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규약개정,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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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감신문]

공무원노조, 규약개정으로 설립신고

전국공무원노조가 2018년 3월 29일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았다. 2002년 3월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초대 위원장 차봉천)이 출범한지 16년만에, 2009년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설립신고가 반려되어 법외노조의 험난한 길을 걸은지 9년만이다. 그러나 이번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은 해고자에 대한 자격을 명시한 규약을 개정한 대가로 얻은 것으로 노동조합의 정체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하나는 노동조합 자주성의 원칙이 훼손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장 앞장서서 싸웠던 해고자들을 외면함으로써 투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전에도 규약을 개정해서 설립신고를 했던 역사가 있다. 최초의 규약 개정은 2013년(위원장 김중남) 기존 규약 7조 2항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에 ‘관련법령에 따라’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이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못박았던 것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해석하도록 후퇴한 것이다. 이때 ‘관련법령’은 다름 아닌 공무원특별법으로, 노조 가입범위를 6급 이하 일반직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쟁의권을 부정해서 노동조합 스스로 ‘1.5’권이라 비판했던 특별법이었다. 문제는 6급 이하라도 △지휘·감독권 행사자, △총괄·교정·수사 업무 종사자, △노동관계 조정·감독업무 종사자, 면직·파면·해임된 자에 해당하면 노조 가입이 제한된다. 이 관련법령에 따르면 해고자는 당연히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중앙집행위원회의 판단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규약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규약 7조 2항의 단서가 중앙집행위원회로 하여금 노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실제로 노동조합 임원에 해고자가 등록되어 있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그 후 네 번에 걸쳐 설립신고를 했지만 그때마다 모두 반려되었다. 그러다 지난 3월 24일 열린 제29차 정기대의원대회(위원장 김주업)에서 조합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규약 7조 2항을 별도 ‘규정’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노동부가 대법원의 판례가 있기 때문에 현행 문구대로는 받지 못하겠다고 했으며, 민주노총 법률원에서도 규정으로 제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것은 규약과 규정에서 조합원의 자격을 다루는 문제로 축소될 사안이 아니다.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활동의 원칙이 훼손되다

노동조합이 합법화(법내노조)를 지향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모든 노동조합과 그 활동은 합법화되어야 한다. 노동3권은 모든 노동자에게 조건 없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문제는 ‘조합원의 가입범위와 자격’ 여부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자주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게다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이유로 정권이 공무원노조와 더불어 법외노조화 했던 전교조는 다른 판단을 했다. 9명의 해고자를 지키기 위해서 법외노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교조가 해고자를 버릴 수 없다고 본 핵심 이유는 해고자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노동조합의 기본이라는 점과 이 문제를 양보하면 이후에 또 다른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명백한 노동탄압이고 전교조는 합법노조의 지위를 잃더라도 탄압에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주성은 자본과 정권의 지배개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조건으로도 자본과 정권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것은 막아내야 한다. 오죽하면 노동관계법에서도 자본의 지배개입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겠는가. 그런데 노동조합이 정권과 협상을 통해서 해고자를 배제한 대가로 합법성을 얻는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집행부는 노동조합이 합법성을 얻고 안정적인 상태에서의 활동이 보장되기를 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흔들고 투쟁을 머뭇거리게 하며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의 안정성을 되레 해친다면 과연 노동조합의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인가? 노동운동의 역사는 한 번의 양보가 계속된 양보를 강요(스스로 수용)하게 만들고 결국 노동조합이 무력화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남는 문제,
앞으로 누가 투쟁에 나설 것인가?

규약 개정 후 김주업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9일 담화문에서 “이제 소위 ‘불법노조’라는 부당한 낙인을 걷어냈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대정부교섭으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이루어내야함은 물론, 민주노조 건설과정에서 희생된 해직 동지들의 명예회복과 원직복직의 숙원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해 해직자 원직 복직을 위해 교섭,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해직자를 중심으로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9월 정기국회에서 해직자 특별법이 통과되어 복직된다고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노동부는 조건 없이 설립신고를 받아준 것이 아니다. 규약 개정과정은 노동부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됐으며, 신고필증을 교부하면서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서 해직자의 활동 여부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해고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발생하면 설립신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법내노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고자는 조합원 자격을 영원히 갖지 못하는 것이며, 이후 투쟁의 과정에서 새로운 해직자가 발생할 경우에도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고가 되자 마자 노동조합으로부터 배제되어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투쟁에 나설 것인가? 물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에 나서겠지만 그 힘은 매우 약할 것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력 역시 크게 약화될 것이다. 지금 당장 실리를 얻었다고 판단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명분을 잃었고, 장기적으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되는 정말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투쟁만이 우리의 권리를 보장한다

문재인 정권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관련 기사 정부, 전교조 재합법화 관련 ILO핵심협약 비준 “검토 후 수용” ). 2019년 ILO 핵심 협약 4개를 비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합법화가 ILO 협약 비준과 연계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인가? 물론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는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받는 데 있어서 ILO 협약 비준이 그 명분을 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ILO 협약 비준이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유린되었다. 즉 그것은 ILO 협약이나 법,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노동탄압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전혀 달라야 한다. 바로 투쟁으로 쟁취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규약개정은 투쟁이 아닌 타협을 통해 스스로 실리와 명분을 모두 훼손한 것으로, 심각한 후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모두 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어 조직을 유지해왔으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현장을 바꿔나가는 성과도 있었다. 노동조합의 힘은 바로 현장에 있었다. 탄압에도 물러서지 않고 단결하고 투쟁했던 조합원들에게 그 힘이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투쟁의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손에,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게 노동조합의 운명을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미래를 쟁취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는 ‘1.5권’ 공무원특별법이 아니라 일반법으로 보장되는 온전하게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공무원의 정치활동금지를 뛰어넘어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제 ‘공무원노조 진군가’의 가사처럼, 전국공무원노조가 망설이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진군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규약의 원상회복이 그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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