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이주자 공격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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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점좀빼]

얼마전 전북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5명이 출국조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단속과정에서 건설노조 전북건설지부가 적극 개입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많은 충격을 주었다. 이 일이 드러나자 민주노총은 신속히 성명서를 발표하여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사회주의자』는 이 사건이 노동자의 단결을 파괴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여, 사건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는 전북지역 활동가의 글을 마련했다.

 

작년 11월 25일 새벽 5시30분, 전주 에코시티 건설 현장에서 출입국관리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진행되었다. 이날 출입국관리소에 8명의 이주노동자가 끌려갔고, 이 중 5명이 출국조치 되었다.

심각한 문제는 이 날 단속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북건설지부의 요청과 협조 하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전북건설지부는 출입국관리소에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청했고, 같은 요구로 지자체에도 공문을 보내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11월 25일 당일에도, 현장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단속을 진행할 때 조합원들이 차량을 통제하는 등 단속에 적극 협력하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이 출입국관리소에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청하고, 단속 과정에 협력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과 이에 맞선 투쟁

작년 12월 23일 창립총회를 진행한 전북건설지부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로 구성된 신규 조합이다. 이들 조합원들은 소위 막일,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 현장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고용자체가 불안정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임금을 떼이는 일도 흔하다.

건설전북지부 조합원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첫 번째로 안정적인 일자리였다. 대개 원청은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의 외피를 쓴 일자리 브로커들을 활용해 노동 현장을 통제하고, 브로커들은 대가로 중간 이윤을 착취하는 공생관계를 맺는다. 이 구조는 이주노동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청과 하도급업체, 브로커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하여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 이들을 사용한다.

건설전북지부 외에도 많은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일차적으로 일자리 쟁취를 위해 원청과 투쟁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건설 현장에 만연한 산업안전법/대기환경보전법/근로기준법(노동시간) 위반, 불법 다단계 하청 등 갖가지 불법/탈법을 지렛대 삼아 자본을 압박하는 전술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 건설전북지부의 ‘불법’ 이주자 단속 요청도 조합원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진행한 ‘불법 고용 근절’ 투쟁의 일환이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이미 피부로 알고 있듯이, 건설 현장은 이주노동자 없이 움직일 수 없다. 원청을 압박하기 위한 불법 고용 근절 투쟁이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으로 연결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확보에 효과도 없는 방법이다.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더욱 쉽게 활용하고자 하는 원청의 이해에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불법 근절 투쟁 과정에서 자본의 반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단지 투쟁의 지렛대로만 활용하고 마는 경향도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노동자계급에 있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임에도, 현실에서는 산업안전법 위반 사례를 협상의 지렛대로만 쓰고 마는 경우도 많다. 각종 권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권리의 침해를 묵과하는 자본과 노동조합의 협약이 성사되면 오히려 현장에서 권리의 침해를 고착화시킬 개연성이 높다.

경제위기 심화 속 이주자에 대한 공격 늘어

장기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에서 약자를 향한 증오와 부정의 감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제위기를 쉽게 표현하면 내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어지는 걸 뜻한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안을 찾지 못한 민중들은 기존 체제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킬 대상을 찾는다. 역사에서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시대에, 공격의 화살은 그 사회의 약자 집단을 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주민에 대한 증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유럽에서 극우정당의 부상, 브렉시트 등 전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보이는 또 다른 공통점은 대중적 불만의 표출을 통해 새롭게 부상한 정치세력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염증을 자극하면서 자신을 ‘반체제 이념’으로 대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피압제자들에게 당신이 불행한 이유는 바로 이 사회에 끼어 든 불법이주민, 난민 등 이방인들 때문이라고 선동한다. 마치 민중의 편에서 민중을 대변한다는 듯이 말이다. 20세기에 이를 가장 파괴적으로 보여줬던 세력의 이름이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독일 나치)이었음은 의미심장하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선동한 이주노동자 공격 역시 조합원들에게는 ‘반체제’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그러진 다섯 개의 세계

해당 조합에서 ‘불법 고용 근절’ 투쟁이 전술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강변하더라도, 그 ‘투쟁’의 결과로 강제 출국된 이주노동자가 최소한 5명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들 5명은 장부 속의 숫자가 아니다. 자기만의 꿈과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다섯 개의 세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다른 노동자의 기본권을 빼앗고 내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합원의 노동권을 보장받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전체 노동자의 권리가 증진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부정적 감정을 선동하는 투쟁을 계획할 게 아니라 현행 고용허가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건설 자본이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법적 위치를 활용해 이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를 교육해야 한다. 지금 시기의 경제위기는 쉽사리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이다. 이주자와 정주자가 같은 인간이라는 것,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경제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중요한 운동 과제가 될 것이다.

2 댓글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 사진을 왜 출처도 명기하지 않고 사용하신 것인지 궁금하네요. 위 사진은 노동자정치신문에 제공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동자정치신문의 사진을 사용할 경우 출처 정도는 표기해 주는데 말입니다.

    • 편집국장입니다. 이 사진의 경우 인터넷 검색과정에서 글 하단에 출처가 표기되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사진 출처에 대해 좀 더 확인하지 못하고 사용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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