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주년 특집 ③]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 대니 캐치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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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특집] 직접 듣는 미국 사회주의 운동

사회주의는 고양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 미국에서 그 흐름이 가장 거세다. 많은 이들은 오바마에 대한 실망, 샌더스의 대선 캠페인을 사회주의가 확산된 중요한 계기로 지적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실 사회주의를 겪어보지 않은 반면 대공황, 실업, 부채 등 자본주의의 쓰디쓴 현실만을 경험한 20, 30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이 놓여 있다. 그들에게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더러운 말”이다.

우리는 창간 2주년을 맞아 미국 사회주의 운동의 현황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들로부터 듣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기사는 인터뷰이다. 우리 매체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미국 사회주의 운동의 생생한 이야기를 폭넓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서로 입장이 다른 두 조직의 회원을 인터뷰했다. 

두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대니 캐치(Danny Katch)는 “국제사회주의자조직(International Socialist Organization, ISO)”라는 조직 회원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이고, 사회주의를 보다 폭넓게 알리기 위한 시도로 “Better Off Red(빨갱이인 게 더 좋지)”란 이름의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 정말?(Socialism… Seriously)』, 『왜 좋은 민중은 나쁜 정부들만 갖게 되나(Why Bad Governments Happen to Good People)』의 저자이기도 하다.

앞선 제레미 공의 인터뷰에서 제레미 공은 맑스주의 전망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민주당의 활용을 주장하는 입장이었던 반면, 대니 캐치는 사회주의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이 독자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 기회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당 건설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보인다. 이 인터뷰는 10월 중순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차 례>

① 미국의 젊은 세대는 왜 사회주의에 끌리고 있나(남수경)

②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들” 회원 제레미 공과의 인터뷰

③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 대니 캐치와의 인터뷰

Q1. 우리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자기 소개와 활동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제사회주의조직(이후 ISO)” 소속 언론인이자 조직활동가입니다. 이 조직은 성장일로에 있는 미국 사회주의 흐름에서 작지만 중요한 부위입니다. ISO는 할 드레이퍼가 말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집단적으로 조직된 노동자 계급 다수에 의해 운영되는 급진적 민주주의 사회―를 고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 ‘공산주의’라 부른 독재체제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그것은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 사회복지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그 자체로 중요하긴 하지만―우리 편의 계급의식과 집단적 조직을 건설하는 작업장 안팎의 민중 투쟁 속에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Q2. 당신은 뉴욕시에 살고 있는데요, 뉴욕의 사회주의 운동 현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주류 언론은 미국이 보수적인 중부지역 주들과 캘리포니아와 뉴욕처럼 이른바 좌익적인 연안지역들로 나뉘어져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도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고향이고 많은 측면에서 트럼프만큼이나 끔찍하고 인종주의적입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도시이지만 작년 공립학교 학생 열 명 중 한 명이 집 없는 아이(homeless)였습니다. 그리고 뉴욕 시민 거의 절반이 소득의 1/3 이상을 월세로 지출합니다(트럼프가 뉴욕시의 지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도시 한 가운데에 라이커스 섬이 있습니다. 그곳은 수감자로 가득 찬 대규모 감옥으로 검은 색, 갈색 피부의 성인들, 아이들이 구타와 독방 감금 등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 태반이 어떤 범죄로 유죄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냥 체포되었는데 재판 전까지 보석금을 낼 수 없을 따름입니다.

또한 요즘에는 많은 사회주의 조직들의 가장 큰 지부가 뉴욕시에 있습니다. 최근까지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노동, 주거, 이민 관련 항의 시위와 캠페인 조직에 참여했지만, 개별적으로나 노조와 비영리조직에 채용된 상근자로서 이런 활동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주의 조직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이끄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공직 선거에 나간 사회주의자들이 거둔 최대 승리 중 몇몇 사례도 뉴욕에서 나왔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는 하원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이고 줄리아 살라자(Julia Salazar)는 주(州) 공직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둘은 모두 민주당 내에 있는 공공연한 사회주의자들입니다. 저는 우리가 이런 계기들을 이용하여 향후 몇 년 내에 공화당이나 민주당 바깥에서 사회주의 선거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Q3. 미국 사회주의자들이 맑스주의나 사회주의 사상을 배우고 전파하는 방식에서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우 사회주의자들은 학습모임이나 강좌를 만들어 사회주의를 전파합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사회주의를 그런 모임이나 강좌를 통해 배웁니다. 미국 활동가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지식을 대개 어디에서 얻습니까? 사회주의자들이 조직하는 정규적인 학습모임이 있나요? 사회주의를 교육할 때 어떤 책이나 자료를 이용하나요?

1950년대 “매카시주의적” 반공주의 운동이 사회주의 운동을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사회주의는 대개 소그룹들이나 대학 캠퍼스에서의 토론으로 국한되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단명했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급진적 시기를 들 수 있습니다. ‘메이데이’와 ‘국제 여성의 날’이 모두 미국에서 일어난 파업을 기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잊혔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죠.

그러나 이런 기념일들이 이제는 모두 되돌아왔다는 점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미국에서 메이데이는 이민자 정의 운동에 의해 부활했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여성주의의 대응 증가는 국제 여성의 날 항의시위와 파업을 새로이 추동했습니다. 그 결과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더 넓은 문화 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해 듣고 있고, 이것은 대학 근처에서 소규모 사회주의 그룹을 만나거나 해서만은 아닙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색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 다수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실제 어떤 것―더 정확히 말해 그것이 얼마나 각이한 것―인지 사람들이 배우는데 있어서 연구단체들의 역할은 여전히 지극히 중요합니다.

『자코뱅』 잡지와 헤이마켓 북스(Haymarket Books) 출판사, 이 두 곳은 사회주의에 관한 논문과 책들을 제공하는 중요한 원천입니다. ISO 내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를 교육하기 위해 다수의 책을 이용합니다. 입문서로 우리는 제 책인 『사회주의 … 정말?(Socialism… Seriously)』와 폴 다마토(Paul D’Amato)의 『맑스주의의 의미(The Meaning of Marxism)』를 사용하고요. 그 후 우리는 맑스, 룩셈부르크, 레닌과 같은 인물이 쓴 고전적 책들뿐 아니라 노동자계급 역사, 인종주의, 젠더 억압, 환경과 같은 주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접근법을 다룬 여러 입문서 격의 책들을 봅니다.

[사진: 자신의 신간을 소개하고 있는 대니 캐치.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ISO 회원이다.]

Q4. 현재 한국 주류 언론에서조차 미국 사회주의 운동의 급속한 성장을 보도할 정도입니다. 미국과 같은 세계 자본주의 중심에서 젊은이들로 하여금 “오명”이었던 사회주의를 지지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나 미국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로 성장했습니다. 그들은 결코 이기지 못하는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 결코 처벌받지 않은 범죄적 은행가들이 일으킨 대불황, 계속 악화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자들은 대처할 능력이 없어 보이는 지구 규모의 기후 위기를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앙들은 모두 공화당, 민주당 양당의 지도자들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해온 것들입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공화당은 환경 규제와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와 같은 개혁을 “사회주의”라고 비난했습니다. 이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S’로 시작하는 단어”에 묻은 얼룩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 버니 샌더스의 대통령 선거운동이 등장했습니다. 샌더스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했을 뿐 아니라 덴마크 같은 나라들의 더 나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적하면서 이를 옹호했습니다. 덴마크는 제가 정의하는 바로는 사회주의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미국 주류 정치의 문맥에서 그것은 매우 급진적인 것이었습니다. 샌더스가 1천3백만 표를 얻었다는―그리고 지금도 매우 인기가 있다는―현실은 미국 정치에서 사회주의가 갖고 있던 오명을 이제 파괴해버렸습니다.

Q5. 미국에는 무수한 사회주의 조직이 있을 텐데, DSA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이하 DSA)가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사회주의에 대한 그 조직 내부의 입장과 인식이 비록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버니 샌더스의 입장과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수만 명의 샌더스 지지자들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DSA의 성장은 엄청나게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 해 동안 좌파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을 건설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중요한 항의 운동들이 빠르게 성장했다가 무너지는 일들을 보아왔습니다. 이제 사회주의 조직 하나에 수만 명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조직의 활동과 논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이것은 DSA 안팎에 존재하는 사회주의 좌파에게 오래 지속될 충격을 줄 것입니다.

Q6. DSA는 “민주당 내 좌파” 전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주의 운동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죠. 그러나 그건 위험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 진보세력 내 다수가 30년 동안 자신의 정치적 독자성을 버리고 자유주의자와 연합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운동, 특히 사회주의 운동을 심각하게 갉아먹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런 “민주당 내 좌파” 전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DSA 내부에는 서로 다른 많은 흐름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조직은 민주당 내에서의 선거 전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회원들은 이것이 궁극적으로 별도의 정당을 형성할 세력을 건설할 것이라는 바람을 갖고 있고, 다른 회원들은 단지 민주당원들을 왼쪽으로 견인하려고 노력할 따름입니다.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성공은 DSA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이래요. 미국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이해(사회주의자들이라면 이것을 건네받아 쓸 수는 없습니다)가 민주당을 지배하고 민주당은 그 이해에 헌신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DSA 내부의 회원들 입장에서, 그런 성공은 그것에 내재되어 있는 역설과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역설이란, 사회주의자들이 민주당으로 선거에 나가 더 많은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민주당을 떠나 “새로 시작”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이 이런 기회의 순간을 독자적 세력의 건설을 시작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니 캐치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팟캐스트 “Better Off Red”를 제작하고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s://itunes.apple.com/us/podcast/better-off-red/id1361742079?mt=2]

Q7. 성장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몇 가지 문제들을 개혁하고 기성 정당들 내에서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스스로를 제한한다면, 그 운동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현재까지 미국 사회주의 운동은 무수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여 긍정적입니다. 이 운동의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전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관해 생각하는 한 가지 방식은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 세계적 에너지·운송 체계를 완전히 개조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사회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정부 공직을 얻고 지속적인 기업 이윤과 생산성 증가에서 나오는 세금에 의거해 사회적 혜택을 증가시키는 것에 한정될 수 없다는 게 명백합니다.

모든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중심 도전 중 하나는, 기후변화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지구적 규모의 압도적인 지상명령과 일자리·주거·경찰폭력·젠더 억압 등 노동자계급 대중의 일상적 투쟁 사이의 가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Q8. 새로운 사회주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오늘날 그것을 건설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요? 강력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제 생각에 우리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이 처음에는 매우 작을지라도 말이죠. 솔직히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이제 막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운 당이 보여줄 중요한 모습 중 하나는 국제주의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는 새로운 사회주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최대 약점은, 그가 미국 제국주의와 보호주의 무역 정책과 같은 민족주의에 도전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주의 강대국 내에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좋은 토대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나아야 할 것입니다.

Q9.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처음 항의 시위를 했던 사안들 중 하나가 1990년대 중반 수감된 남한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연대였습니다. 그 이후―물론 박근혜를 끌어내린 대규모 시위도 포함하여―한국의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운동은 저를 고무시켰습니다. 그리고 위험한 세계적 제국주의 경쟁의 한 가운데에서 한반도 민중을 다시 한 번 장기판의 말로 이용하려는 미국 정부를 막기 위한 운동을 건설하고자 헌신하는 사회주의자들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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