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노동착취, 현장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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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대위 /레디앙]

1월 23일 전주의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이 회사에서는 3년 전에도 같은 사고가 있었다.

“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

아버지는 어느 날 6시가 넘은 때에 이런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작년 9월부터 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퇴근은 거의 6시를 넘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학생으로부터 ‘나 회사 그만 두면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콜센터 업무가 스트레스가 과중한 업무라지만, 자살에 이른 것은 그 회사만의, 개인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예견된 재앙들

실습생들의 노동착취와 그에 따른 사고는 오래됐다. 우리 사회에서 실습생들의 살인적인 현장실습이 문제가 된 사례는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이 주 7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대책을 세운다고 했지만 실습생의 사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2년 12월에는 울산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작업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현장실습 학생이 사망했다. 2014년 1월에는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해 2월 울산 금영ETS 공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현장실습 학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최근 일로는 현장실습을 나갔다고 채용되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컵라면을 남기고 사망한 2016년 5월 28일의 사고가 있다.

[사진: 공대위 /레디앙]

오래된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

이렇게 끊임없이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커다란 문제는 값싼 노동력을 구하려는 자본가와 취업률을 미끼로 학생들을 내모는 교육현실이다.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제정된 「산업교육진흥법」에 의해 도입됐다. 이 법에 따라 특성화고 학생은 재학 중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은 취업률에 따라 학교에 예산을 차등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안전한 현장실습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무조건 많이 내보내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그 결과 용역업체에까지 실습을 나가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자본가들은 취업을 미끼로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2014년 현장실습생 사용사업장 117곳을 근로 감독한 결과,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62.4%, 초과·야간근무를 시킨 곳이 28.2%에 달했다. 밝혀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중하고 위험한 업무에 노출된 학생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자살과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착취의 연결고리가 정권과 자본, 학교에 의해서 조장된 것이다. 경총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 및 운영매뉴얼 안내”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노골적인 소개글이 있다.

최근 정부는 ‘고졸취업확대 분위기정착’과 ‘중소기업들의 합법적 노동력확보가 가능’하도록 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하였습니다.

엄격한 법적 보호와 자율적인 실습이 대안

최근 진보교육감의 당선 이후 특성화고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보수진영이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교육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등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노동법을 알고 실습을 나간다고 해서, 교사나 사업자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취업을 미끼로 온갖 불법을 강요해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노동법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 3학년 2학기부터 나가는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12월 이후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최장 6개월 가까이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취업률에 따른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부담 없이 학생들이 실습을 나갈 사업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선별적으로 실습을 내보낼 수 있다. 물론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표준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하는 사업체는 고발조치하고 실습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번 전주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 학생은 자신의 전공(애완동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 밀려나갔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더욱 심했을 것이다. 따라서 밀어내기식 현장실습이 되지 않도록 학생들의 전공과 연관된 사업장이 아니며 나가지 않을 수 있는, 현장실습을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넷째, 표준협약서를 위반해도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고작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폐지하고 교육실습생으로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담는 법령 제정과 위반 사업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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