지위 회복’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된다. 교사(공무원)도 노동자이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노동3권을 쟁취하는, 즉 노동자의 시민권을 확보하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이어 명박근혜 9년간 노조 파괴 공작은 곳곳에서 자행되었고 비정규직 확산은 물론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으로 대표되는 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도 끊임없이 자행되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이런 오랜 노동혐오, 노조 파괴의 야만을 조금은 바로잡는 일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노조가 있어야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고, 전교조가 있어서 반교육적 정책을 바로 잡아 왔음을, 그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임을 대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교사(공무원)에게 단결권을 부여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교사(공무원) 노조를 인정함으로써 공직사회 민주화를 앞당기는 수단을 우리 사회가 갖게 됨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계기로 학교현장에서 ‘노동자의 귄리’를 가르치는 노동인권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교사(공무원)의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반기 민주노총의 노동법 전면개정 투쟁에 결사투쟁으로 함께해야 하고, 그를 위해 조합원 교육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하여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3권 쟁취 투쟁은 민주노총의 6.30 사회적 총파업과 하반기 법개정 총파업 투쟁과 떼래야 뗄 수 없는 투쟁이며, 그렇게 투쟁을 기획하고 조직해야 한다.

우리만의 ‘긴 투쟁의 프로세스’를 준비하자
정부의 시혜가 아닌 우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그러나 현실은 갑갑하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대법원 판결이라는 법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거나 전교조 문제는 사회적 갈등의 문제이므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문재인 신정부의 입장이 이낙연 총리후보 인사청문회나 국정기획자문위 노동담당자의 발언 등으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전교조는 결기 있는 투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문재인 신정부의 의중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는 단순히 법적 지위 회복에 있지 않다. 우리도 ‘긴 투쟁의 프로세스’를 준비하며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신정부의 의중 확인이 아닌 우리의 주체적인 투쟁계획 마련과 동력 확보, 노동3권 쟁취까지의 경로 모색, 민주노총 총파업 결합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전교조는 결성 당시 1,500여명의 해직을 감수하고도 조직을 지켰었다. 탈퇴 각서 한 장이면 될 것을 차마 그 한 장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그 선배님들의 마음이, 전교조 사수를 위해 교직을 건 작년 34명과 올 해 다시 해직을 각오한 16명의 전임자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 확신한다. 전교조는 지난 28년간 결정적인 순간에 원칙을 포기하고 투쟁을 회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이 전교조가 그 숱한 이데올로기 공격과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라 생각한다.

힘들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배워왔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자.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역사적 경험 속에서 지금 전교조는 어떤 투쟁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치열하게 해보자. 문재인 정부의 의중만 바라보는 상층 중심의 흐름을 극복하고,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현장조합원선생님들과 함께 모색하고 돌파하자. 법외노조 철회가 당연히 당면 획득목표이지만 투쟁의 과정이 존재한다면 그 시기가 한두달 늦어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법외노조 철회가 문재인정부의 시혜가 아닌 우리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 투쟁의 결과로 복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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